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한류, 내게 맡겨’…<갬블러> 대표적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TV드라마와 영화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이 이제 뮤지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뮤지컬제작사 신시뮤지컬컴퍼니측은 뮤지컬 <갬블러>를 갖고 일본 8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2002년 한ㆍ일월드컵 공동개최 기념으로 이 작품을 일본 12개 도시에서 선보였다. 올해 공연은 바로 2002년 공연의 앙코르 무대다.

2002년에 40일간 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올해 역시 일본 뮤지컬팬의 뜨거운 관심 속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시뮤지컬컴퍼니측은 총 27회 공연된 올해 뮤지컬

<갬블러>에 5만 3,000여명이 모였으며 이 공연으로 2002년보다 2배 이상 많은 12억원의 개런티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연 이후 주최측인 일본민주음악협회에서 앞으로도 신시뮤지컬컴퍼니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갬블러>의 이 같은 일본진출 성공과 함께 아예 일본시장을 겨냥해 제작되는 뮤지컬도 있다. 한류 열풍의 주역인 드라마

<겨울연가>를 뮤지컬화한 뮤지컬 <겨울연가>가 대표적인 사례. 드라마 <겨울연가>의 윤석호 PD가 총감독을 맡게 될 이 작품은 1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뒤 한국관객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콤도 2006년 8월께 <겨울나그네>를 일본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윤손하, 서창우 주연으로 97년 초연된 <겨울나그네>는 올 연말 국내에서 먼저 공개된 뒤 내년에 그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톰’이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만 소개된 적이 있는 뮤지컬 <더 콘보이쇼>의 경우는 일본 원작을 한국배우와 제작진이 만들어 다시 일본 무대에 올리는 케이스다. 연극, 노래, 탭댄스 등이 어우러진 쇼뮤지컬 <더 콘보이쇼>는 일본에서 20여년간 장기 공연돼 온 작품. 광고제작사 옐로우필름과 극단 한양레퍼토리가 함께 제작하는 <더 콘보이쇼>는 역시 한국에서 먼저 선보인 뒤 2006년 6월께 일본 공연에 돌입하게 된다.

이처럼 뜨거운 한류 열기를 이어갈 차세대 콘텐츠 산업으로서 뮤지컬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한국 뮤지컬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지난 2001년 12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2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후 우리나라 뮤지컬은 하나의 유망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만 하더라도 <오페라의 유령>, <리틀샵오브호러스>, <그리스>, <더씽어바웃맨> 등 10여편이 넘는다. 또 8월에는 가수 옥주현이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된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와 역시 그룹 SES 출신인 가수 슈가 출연하는 <뱃보이> 등도 예정돼 있어 올 여름 한국은 그야말로 ‘뮤지컬 빅뱅’을 맞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게 불과 7~8년 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따라서 최근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뮤지컬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800억원대 규모를 기록한 뮤지컬시장이 2006년께는 1,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대다. 특히 일본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사실 자체가 뮤지컬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공연계 한류의 원조 격인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는 “뮤지컬산업화는 해외시장 개척이 뒷받침될 때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박스 인터뷰 참조)

송대표는 <난타>로 지난해 3월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한국 공연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는 <난타>가 처음으로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라는 제목으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97년 초연된

<난타>는 국내에서는 전용극장에서 365일 공연 중이며 해외에서는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시로 공연되고 있다.

물론 뮤지컬의 산업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뮤지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많은 작품이 기획되고 공연되고 있지만 사실상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작품은 소수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라이선스 공연이나 해외 오리지널팀 공연에 비해 순수 창작뮤지컬은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뮤지컬이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중장년층 관객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으로 퍼져나갈 때 확실한 산업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중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제1회 GM대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오는 11월 개최한다고 발표한 것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 행사는 대학생들이 직접 참가, 선보인 우수한 뮤지컬 작품에 시상하는 것으로 GM대우와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최하는 이벤트다.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뮤지컬은 공연산업의 큰 축을 이룰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양적 성장에 비해 인력부족 등 질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어 뮤지컬 창작인력을 발굴, 육성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는 게 행사를 마련한 관계자들의 말이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개인상과 단체대상을 수상한 대학생에게는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 본고장 해외연수의 기회도 주어진다. 지난 4월 CJ엔터테인먼트, LG아트센터, kyyk뮤지컬이 창작뮤지컬 발굴을 위해 공동 주최한 ‘뮤지컬 쇼케이스 2005’도 같은 맥락이다.

INTERVIEW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난타>로 97년 이후 6백억원 벌어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48)는 가난한 공연계에서 톡톡 튀는 비즈니스 감각을 자랑하는 문화CEO다. <난타> 하나로 무려 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그가 PMC프러덕션에서 받는 연봉은 1억원. “연극만 해도 먹고살 수준이 된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송대표는 뮤지컬 한류를 이끄는 공연계의 ‘욘사마’인 셈이다. 국내 전용관에서 공연되는 <난타>를 관람하는 관객의 80%가 중국, 일본 등 해외관광객이다. 오는 9월부터는 중국 투어를 1년간 가질 예정이다.

“뮤지컬이 산업화되려면 국내시장만 바라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이 뮤지컬의 산업화 초기단계라고 하지만 결국 시장이 커지고 수익을 내야 그게 산업화 아니겠습니까. 그러자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죠.”

그는 많은 공연장르 중 뮤지컬에 관심 갖는 이유에 대해 “<캐츠> 등 유명 작품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10년 넘게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뮤지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무엇보다 창작뮤지컬 개발에 애착을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 무대 진출을 위한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에 착수했다. 셰익스피어 고전을 바탕으로 무대를 서울로 번안, 창작한 작품이다.

“10년 전에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영화가 당해낼 수 있었습니까. 돈 주고 한국영화 보면 아깝다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 정서에 맞는 한국영화를 관객이 더 선호하는 추세가 아닙니까.”

그는 창작뮤지컬의 현주소를 영화산업과 비교해 설명한 뒤 ‘스테이지쿼터’라는 신조어를 써가며 “모든 산업 초기에는 투자보다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지원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는 후배들, 특히 해외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 많아 뮤지컬산업화의 희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요계를 예로 들어 “90년대 해외에서 유학한 음악도들이 가요장르에 뛰어들면서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유학 중인 많은 후배들이 귀국을 앞두고 있는 만큼 좋은 음악가와 전문작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계에서 성공한 CEO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새로운 작품을 기획할 때마다 심적 부담이 있지는 않을까?

“홈런만 치라는 법 있나요? 안타를 칠 때도, 또 파울을 칠 때도 있는 거죠. 그렇다고 타자가 타석에 안 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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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