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김상헌 취재팀장지난 7월 초 거함 KTF호를 이끌 새 사령탑에 취임한 조영주 사장(49)을 8월30일 오후 대치동 본사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에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조사장은 “경영구상을 구체화하고 사내외 경영 현안을 챙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근황을 밝혔다.취임 당시 패기 넘치는 ‘젊은 CEO’로도 관심을 모은 조사장은 KTF의 미래 10년을 여는 경영의 핵심과제로 ‘1등 사업 추진을 통한 1등 KTF’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KTF를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산타마리아호로 만들자”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콜럼버스가 미지의 신대륙을 찾아나선 것처럼 고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블루오션 서비스를 발굴하자는 것.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조사장은 인터뷰에서 유난히 무선데이터사업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단말기 고도화와 네트워크 진화에 따라 고용량, 고품질 콘텐츠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데이터서비스 환경 개선으로 무선데이터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라는 설명이다.조사장은 1979년 제15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체신부를 거쳐 82년 KT 창립 때부터 근무했다. KT IMT사업기획단장을 지냈고 2001년에는 KT의 IMT-2000 사업법인인 KT아이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 KT아이컴이 KTF와 합병된 뒤 KTF 네트워크부문장, KTF 대외협력부문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했다.취임 2개월이 지났습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KTF라는 거함의 항로가 선장이 바뀌었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요. 다만 암초와 태풍 등 다이내믹하게 바뀌는 주변환경 속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게 제 역할일 것입니다. 따라서 취임 후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사업추진력을 배가시키는 데 애써왔습니다. 전임사장의 뜻을 이어받아 ‘1등 서비스’, ‘혁신 KTF’, ‘열린 경영’을 단계적으로 실천할 생각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곡의 해석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새롭게 펼쳐지는 컨버전스시장을 주도하게 될 KTF를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1등 KTF’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무엇입니까.제가 생각하는 1등 서비스는 단순히 숫자상의 1위가 아닙니다. KTF의 매출증대와 가입자 확보에 기여하고 시장흐름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1등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음성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무선데이터 등 신규사업 영역에서는 ‘1등 블루오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지난 상반기에 폰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K-Ways와 세계 최초의 대용량 3D 모바일게임인 GPANG 등은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 서비스만은 KTF 것이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서비스를 계속 늘려갈 생각입니다.그렇다면 KTF만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요.유무선 통신융합과 산업간 융복합화가 진행되면서 컨버전스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통신전문기업 KT그룹의 일원으로서 컨버전스 사업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최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KTF만의 자랑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KTF는 ‘젊고 도전적인 혁신문화’와 우수한 젊은 인재를 갖고 있습니다. 고객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굿타임 경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부터 CSO(Chief Servant Officer), 즉 ‘고객섬기미’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각오입니다.‘혁신 KTF’를 이끄는 인재란 어떤 사람인가요.제가 생각하는 핵심인재는 5C를 가진 사람입니다. 5C는 Challenge, Charge, Champion, Charm, Character입니다. 즉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 더 어려운 것을 해내려는 도전정신, 그리고 소신과 패기, 신선한 사고로 문제점을 주체적으로 개선해가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도전정신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기 분야 최고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선배나 후배,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인 ‘휴머’, 그러니까 휴머니즘과 유머를 함께 가진 사람이 진정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KTF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차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협력사들과 지분참여, 공동투자 등 최적의 제휴ㆍ협력 모델을 구축해 함께 시장 파이를 키우는 상생경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CP(콘텐츠 제공자)들이 ‘놀 수 있게 하자’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많은 CP들이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더불어 그룹 시너지 제고와 산업 조기 활성화를 위해 KT, KTF, KTH 등이 참여하는 그룹 ‘콘텐츠협의회’도 적극 활용, 콘텐츠의 공동제작, 구매, 활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발신번호표시 서비스와 SMS 등 이동통신 요금 인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요금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조사자료에 의하면 SMS 요금의 경우 폴란드의 15% 수준입니다. 또 KTF와 같은 후발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행정당국에 의한 인위적이고 일률적인 요금인하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내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금을 낮춰서 고객에게 약간의 이익을 나눠드리기보다 얻은 이익을 과감히 투자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보답하는 게 사회 기여도가 더 높다고 봅니다.KT와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회사간의 합병은 시장환경 변화와 정부규제, 주주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회사의 사업과 재무환경 변화 등 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진행되는 것입니다. 고객의 수요가 유무선사업자간 합병을 기대하는 수준으로 성숙되고 또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분명해야 합니다. 정부정책이나 법ㆍ제도 환경이 합병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선진화돼야 하고요. 따라서 제가 합병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합병의 타당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KT와 KTF가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소모적인 합병논의가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에티켓을 강조한 KTF 모티켓 캠페인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모바일 강국이 되기 위해 고객이 지켜야 할 것도 있다고 봅니다.모바일과 에티켓을 합친 말인 ‘모티켓’은 세계 최고의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모바일 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프라와 ‘똑똑한’ 소비자를 갖고 있어 전세계 IT산업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IT산업 자체 경쟁력 못지않게 IT 이용과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KTF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문화 선도를 위해 ‘모티켓송’, ‘예절부대’ 등의 인터넷 제작물을 만들어 홍보를 시작했습니다.사무관으로 출발해 젊은 나이에 사장자리까지 오르셨습니다.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저는 사실 CEO가 꿈은 아니었습니다.(웃음) 예전만 하더라도 평사원이 CEO를 꿈꿀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은 아니었으니까요. 창업자이거나 그 2세대는 돼야 경영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누구나 꿈을 키우고 노력을 한다면 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CEO가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분명 수많은 정보가 나와 있을 겁니다. 저는 굳이 비결을 꼽으라면 ‘문사철’(문학ㆍ역사ㆍ철학)을 중시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라고 할지라도 문학과 역사, 철학에 대한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지 않으면 CEO가 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문학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CEO 자리에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워두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약력: 1956년생. 73년 대구 계성고 졸업. 78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79년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80년 체신부 사무관. 94년 서울대 대학원 공학 박사. 95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 수료. 96년 한국통신 초고속통신추진본부 종합물류망사업국장. 98년 한국통신 기획조정실 공정경쟁총괄팀장. 2001년 KT아이컴 대표이사. 2003년 KTF 부사장. 2005년 KTF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