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급하게, 많이, 섞어 마시는 것은 좋은 음주법이라고 할 수 없어요. 좋은 술을 적당히, 즐겁게 마시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최고의 음주법이지요.”전세계를 돌며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J&B를 알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마틴 브랜드 앰배서더(57)는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음주습관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며 “좋은 술을 조금씩, 즐기며 마시라(drink less, drink better)”고 조언했다. “서로 다른 술을 섞으면 고유의 색, 향기, 맛, 소리를 즐길 수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게 ‘만류’의 이유다.그는 스카치위스키에 관한 한 탁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다. 지난 84년부터 스코틀랜드 위스키산업에 몸담아왔고, 11년째 J&B 브랜드 앰배서더(Brand Ambassadorㆍ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또 위스키산업 종사자 가운데 가장 공로가 큰 사람에게 부여하는 ‘키퍼 오브 더 쿼이치(Keeper of the Quaich)’ 멤버이기도 하다. 전세계에 J&B 스카치위스키를 전파하고 올바른 음용법을 가르치는 게 그의 임무다.그런 그의 눈에 한국의 폭탄주는 ‘주도’에서 벗어난 반칙 음주법임에 틀림없다. 그는 “스카치위스키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맛을 품고 있어서 많은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위스키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기분 좋게 즐길 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판매 2위인 J&B는 과일, 나무 등 다섯 가지 향이 어우러져 그 깊고 풍부한 맛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그렇다고 엄숙하고 심각하게, 정도에 따라서만 술을 마시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재미있게, 위스키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긴다면 만사 오케이”라며 연신 ‘엔조이(enjoy)’를 강조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음용방법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생수나 레모네이드, 고기나 과일 같은 요리와 곁들여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마시는 스카치위스키를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전세계를 돌아다니는 그에게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다. 목적도 뚜렷하다. 지난 5월 한국시장만을 겨냥해 출시한 슈퍼 디럭스급 스카치위스키 ‘J&B 리저브(Reserve)’ 500㎖의 홍보와 음용법 강의를 위해서다. 그는 “세계 위스키시장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전제하고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고급 스카치위스키를 한 단계 작은 사이즈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바(bar), 나이트클럽 등에서 500㎖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존 700㎖를 변형, 한국시장에만 출시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J&B에 한국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실제로 93년 출시 이후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바, 나이트클럽 등 현대적인 소비채널에서 J&B의 선호도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규모도 점차 확대 중이다. 위스키시장이 올해 약 5%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J&B는 올해 20%선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스카치위스키 전파를 위해서라면 몇 번이라도 한국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사람들이 좀 더 릴렉스(relax)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서울은 아주 바쁜 사람들로 가득 찬 거대도시입니다. 스트레스가 많다고 해서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좋은 술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해요. 조금씩 마시면서 즐거움을 나누세요. 그게 최고의 음주법입니다.”약력1948년 영국 출생. 에든버러대학 경제사 석사. 84년 IDV(97년 디아지오(Diageo)로 합병) 입사. 마케팅 및 영업 파트 근무. 94년 브랜드 앰배서더(Brand Ambass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