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한국 바이오산업 이정표 세운 기린아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한국 바이오산업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 지난 6월22일 일어났다. 송도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의 외자유치 1호 기업인 셀트리온이 세계 7위의 다국적 제약사인 미국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10년간 20억달러 상당의 바이오신약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하지만 액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계약을 계기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양대 축이 비로소 구축됐다는 점이라고 이 회사의 서정진 사장(48)은 강조한다.

“바이오산업은 학술적 연구와 산업화라는 두 개의 축이 맞물려 돌아가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대열에 들어선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셀트리온이 공급할 신약은 관절 류머티즘 치료제인 ‘아바타셉트’다. 이 질병에 대한 치료제는 지금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잖아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했다. 이에 비해 아바타셉트는 임상시험 결과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간 16억달러의 시장이 예측될 정도. 이 획기적인 신약의 개발자는 이번 계약의 상대측인 BMS다. 위탁생산이긴 하지만 단순한 하청생산은 아니다. 신약개발과 양산기술은 차원이 다른 것이며 양산기술은 온전히 셀트리온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에서도 ‘바이오산업 =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등식을 확인할 수 있다. 2조원 가운데 부가가치가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순이익이 900억원 가량 발생할 전망이다. 무게를 기준으로 공급가격이 금의 19배이고 BMS가 완제품으로 판매할 경우 가격이 최소한 금의 수백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셀트리온의 연간 생산능력은 5만ℓ로 세계 3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BMS가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아바타셉트의 시장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2009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규모를 10만ℓ 가량 늘릴 방침입니다.”

서사장의 투자계획은 생산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오신약 개발에 1,500억원,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소 및 임상병원 건설에 4,500억원 등 201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세워놓았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시장이 크고 확실한 데 비해 셀트리온만한 실력을 보유한 경쟁업체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유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사장이 셀트리온을 창업한 것은 2002년의 일이었다.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한 바이오기업인 벡스젠에 투자를 요청, 성공한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인적 인프라와 아시아시장 공략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 등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

“셀트리온에 남아 있는 리스크는 이제 없습니다. 고객사도 찾았고 양산에 필요한 기술도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에 대한 FDA의 허가도 이미 받은 것이나 다름없고요. 언제 얼마나 더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가 고민일 뿐이죠.”

이번 계약을 통해 셀트리온은 향후 10년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지만 서사장의 꿈은 그보다 훨씬 원대하다. 위탁생산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유망한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 이미 3개의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이고 2010년까지 30개의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다.

“내년쯤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당장 유상증자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 신중히 결정할 겁니다. 때가 되면 나스닥에도 상장할 계획입니다.”

약력

1957년생. 건국대 산업공학과 졸업. 건국대 경영학 석사. 83년 삼성전기 근무. 91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92년 대우자동차 상임경영고문(전무대우). 한국품질경영연구원장. 2000년 넥솔바이오텍 설립(사장). 2002년 셀트리온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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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