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에 IT가 도입돼 업무처리를 온라인 자동화한 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단위업무별 온라인화를 거쳐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전 시중은행이 종합온라인을 구축함으로써 3차 온라인망의 구축이 완료됐고, 90년대 중반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논의와 함께 POST 3차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되면서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ㆍNext Generation Banking System)이란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이후 정보공학 방법론을 바탕으로 몇 개의 은행에서 시스템 구축이 시도됐지만 불행히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2001년에 이르러서야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차세대 뱅킹시스템을 구축했고 2005년 하반기에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게 된다.이들 은행을 제외한 타 은행들도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IT시스템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왔지만 차세대 시스템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금융산업의 재편과정에서 은행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목표와 IT시스템간의 괴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괴리현상은 다음과 같은 원인에 기인한다.첫째, 통합적 시각의 결여다. 은행산업에 IT가 도입된 과정을 보면 전행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요건을 바탕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라 개별 업무처리의 자동화, 온라인화에 급급했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의 통합성이 결여돼 있다.이질적인 시스템의 통합도 문제다. IMF 구제금융 시기의 인위적인 급속한 은행산업 재편과정에서 이질적인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통합과정을 겪으면서 비즈니스의 중복과 시스템의 중복성이 심화됐다.비즈니스의 고도화와 금융업무 영역의 파괴 역시 되짚어봐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선진 금융자본과의 경쟁과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 장벽 붕괴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의 대응에 수반하는 시스템의 복잡성 및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한다.새로운 금융환경과 감독 및 규제요건의 강화도 해결할 과제다. IT산업의 급속한 발달과 바젤 II, AML(Anti Money Laundry) 및 새로운 회계처리 기준 등에 대한 감독기관의 감독 및 규제요건의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탄력성이 떨어진다.차세대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차세대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은행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이 서로 상이하고 IT시스템의 역할에 대해서 다르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정의 역시 서로 다를 수 있다.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세대 뱅킹시스템 구축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IBM BCS에서 정의하는 차세대 시스템은 전사 수준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와 IT가 이상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을 말한다. 이런 역량을 갖는 차세대 시스템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고객의 니즈와 시장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차세대 시스템은 상품과 채널중심의 사일로 구조를 기능별로 통합한 통합의 관점으로 설계돼 신상품이나 채널의 신규에 대한 제약성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둘째, 조직과 프로세스 및 데이터의 중복이 제거된 최적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최적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를 컴포넌트화해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성을 줄이고 유연성을 증대시켜야 한다.셋째, 운영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시스템의 운영비용을 고정화하지 않는 가변적 비용구조의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넷째, 시스템이 일관된 가용성과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기술적인 변화, 정치ㆍ경제적 변화, 사회ㆍ문화적 변화에 대비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이러한 비즈니스 측면의 요구사항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차세대 뱅킹시스템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상품과 채널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아니라 상품과 채널의 중복을 제거해 상품에 대한 처리, 수익성, 통제를 제공할 수 있는 공통적이고 고객중심적인 인프라스트럭처를 전사적인 정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전사적 정보 프레임워크는 다음 4가지 영역으로 실체화된다.첫째, 지식 및 포털 프레임워크로 채널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게 하고 표준 인터페이스의 적용을 가능하게 하며, 또한 사용자의 사용 편이성을 높여준다.둘째, 고객중심 프레임워크로 고객정보의 통합관리 및 고객중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며, CRM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고객정보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셋째, 상품개발 프레임워크로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상품의 신속한 적용을 가능하게 해주며, 상품과 관련된 업무규칙을 분리해 관리함으로써 변경에 대해서 유연한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넷째,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프레임워크로 데이터의 통합 및 정합성의 제고를 통해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향상시켜 준다.이런 목표를 갖고 IBM BCS가 참여했던 차세대 뱅킹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2001년 국민은행에 구축했던 e-뱅킹(e-Bank)에서 시작됐다.차세대 뱅킹시스템의 구축효과에 대한 언급은 계량화된 객관적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구축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들 및 구축한 은행들간의 차별성은 향후 1~2년 내에 그 명암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경쟁은행에 비해 상품을 빨리 출시한다는 것은 상품 시스템만 갖고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상품이 생겨도 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과 화면, 상품계약(신규거래), 정산처리(이자 및 수수료 계산), 회계처리로 이어지는 어플리케이션이 기능화 및 컴포넌트화돼 있지 않으면 대응기간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품구조를 갖든 어떠한 조건을 갖든 간에 그러한 상품사양을 신속하게 정의할 수 있는 상품 팩토리 시스템을 가진다는 것은 상품사양이 공개된 경쟁상황하에서는 모든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얘기처럼 들린다. 이 사례를 보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의 역량은 그러한 요건을 상당히 충족하고 있다.차세대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비용 측면의 효과를 예측해 보면 사례 은행의 경우 과거 수신업무 운영에 2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기능식 어플리케이션의 운영에 맞게 조직이 재편됐고 기능화에 따라 운영인력이 상품, 계약, 정산 등의 업무영역으로 분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30% 이상의 인원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의 유지ㆍ관리에 투여되는 시간 단축분을 계량화한다면 비용절감 효과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시스템에는 없었던 새로운 업무영역(아키텍처 관리, 메타데이터 관리, 통합케이스 툴 관리 등)의 도입으로 운영인력 감축효과를 상쇄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관리로 인한 운영 효율성의 향상분과 관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었던 비효율성으로 인한 손실분을 대체하면 비용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또한 IT 운영비용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입출업무와 같은 단순 오퍼레이션부문의 비용절감으로 비즈니스 수행에 필요한 보다 가치 있는 비즈니스 전략정보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비즈니스의 효율성 향상도 차세대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효과인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효과로는 채널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마케팅담당자들에게 본연의 임무인 대고객접점 서비스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웹 기반의 통합 단말을 통해 단순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동일한 단말을 통해 상품정보나 고객정보, 경영정보나 마케팅정보 등을 이용해 양질의 영업활동에 보다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24×365서비스의 의미는 공간적 개념의 비즈니스 확장(점포 신설ㆍ확장 등)뿐 아니라 시간적 개념의 비즈니스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는 CDㆍATM과 같은 자동화기기를 통한 입출금서비스에 국한된 불완전한 24×365서비스 체제가 아니라 사례 은행들은 야간에도 동일한 시스템에서 동일한 원장을 이용해 계좌신규, 해지, 대출, 이자납부, 카드대금 결제, 무역관련 업무 등과 같은 서비스를 주간과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24×365서비스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이제 국내에서의 선도은행 자리를 넘어 세계 금융기관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갈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여정에서 IT는 단순히 업무처리를 자동화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도구로서의 위치를 넘어 IT가 비즈니스를 혁신시키는 도구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IT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IT부문에 대한 개선요건만으로는 불완전하며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에 대한 분석과 이해로부터 미래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비즈니스의 환경과 시장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뱅킹시스템이 갖춰야 할 요건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차세대 시스템에 적용할 기술기반은 무엇이 돼야 할 것인가, 또는 어떤 방법론으로 구축할 것인가는 것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금융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고 미래의 뱅킹시스템에 이식돼야 할 사상은 어떤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