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하면 무엇보다 단정한 정장차림과 대규모 공연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또 준비할 건 얼마나 많은지. 특별히 오페라에 친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번 관람을 위해 미리 스토리도 익히고 음악도 들어본 뒤 집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극장 내에서 깜빡 졸기 십상인 게 서양의 클래식 문화가 아닌가.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도니체티 원작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그래서 특별하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아무 준비 없이 극장을 찾아도 오페라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하트모양을 중앙에 그려놓은 발랄한 느낌의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극장 안에 들어서면 군인 복장을 한 배우 2명이 좌석을 안내해 주는 낯선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게다가 이들이 휴대전화를 끄라거나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거나 하는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독특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된다.오케스트라도 없이 덩그러니 홀로 놓인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면 배우들의 노래도 시작된다. 대형 오페라와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자막이 없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어 대신 우리말로 번역된 노래가 연주된다.피아노 한대의 연주뿐이니 당연히 웅장함이나 화려한 음색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배우와의 거리가 지척인 소극장 특성상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페라 가수는 고상하고 우아하기만 할 것 같다는 편견도 여지없이 깨진다.수십만원 하는 대형 오페라와 비교하면 의상도, 무대도 빈약하기 짝이 없는데다 우리말로 바꾼 아리아 가사는 때때로 어색한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작품의 여러 시도에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는 스토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자막을 보지 않아도 들리는 가사만으로 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공연이 끝나면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오리지널 <사랑의 묘약>을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다.결론적으로 디테일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소극장 오페라지만 오페라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무대로 보인다. 다행히 어설프게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도되는 연극적 요소의 남발은 보이지 않는다. 섣부르게 드러내는 무리한 의욕은 작품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이미 깨달은 듯하다.여름방학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공연이 많아진 요즘이다. 굳이 <가족극>이라는 타이틀이 아니어도 이쯤 되면 가족 관람객에게도 꽤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작품의 주제는 제목처럼 사랑이다.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라는 세속적인 풍조 속에서 그래도 여전히 남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진리가 이 작품 초연 당시인 150여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도 이 작품 감상의 또 다른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8월28일까지/대학로 세우아트센터/02-929-0226공연&전시▶존&아서 베어 서울전시회세계적인 현악기 딜러이자 감정ㆍ복원사업 전문업체 존&아서 베어가 현악기 전시회를 주최한다. 존&아서 베어사는 1865년에 창립돼 바이올린 매매와 수리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전시회는 엄선된 명기를 소개해 현악기 애호가들이 양질의 악기를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기획됐다고. 9월7~10일/송우전시실/02-733-1181▶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10회 정기연주회2001년 창단된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은 엄격한 오디션을 거친 음악대학생들로 구성, 30여회 이상 정기연주회를 선보여 왔다. 청소년의 정서함양과 지방 문화예술발전, 건전한 청소년문화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은 특히 박진욱 상임지휘자의 지도하에 해설이 있는 음악회, 영상과 함께하는 팝스콘서트 등을 개최해 전문성을 갖춘 청소년오케스트라로 성장해 왔다.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함께한다. 9월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00-1400▶뮤지컬 <밑바닥에서>작곡가 박용전이 만든 창작곡 12개의 넘버로 극을 이끌어가는 ‘언플러그드’ 창작뮤지컬. 시끄러운 기계음이 만드는 현란함을 배제하고 소극장의 정서와 분위기에 맞는 편안한 선율과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게 기획사측의 설명이다. 초연 직후 ‘2005년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예술기금 지원작’으로 뽑혔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국 문예회관 연합회 2006년 우수공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기공연/예술극장 나무와물/02-745-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