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1942년생. 65년 가요계 데뷔. 히트곡 ‘추풍령’, ‘고향의 강’, ‘산포도 처녀’ 등. 2005년 골든앨범 ‘임과 함께 놀던 곳에’ 발매환갑이 넘은 나이에, 그것도 40여년 만에 자신의 주요 활동무대로 돌아왔다면 분명 숨겨진 사연이 있을 법하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연예인이라면 뒷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1965년에 ‘추풍령’으로 데뷔해 왕성하게 가수활동을 했던 남상규씨(63)는 67년 일본 빅터레코드사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국내 가요계를 떠났다. 그런 그가 최근 골든앨범을 내놓고 한국가요계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박정희 작사’라는 해설이 붙은 노래 ‘임과 함께 놀던 곳에’가 있다. 작곡가 배준성씨가 곡을 붙인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작시 ‘일수’(一首)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우연히 시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작곡가가 노래로 만든 뒤 곧장 남상규씨를 찾아왔다.“이처럼 깊은 사연이 있는 노래를 환갑도 지난 제게 가져왔습디다. ‘이 곡은 꼭 선배가 불러야 한다’면서요. 다시 한국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죠.”이렇게 해서 ‘임과 함께 놀던 곳에’, ‘잎새’ 등 신곡과 ‘추풍령’ 등 기존 히트곡을 모아 골든앨범을 만든 남씨는 본격적인 가수활동 채비를 마쳤다.“사실 앨범을 내놓은 것은 올해 초입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쓴 시로 노래를 만들었다니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정치와 음악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던 남씨는 의외의 반응에 조심스러웠다는 설명이다.“육영수 여사가 저격을 당한 이듬해인 75년에 박 전 대통령이 아내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지은 시입니다. 아내를 생각하는 애절한 심정이 담겨 있죠. 저는 한 번도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해 본 적은 없지만 시를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남씨는 일본에서 가수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고국무대에서 활동하게 된 셈이지만 그는 사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좋지만은 않다. 예컨대 부동산사기를 당하기까지 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 사기사건을 해결하는 데만 8년이 걸렸다.일본에서 평탄한 삶을 꾸려왔던 것과 달리 이처럼 한국에서는 시련이 많았다. 그래서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그는 이번 가수활동을 통해 ‘트로트의 화신’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한국 전통가요 발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더욱이 한국 가요시장에서 전통가요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요즘 한국 연예인의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영화배우, 탤런트에 비해 가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댄스뮤직이 한국 가요계의 주류를 이루면서 전통가요를 부르는 중년가수들은 더욱더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좋은 노래로 젊은 팬을 많이 확보하는 게 유일한 타개책입니다.”남씨는 이처럼 비장한 각오를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예인 생활을 하기 좋은 환경에 놓인 요즘 후배들이 부러운 눈치다. 어떻게든 한국에 남아서 가요계를 지켰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것.하지만 그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라도 한국 가요계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각오다. 우선 이번 앨범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게 꿈이다. 그 다음으로는 신인가수 발굴을 위해 애쓸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버타운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경기도 침체돼 있고 세상이 너무 삭막하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고요. 따라서 제가 박 전 대통령의 시가 따뜻하다고 느꼈듯 제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