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여성이 호텔방에서 피살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7명.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검찰과 시청률을 위해 새로운 쇼를 추구하는 방송사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수사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된다.장진 감독의 드라마 <박수칠 때 떠나라>는 ‘수사 생중계’란 독특한 설정을 내세운 만큼 전형적인 수사극은 아니다. 논리적인 추리 과정보다 사건 관련 인물들의 심리변화를 포착한다. 주변 인물들은 저마다 강한 개성을 지녔다. 그들은 유머의 매개체다. 이 때문에 수사극이지만 ‘킥킥’거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담겨 있지는 않다. 긴장감은 연극무대처럼 좁은 공간(수사실)에서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과 그것을 파헤치려는 사람간의 길항작용에서 파생한다.인물들의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말은 수사의 시작이자 끝이다. 유머의 근간도 언어다. 언어 형식논리의 오류로 웃음을 주는 장면들도 등장한다.수사과정 생중계는 당사자들의 심리와 말을 묘하게 왜곡시킨다. 수사상황의 생방송은 그야말로 쇼다. 타인의 눈길을 의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내면의 진실로부터 도피한다.범인색출을 위한 무당의 굿을 생중계하는 장면이 일례다. 신들린 촬영기사가 카메라를 떨어뜨렸을 때 비로소 진실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카메라의 위치를 알고 있는 범인의 얼굴을 CCTV가 포착할 수 없는 것도 동일선상에 있다. 또한 주인공 검사(차승원)가 옷으로 카메라를 가린 뒤에야 용의자(신하균)에게 분노(본심)를 폭발한다. 거짓말탐지기도 용의자가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무용지물이다.용의자를 취조하는 모습을 밀실에서 지켜보거나 생중계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주요 요소인 엿보기의 실상을 환기시킨다. 이 영화에서 인물과 진실의 관계 설정은 흥미롭다. 상대방을 다그칠수록 본심은 깊숙이 감춰진다. 검사와 용의자, 주인공과 맞수인 동료 검사는 서로 대립각을 접을 때 비로소 진실을 나눈다. 영매와 원혼이 대화하고 검사가 용의자에게 연민 어린 충고를 하며 검사와 친구가 적대감을 누그릴 때 진상이 밝혀진다. 또한 과학수사와 비과학적인 주술이 합쳐졌을 때 수사는 급진전된다.그러나 화면의 에너지가 약하다. 관객이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인 주인공 검사의 심리적 기복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용의자 심문에서 실수한 뒤 마땅히 겪어야 할 시련이 거의 묘사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추후 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세히 묘사됐어야 옳다. 또한 주인공의 맞수 격인 동료 검사의 역할도 비중이 너무 작다. 8월11일 개봉, 15세 이상.개봉영화▶친절한 금자씨이영애가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스릴러.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를 잇는 복수 3부작의 완결편. 13년 만에 출소한 금자가 백선생을 상대로 복수극을 계획한다. 창조적인 장면구성과 개성적인 캐릭터 묘사가 일품이다.▶아일랜드마이클 베이 감독의 SF액션. 장기이식을 위해 탄생한 복제인간의 생존투쟁을 그렸다.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의 추격전을 통해 인간 탐욕이 빚은 미래의 비극을 담아낸다.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신은 볼거리다. 주연 스칼렛 요한슨, 이완 맥그리거▶로봇20세기폭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볼트와 너트, 깡통 등으로 만들어진 구식 로봇이 흥미로운 모험을 펼친다. 약자들에게 동정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감독 크리스 웨지, 목소리 주연 이완 맥그리거, 할리 베리▶발리언트2차대전을 배경으로 비둘기의 영웅담을 그린 영국 애니메이션. 왜소한 비둘기가 어렵게 입대해 지옥훈련을 거친다. 간호사와의 로맨스도 곁들여진다. 주연 릭키 저바이스, 올리비아 윌리엄스, 이완 맥그리거, 존 브로드벤트, 존 클리세, 팀 커리▶웰컴투동막골박광현 감독의 전쟁코미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북한 군인과 미군이 오지마을에 스며들어 주민들에게 서서히 동화된다. 전쟁의 어리석음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주연 강혜정, 스미스 태슐러, 신하균, 정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