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500호 (2005년 07월 04일)

거침없는 수다 속에 교훈이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어찌 보면 당연한 발상이다.

지난해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라는 부제를 단 연극 <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 가졌던 느낌은 ‘남자들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군’이었다. 오랜 우정을 자랑하지만 그 속에 질투가 있고 경쟁의식이 있는 관계, 그리고 그들의 수다를 그린 것이 바로 연극 <아트>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분명 그것은 여자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6월의 아트>는 남자배우들이 연기하는 연극 <아트>를 여배우 버전으로 바꾼 작품이다.

<아트>의 지방 공과대학 교수 규태는 <6월의 아트>에서 관주라는 캐릭터로, 또 문방구점 사장 덕수는 경숙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은 수연이라는 인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용은 <아트>와 대체로 같다. 수연이 산 앙트로와의 하얀 그림(하얀 캔버스에 하얀 물감으로 그린,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을 친구 관주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통 그림이라고 볼 수 없는 이 ‘판때기’의 가격이 1억8,000만원이라니! 속으로 꾹꾹 묻어뒀던 관주의 질투가 꾸물꾸물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휴화산 상태였던 그동안의 갈등이 한순간 폭발하고 만다. 부모 덕에 부유하게 자라 이제 의사로서 고급문화를 즐기며 살기 시작한 수연이 관주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똑똑한 머리 하나로 지방대 교수자리를 꿰찬 관주에게는. 그래서 관주는 말을 이리저리 꼬기 시작한다. 문방구점 사장 경숙도 그 그림을 보게 된다. 대놓고 경숙을 무시하는 수연과 은근히 무시하는 관주, 그 사이를 헤헤거리며 오가는 경숙. 세 사람의 다툼은 결국 언제 터졌어도 터졌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그림을 둘러싼 세 친구의 갈등과 화해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 원작의 <아트> 그대로다. 결국 이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작품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남자 대신 여자배우 버전으로 바뀐데다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

남자배우들의 <아트>가 그랬듯 이번 무대도 월수금, 화목토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기자가 관람한 화목토팀은 심혜진, 정경순, 박호영 세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이었다. 따라서 그 이름만으로도 객석은 보조석까지 꽉 찼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은 역시 객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TV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보는 게 익숙한 배우 심혜진은 발성은 다소 약할지 몰라도 친구를 시기하며 슬쩍 비꼬는 말투를 ‘구사하는’ 지적인 관주 역에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었다. 또 정경순 역시 연극무대가 고향인지라 성량 풍부한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러시아 유학파 배우 박호영은 절제된 연기로 다른 두 배우의 높은 인지도에 결코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상 이 작품에 나오는 세 캐릭터는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전형이다.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내 모습이, 또는 내 친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극 중 관주의 말마따나 ‘컨템퍼러리’(Contemporary)가 들어 있는 셈이다. 월수금 공연에는 조혜련, 김성령, 진경이 출연한다.

7월31일까지/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4-8760

오페라 - <동방의 가인 황진이>

‘동양의 미, 세계에 도전장’

창작오페라 <원술랑>을 선보였던 오숙자 경희대 작곡과 교수가 다시 한 번 우리 오페라를 선보인다. 서울 캄머21 오페라단이 새로 무대에 올리는 <동방의 가인 황진이>는 한국적 오페라를 세계에 소개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한국여성상을 보여주자는 시도로 새로운 해석을 더한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후원하는 작품으로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휘를 맡았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1대 명성황후로 활약했던 소프라노 김원정이 황진이로 무대에 선다. 해외공연을 위해 영어제목은 외국에 생소한 황진이 대신 로 정했다고.

7월1~3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88-9630

공연&전시

▶뮤지컬 <풋루스>

뮤지컬 <풋루스>는 1984년에 먼저 영화로 제작, 개봉돼 관객의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 작품으로 반항과 억압,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2002년 국내 초연 때 한국뮤지컬대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지영, 그룹 태사자 멤버로 활동했던 김영민 등 화려한 캐스팅이 이번 무대의 자랑거리라고.

7월15일~10월16일/연강홀/02-766-8551-2

▶뮤지컬 <돈키호테>

1965년 초연된 뮤지컬 <돈키호테(원제: Man of La Mancha)>는 공연 전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흥미를 끌었지만 일반 관객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흥행에도 성공한 뮤지컬로 기록됐다. 결국 이듬해 토니상 주요부문을 휩쓴 이 공연은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만 5번이나 리바이벌됐다.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지킬앤하이드>를 이끌었던 브로드웨이 현지 연출자 데이비드 스완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7월30일~8월28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01-7888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웃음 뒤에 절박함과 비극, 그리고 다시 소박함이 이어져 따뜻한 감동을 주는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그 무대를 예술의전당으로 옮겼다. 2004년 서울문화재단 무대공연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문예진흥기금 연극부문 창작활성화 사후지원 선정작, 제16회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지난 5월 국립극장 공연의 인기에 힘입어 앙코르 공연에 돌입했다.

7월17일까지/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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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