강원도 평창이 심상치 않다. 몇 년 새 지역분위기가 적잖이 ‘업’(Up)된 느낌이다. 외지인이라면 뭔지 모를 역동적인 에너지가 궁금할 터다. 겉은 조용하되 속은 활기차다. 이대로라면 ‘강원도 오지산골’이라는 수식어는 곧 사라질 판이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가볍고 날렵하다. 개발현장 곳곳에는 힘이 넘쳐난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또 도로가 닦인다. 무분별한 난개발은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다른 지역에서의 학습효과를 제대로 배웠다. 평창 몸값도 많이 뛰었다. 시선이 집중될수록 ‘평창의 힘’은 한층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평창 관내 여기저기에는 유독 ‘700’이라는 숫자가 자주 눈에 띈다. 관광객을 맞는 공식인사말도 ‘Happy 700 평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다. 700은 해발 700m를 뜻한다. 전체 면적의 65%가 해발 700m 이상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까닭에 이를 BI(Brand Identity)로 채택했다. 해발 700m는 최적의 기압상태다. 고기압ㆍ저기압이 만나는 곳으로 동식물의 생육에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오염되지 않은 평창의 청정자연환경과 어울리는 BI인 셈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마스코트 ‘눈동이’다. 평창의 관광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눈사람을 캐릭터로 만들었는데, 이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상점가 간판부터 노상 재떨이까지 눈동이 캐릭터를 반영해 시선몰이에 성공했다.평창은 요즘 강원도에서 잘 나가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공동화를 염려하는 다른 농촌지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전입인구가 느는 추세다. 2003년 통계로 전입자(6,661명)가 전출자(6,510명)를 앞섰다. 그해 10월에는 1,492명이 들어오고 480명이 빠져나갔다. 무려 3배 가까운 차이다. 면적은 홍천ㆍ인제에 이어 강원도 ‘No.3’다. 1,463㎢로 강원도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4,980가구의 농가가 1만730ha에서 농사를 짓는다. 토지지목별로는 임야가 84%(1,229㎢)로 대부분이다. 밭(121㎢)과 논(23㎢)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188개 행정리에 모두 60개의 학교를 운영 중이다.덩달아 살림살이도 꽤 불어났다. 평창군 지방세는 97년 215억원 가량에서 2003년 약 361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업체는 97년 3,316개에서 2003년 3,750개로 소폭 늘었다. 주력사업인 관광업은 12개 호텔ㆍ콘도의 객실 3,506실 규모다. 지난해 관광객수는 663만8,82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590만6,263명)에 비해 약 1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외국인(646만4,150명)의 방문이 잦았다. 평창의 사계절을 제대로 담은 대관령눈꽃축제ㆍ효석문화제 등 7개의 관내 축제가 효자 상품으로 거론된다.평창은 대표적인 관광휴양지 중 하나다. 볼거리ㆍ먹거리가 수두룩하다. 일단 청정자연의 진수를 엿보기에 제격이다. 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에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빽빽하다. 수목군락의 절정이다. 부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월정사도 들러봄직하다. 일주문~적광전의 1㎢는 자연의 체취를 온몸으로 느끼는 산책로다.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로만 조성된 한국자생식물원 방문은 자연으로부터의 초대장에 비견될 만큼 기분 좋은 경험이다. 3만여평의 식물원에 약 800종의 자생식물을 볼 수 있다. 흥정계곡에 위치한 허브나라는 평창관광의 대표선수. 7가지 테마가든을 들러본 후 즐기는 허브요리ㆍ차는 별미로 알려졌다. 삼양대관령목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각종 드라마의 촬영지답게 이국적인 풍경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방목된 양떼ㆍ소떼를 보는 것도 재미난 추억거리다.평창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다. 가산 이효석의 고향으로 봉평에는 그를 기리는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문화마을이 조성돼 있다. 문학체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매년 9월 효석문화제가 열리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인근의 평창무이예술관도 인기절정이다. 폐교를 활용한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운동장은 야외조각공원으로 변신했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승복기념관은 이념분쟁의 산교육장이다. 축제 중에서는 대관령눈꽃축제가 볼 만하다. 많으면 2~3m까지 쌓이는 평창의 눈은 독특한 겨울 이벤트를 원하는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이다.평창 하면 역시 ‘스포츠’다. 용평리조트ㆍ휘닉스파크 등 내로라하는 스키장의 본거지다. 용평리조트는 75년 국내 최초로 현대적 시설을 갖춘 ‘한국스키의 메카’다. 백두대간의 한가운데 위치한 세계적인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520만평의 단지에 각종 부대시설이 완비해 있다. 휘닉스파크는 독특한 슬로프 설계로 인기가 높다. 14개 코스 어디든 500m 넓이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특히 스노보드 파크가 다채로운 재미를 더해준다. 금당ㆍ수항계곡 등에서는 래프팅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평창에는 먹거리도 많다. 더덕북어로 불리는 대관령황태부터 고유음식인 메밀막국수ㆍ부침 등이 대표적이다. 소고기의 지존 대관령한우는 미식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는다.평창을 찾는 이들은 관광객뿐만 아니다. 최근 평창의 매력에서 투자가치를 발견한 수많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빼어난 관광자원으로부터 비롯된 일련의 평창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봐서다. 역시 클라이맥스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다. 2010년 유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이제 모든 역량을 2014년으로 집중시키는 분위기다. 이미 경쟁지였던 무주를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재선정된 상황이다. 유치성공을 위한 발걸음도 빠르다.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대규모 종합휴양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이른바 ‘알펜시아’ 프로젝트다(박스기사 참조).여기에 평창은 향후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된다. 서울대는 최근 평창지역에 2009년까지 모두 2,3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일류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뿐 아니라 제품생산ㆍ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바이오 벤처산업단지 건설계획이다. 연구단지의 핵심은 8개의 학교ㆍ기업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가 실시 중이며 오는 7월 말에 1차 보고서가 완료될 예정이다. 상지대도 국내 대학 최초로 친환경 유기농센터를 출범했다. 교내에 1만평의 유기농 시범단지를 만들고, 평창에는 15만평 규모의 관련 목장을 조성했다. 지리적 여건 개선도 든든한 뒷배다. 평창에 닿는 교통선이 최근 보다 다양ㆍ편리해져서다.돋보기 알펜시아 프로젝트내년 4월 착공, ‘국내 최초 리조트 빌리지’평창의 개발 이슈 중 압권은 ‘알펜시아’(Alpensia) 프로젝트다. 지난 4월25일 최종 마스트 플랜이 발표됐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 최초의 리조트 빌리지로 친환경ㆍ고품격의 사계절 관광휴양단지를 지향한다. 용평스키장 주변(용산ㆍ수하리 일대 151만평)에 조성되며 모두 1조1,245억원이 투입된다. 턴키방식을 채택했고 내년 4월 착공할 계획이며 2008년 완공 예정이다. 2조원의 경제효과와 연간 1,000여명의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한다.알펜시아는 A(리조트)와 B지구(동계올림픽)로 나뉜다. A지구는 5성ㆍ3성급 최고급 호텔 2개와 빌리지콘도, 워터파크, 야외극장, 스노보드 및 스키슬로프(초급 전용), 스키학교, 골프장(27홀) 등이 지어진다. 또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인프라가 구축된다. B지구는 동계스포츠 시설 조성을 위한 공간이다. 스키점프ㆍ바이애슬론ㆍ크로스컨트리경기장 등을 조성한다. 여기에 대중형 18홀 골프장과 생태공원ㆍ뮤직텐트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 중 1조1,103억원은 골프장 내의 빌라ㆍ상가ㆍ골프장회원권 등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