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이 있는 뮤지컬이 끝나면 객석은 흥분으로 휩싸이게 마련이다. <어쌔신>이 끝난 후 극장 풍경도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슴이 아닌 머리다. 소외감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대통령 암살이라는 일탈을 시도하는 이들에 대한 고찰. 뮤지컬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자못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까닭이다.축제의 한 사격장에 링컨을 암살한 부스(1865)에서 케네디를 암살한 오스왈드(1963)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미국 대통령 저격을 시도한 인물들이 모인다. 사격장 주인이 룰렛을 돌리며 이들에게 “사회에 불만이 있다면 대통령을 쏘라”고 말하는 것으로 작품의 막이 오른다. 파격적인 소재에 파격적인 구성이다. 암살자들은 저마다의 암살동기를 갖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사랑하는 애인의 말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해. 작가는 어쩌면 이들이 우발적으로 이 같은 엄청난 일을 시도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이 작품은 개막 전부터 뮤지컬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쌔신>은 1991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토니상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무엇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라는 점이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스티븐 손드하임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그는 ‘뮤지컬은 철학이 없는 그저 돈벌이를 위한 쇼비즈니스’라는 일부 혹평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 활용되는 인물이다. <어쌔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뮤지컬이라는 무대 장르를 연극 못지않은 진지한 무대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뮤지컬 작곡가로 기록돼 있다.관객이 현대사회의 병폐와 인간소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에 부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역사 다시 보기’의 일환으로 지난해 리바이벌된 이 작품은 미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이 중 루스벨트 암살을 시도한 주세페 장가라의 사례는 마치 극심한 불황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 현실을 연상케 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대사로 꾸며졌다. 그렇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 고유의 이야기가 담긴 까닭에 공감도나 흥미 면에서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링컨 암살을 다룬 전반부는 한국역사와 공통인자를 갖지 못해 흐름이 늘어진다.밝고 화사한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올해 뮤지컬계에서 이 작품은 확실히 독특한 느낌을 준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룬데다 심지어 욕설, 트림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욕설에 거부감이 들기보다 이 정도로 시대를 비웃고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붓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미국 땅이 부럽다는 느낌이다. 비록 이 작품은 미국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지만 말이다. 7월31일까지/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56-8556공연&전시▶<전유성의 잠 안 오는 클래식 콘서트>‘코미디계의 기인’ 전유성이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회 진행자로 나선다. 한우리오페라단이 기획한 <전유성의 잠 안 오는 클래식 콘서트> 시리즈는 7~8월에 걸쳐 총 6회 진행된다. ‘이야기가 있는 오페라 콘서트’,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콘서트’ ‘이야기가 있는 세계 명곡기행’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각각 세종문화회관과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진다. 7월28일과 8월15일에 있을 ‘이야기가 있는 오페라 콘서트’에서는 ‘여자의 마음’, ‘밤의 여왕의 아리아’ 등 유명 오페라가 연주된다. 7월28일 오후 8시/금호아트홀/02-583-1863~5▶뮤지컬 <청년 장준하>청년 장준하와 33인의 젊은이들이 중국 중동부지역에 있던 일본군부대를 탈출해 독립군이 되기 위해 충칭으로 가는 6,000리 대장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히 창작뮤지컬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 감성로드뮤지컬을 표방한다. 일제치하라는 시대배경을 중심으로 연인, 친구, 가족과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것. 2004년에 초연됐으며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전곡 편성을 새롭게 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8월5~15일/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02-722-1467▶연극 <테이프>2001년 미국에서 연극과 영화로 제작된 작품. 특히 영화에는 에단 호크, 우마 서먼이 출연해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친구와 여자친구 사이에 있었던 10년 전 진실을 밝히고자 테이프에 녹음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국내 초연무대의 주인공은 선 굵은 배우 유오성이 맡았다. 7월22일~8월15일/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764-6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