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권리보호 출발은 계약서 작성부터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의 하나인 소위 ‘정’(情) 문화 및 관습이 계약서의 작성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왠지 상대방과 계약서를 작성하면 어딘가 모르게 서먹서먹한 감정이 앞서게 되고 굳이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 사고의 저변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애초 상호간에 구두로 모든 사항을 좋게 합의한 사실도 막상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면 ‘나를 못 믿느냐’, ‘우리 사이에 굳이 계약서가 필요하느냐’ 등의 여러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여전히 기업의 거래형태가 당사자간의 구두합의만으로 이뤄지거나 계약서의 작성을 꺼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당사자간의 구두합의 사항도 계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후일 당사자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음으로써 입증이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입증할 수 있는 적합한 주변 정황증거가 없는 한 합의사항의 존재를 주장할 수 없거나 혹은 입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기업의 손해와 직결된다.

매번 당사자가 뒤늦게 후회를 해도 이미 상대방의 합의사항 불이행을 입증할 길이 없어 부득이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를 필자도 자주 봐 왔다. 첫 단추인 계약서 작성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해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고 단지 상호간에 구두로만 합의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후일 결국 발목을 잡히고 폐업해야 하는 경우까지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간 분쟁해결 과정에서 제반 증거를 동원해 시시비비를 가리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기업으로서는 이미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어떤 서면증거가 없더라도 합의된 사항이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유지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장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사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므로 금전관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 최초에 합의사항을 입증하는 서면증거가 없다면 결국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계약서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기업 거래의 보호를 위해 계약서의 작성은 후일에 예상되는 더 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방책으로서 기업 권리보호의 첫걸음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구두로 합의한 계약에 대해 진정으로 신의성실로 계약사항을 지킬 의향이 있다면 굳이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법률용어에 대한 압박감 버려야

지금까지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하는 필요성의 하나를 살펴봤는데 이를 인식하더라도 막상 큰맘 먹고 실제 계약서를 작성하려면 여전히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왜 두려운 생각이 앞설까. 통상적으로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의 감정상 계약은 법률분야라는 생각과 법은 어려운 분야라는 관념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지만 모든 법률지식을 안다고 할 수 없고 여전히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법률용어와 법률시스템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의 문자감정에 충실하게 문장을 작성해 계약서를 구성하면 된다.

법률용어를 구사해 깔끔하게 계약서 문장을 구성할 수 없더라도 자신의 계약상황에 적합한 계약서의 문구를 작성하고 세부설명이 필요할 경우 좀더 자세히 관련설명을 기재해 계약서를 작성한다면 굳이 법률용어를 구사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법률용어를 알아야만, 또는 법적 지식이 있어야만 하거나 법률용어가 적절히 사용된 압축된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된다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계약 상황을 모두 고려한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구두로 계약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거래방법이 된다. 또한 당해 계약서 문장의 내용이 당사자들이 의도하는 대로 명확하게 서술돼 있다면 굳이 법률용어가 많이 사용된 계약서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계약서의 작성이 된다.

물론 법률전문가에게 계약서 작성을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기업의 비용을 감안하거나 기타 사유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포기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구두만으로 합의해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계약의 안정성을 보증하고 향후 분쟁의 예방과 처리에 유효한 수단이 된다.

이제라도 기업이건 개인이건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한다면 당사자간의 계약체결시 구두합의가 아닌 반드시 서면계약서 작성이 필요함을 인식하도록 한다. 또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하기 힘들다거나 기타 법적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회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권리보호의 첫걸음을 떼도록 한다.

이중연ㆍ<한 권으로 끝내는 회사실무 계약서> 저자

(비즈몬 지식전문가로 활동 중)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