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짐 브래독(러셀 크로)은 상대선수의 머리에 날린 펀치가 빗맞은 순간 얼굴이 일그러진다. 권투시합을 포착한 컬러 화면 위에는 골절상을 입은 손목과 손가락이 찍힌 흑백 X레이 화면이 번득인다. 링은 조명을 잘못 처리한 화면처럼 컴컴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눈앞이 캄캄해진 브래독의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브래독의 권투시합 장면에는 늘 두려움의 그림자가 따른다. 그것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아버지와 남편을 링 위에 세운 가족의 입장에서 생겨난 정서다. 불안과 두려움의 그림자는 승리하는 순간에도 빠지지 않는다. 때로는 굉음의 사운드로, 때로는 어두운 조명으로, 때로는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와 흐트러진 초점이 펼쳐지는 것이다.론 하워드 감독의 <신데렐라맨>은 실존 스포츠영웅을 생활인의 각도에서 포착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지닌 책임감이 승리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새로운 영웅이다. 마틴 스코세스 감독이 <분노의 주먹>에서 권투시합의 전략보다 아내에 대한 질투심을 싸움의 추동력으로 끄집어냈던 것처럼 하워드 감독은 권투영화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이 영화에서 브래독과 그의 아내(르네 젤위거)에게 링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지옥이나 다름없다.권투시합 장면은 언제나 어두운 색감을 띠고 있다. 그러나 선수 자격을 박탈당한 브래독이 권투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장면은 눈부시게 밝게 묘사돼 있다. 브래독에게 권투의 양면성을 포착한 것이다.대공황기란 시대적 배경, 막노동판 노동자로서의 브래독의 삶은 가장이 지닌 힘든 책무를 강화시키는 장치다. 브래독이 재기할 수 있는 에너지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서 찾을 수 있다.이 영화에서 브래독이 경기를 앞두고 훈련받는 모습은 영화가 시작한 지 1시간 15분이나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전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포착된다. 고초가 승리에의 동기를 부여했다는 의미다. 중반부까지 브래독에게 권투시합은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스포츠였을 따름이다.자신을 위한 싸움에서 얻은 승리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가족을 위해 싸움에 임할 때 진정한 강자가 된다.타이틀전을 앞둔 브래독과 챔피언에 관한 묘사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 나 있다. 오만한 챔피언의 주변에는 미녀들이 득실거린다. 겸허한 브래독의 관심은 가족에 집중돼 있다.이 작품은 실존 천재수학자의 삶을 다룬 전작 <뷰티풀 마인드>와 더불어 하워드 감독이 현존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전기영화 감독임을 입증시켰다. 9월15일 개봉, 전체.개봉영화▶인 굿 컴퍼니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파생되는 인간관계를 로맨스와 결합한 코미디. 아버지의 상사를 사랑하게 되는 딸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감독 폴 웨이츠, 주연 스칼렛 요한슨, 토퍼 그레이스, 데니스 퀘이드▶박수칠 때 떠나라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용의자가 7명으로 압축된다. 수사과정이 생중계되면서 새로운 양상들이 거듭 노출되는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는 동안 킥킥거리는 웃음이 계속 나올 만큼 유머가 풍부하다. 감독 장진, 주연 차승원, 신하균▶오픈 워터작은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연인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마치고 물 위로 올라왔을 때 보트가 사라져 경악한다. 두 연인은 이후 상어떼의 습격을 받고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감독 크리스 켄티스, 주연 대니얼 트래비스, 블랜처드 라이언▶웰컴투동막골박광현 감독의 전쟁코미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북한 군인과 미군이 오지마을에 스며들어 주민들에게 서서히 동화된다. 전쟁의 어리석음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주연 강혜정, 스미스 태슐러, 신하균, 정재영▶초승달과 밤배정채봉씨의 동명동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섬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곱사등이 소녀와 오빠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수를 상기시킨다. 강부자가 할머니 역을 맡았고 양미경이 출연한다. 감독 장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