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90대 후반 노대통령의 골프정치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지난 6월18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골프를 쳤다가 다소간 구설에 올랐다. 토요일 오후의 골프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만했는데 바로 다음날 전방GP에서 총기난사라는 초대형 사고가 문제였다. 북한병사 한 명이 철책을 뚫고 내려온 바로 그날이기도 해 청와대 입장이 머쓱해졌다. 군 수뇌부와의 골프에 대해 청와대측은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군ㆍ안보 관련 고위인사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서울 인근의 한 골프장에서 운동하고 만찬도 함께했다”고 설명했는데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군 수뇌부와 함께 라운딩한 곳은 충남 계룡대의 군 골프장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은 세 팀을 짜서 운동했다. 참석자는 바로 전날 오후 평양에서 돌아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ㆍ윤광웅 국방부 장관, 군에서 3군 참모총장ㆍ한미연합사 부사령관ㆍ기무사령관 등 6명, 청와대에서는 김우식 비서실장ㆍ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ㆍ김세옥 경호실장 등이었다. 정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자격이었는데 노대통령과 같은 팀에 들어갔다.

이날 라운딩은 노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 지난 2003년 6월에도 노대통령은 당시 합참의장과 안보 관계 참모와 골프를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는 비가 내려 우중 골프였고, 권여사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에 관한 노대통령의 일화가 많지는 않은데 아직까지는 골프장을 찾는 자체가 뉴스다. ‘90대 후반 수준’이라는 게 청와대가 전해주는 ‘공식 핸디캡’이지만 어쩌다 나가는 탓인지 그보다 더 많이 칠 때가 많다고 한다. 골프를 배운 것이 정치인으로 입문한 뒤여서 늦깎이에 가깝다. 그러나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특유의 분석력으로 대형 거울 앞에 서서 어드레스 자세를 가다듬고 스윙 때 쓰이는 근육구조까지 연구하는 등 ‘과학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5월29일에는 김원기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등 3부 요인을 초청, 라운딩했다. 청와대는 당시 코스에 대해 “경기도의 한 민간 골프장”이라고만 설명했는데 뒤에 알아보니 뉴코리아골프장이었다. 코스는 청와대에서 이동거리가 감안된 것 같다. 이때는 김의장이 80대로 가장 잘 쳤다고 전해졌다. 최대법원장도 싱글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이날은 여의치 않았고 평소 내기를 피하지 않으며 악착같이 치는 ‘열성팬’으로 알려진 이총리도 총리가 된 뒤에는 스코어가 썩 좋지 않은 편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때는 먼저 오찬을 함께한 뒤 운동을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식사 때는 사법개혁 추진방안이 주요 화제였다”고 전했다.

당시 골프회동에 대해서는 노대통령이 ‘허리 이상무’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전에 노대통령은 “허리가 편치 않아 오래 앉아 있거나 골프스윙을 하면 뒤에 통증이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총리가 전했고,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한 적이 있었는데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을 총리가 경솔하게 이야기한다”며 비판했었다.

이보다 앞서 노대통령이 골프장을 찾은 것이 바깥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2월 초 설을 앞두고 제주도로 가족휴가를 갔을 때였다. 당시 서귀포 신라호텔에 머물렀던 노대통령은 중문골프장을 찾았다. 팀 구성이 흥미롭다. 노대통령 부부와 아들ㆍ사위가 한 팀을 이뤘고, 경호실장, 양방ㆍ한방 주치의들이 또 한 팀을 이뤘다고 한다. 경호실장팀이 앞서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탄핵 후에는 이총리, 전윤철 감사원장, 김우식 비서실장과 한 팀을 이뤄 친 적도 있다. 이때는 이총리와 전감사원장이 쟁쟁하게 한판 겨루는 분위기였다. 김실장은 썩 잘하는 편이 아니며 내기도 끝까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대체로 골프와 무관한 이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잘 안 가는 분위기이고 드러내놓고 화제로 올릴 만큼 근래 한가한 상황도 못됐다. 다만 미국 교환교수 때 입문한 김병준 정책실장이 장타인 편이고 정문수 보좌관도 대단한 장타에다 시원스러운 골퍼로 알려진다.

언론에 드러난 것 외에 노대통령은 이따금씩 군 관련 시설인 태릉골프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에는 대통령의 이용편의를 위한 몇가지 시설도 있다. 그래봤자 별도의 목욕탕,코스 가운데 ‘그늘집’ 한쪽에 따로 쉴 수 있는 작은 별도 공간 정도다. 한 참모는 “태릉에서 라운딩하는데 건너편 홀에서 ‘그쪽은 어떻습니까. 잘 맞습니까’라고 낯익은 음성이 들려 보니 대통령이더라”고 했다. 참모들도 모르게 출타한 케이스다.

노대통령은 기자들과 골프 접대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골프 초청받아 그늘집에서 음료수 하나라도 마실 때 괜히 겸연쩍고 그런 상황도 있지 않으냐”며 “공무원들은 내 돈 내고 하는 게 좋다”고 한 적이 있다. 골프장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느꼈을 만한 묘한 인간적 감정을 꼭 꼬집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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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