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지난 6월1일 LG투신운용과 우리투신운용의 합병사인 ‘우리자산운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합병 이후 우리자산운용은 수탁고 기준 5대 자산운용사의 반열에 훌쩍 뛰어올랐다.합병 전 LG투신운용은 인덱스펀드와 배당형펀드, 장기채권형펀드에 강하다는 평을, 우리투신은 신용분석시스템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합병사인 우리자산운용이 이들 장점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융합,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여기에는 백경호 우리자산운용 사장(44)의 도전장이 한몫 했다. 백사장은 “2007년까지 톱3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고 선포했다. 올 가을에는 부동산펀드를 내놓고, 이어 국외투자형과 임대형펀드, 파생상품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유례없는 시도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와의 제휴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합병 직전 취임한 백사장은 이렇듯 연일 시간을 쪼개가며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39세에 주은투자신탁운용의 사장에 올랐던 그는 줄곧 운용사의 대표이사로 일해 왔다. 실무형 CEO로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백사장에게 향후 계획과 업계 동향을 들어봤다.합병작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만 단기간에 자리를 잡은 모습입니다.아직까지는 합병작업 중입니다. 최소한 1년은 내부의 화학적 융합 과정이 필요합니다. 합병 속도가 다른 조직보다 빠르고 합병으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자산운용사가 급증했습니다. 토종업체와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실력 비교를 하신다면.앞으로 자산운용업계에서 토종과 외국계의 구분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사실 토종과 외국계는 국내시장만 바라볼 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국내투자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옵니다. 고객의 입맛이 다양해졌고, 수급 측면을 바라봐도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해서죠. 투자처를 외국으로 확장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해외자본 또는 해외 인적 네트워크와 결합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펀드매니저 등의 투자전문가를 채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적ㆍ인적자본의 울타리와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거죠. 앞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자본의 주체가 국내인지, 해외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될 겁니다. 이보다는 누가 더 자산을 잘 운용해주는지 여부가 고객의 운용사 선택을 좌우하게 됩니다.주가 네 자릿수 시대는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선 큰 기회로 보입니다.사실 주식시장 활황은 예전에도 몇 차례 겪었습니다. 과거 바이코리아 열풍 시절과 그전 80년대의 주식호황 등이 있었죠. 하지만 과거 좋은 시절의 주가 고공행진은 얼마 못 가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과거의 이런 경험은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에서 초래됐다고 봅니다. 펀드상품을 고객에게 팔 때 ‘무조건 대박이다’고 말하는 등 원칙 없는 방법을 써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상품이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또 고객이 재산을 전부 투자하는 대신 적절히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상품의 위험도를 고지하고 투자방법을 정확히 가이드한 뒤 사후관리까지 제대로 해야 안정적, 장기적인 주식투자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상품 다양화를 위해 자산운용업계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최근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난 적립식펀드는 사실 투자방법이지 펀드 종류는 아닙니다. 일반인들이 펀드의 종류로 주식형, 채권형 정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모를 뿐 펀드는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선박펀드는 일례일 뿐입니다. 파생상품과 위험관리기법을 이용한 펀드, 국내외 상품을 섞어 리스크를 줄인 펀드, 금ㆍ석유와 같은 실물자산과 주식을 섞은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채로운 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전망입니다. 적립식펀드로 일반인의 장기투자에 대한 투자가 높아졌듯이 상품 다양화를 통해 분산투자에 대한 이해 또한 높아지길 바랍니다.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투자교육도 활발합니다. 우리자산운용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투자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우리자산운용은 어린이 투자교육 준비과정에서 일선 학교 교사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대다수의 교사들이 투자교육을 하려고 해도 적당한 책도 없다며 콘텐츠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의견을 종합한 뒤 투자교육 콘텐츠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우리자산운용은 ‘아이러브펀드’라는 만화로 배우는 펀드투자 책조차 발간했습니다. 앞으로도 풍부한 콘텐츠가 담긴 투자교육 책을 꾸준히 낼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NHN과 금융교육 제휴를 맺고 ‘우리쥬니어네이버펀드’를 만들었습니다. NHN의 어린이 포털사이트인 쥬니어네이버에는 400만명의 어린이가 가입돼 있습니다. 이들 어린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자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 겁니다. 앞으로는 백화점 문화센터, 인터넷 주부 전용 포털 등과 손잡고 주부 대상의 투자교육 이벤트도 펼칠 겁니다.오는 12월 퇴직연금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퇴직연금시장은 분명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해외의 경우 초기에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지만 일정 시점에 이르면 아주 빠른 속도로 도입을 하더군요. 2010년 퇴직연금의 시장규모는 100조원 이상, 10년 후인 2015년 안에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기회가 됩니다. 먼저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장기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의 저변을 확대한 적립식펀드도 기껏해야 3년 정도를 가입 신청한 경우가 많지만 퇴직연금을 통해서는 짧으면 10년, 길면 30년 동안 장기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퇴직연금으로 투자자 교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자산운용업계에게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퇴직연금 가운데 확정기여형(DCㆍDefined Contribution)을 선택한 근로자는 안정형 또는 공격형 등 투자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 할지라도 어떤 형태의 투자법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1년 후의 퇴직연금 성과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국민이 투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퇴직연금은 대다수의 국민이 투자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교육의 장이 됩니다. 퇴직연금 외의 개인자산운용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요.자산운용업계의 매력은 매일 매일이 다르다는 겁니다. 다이내믹한 일상에 애착도 크고 재미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돈을 맡길 때는 잘 운용해 줄 것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직원들에게 고객의 돈을 제대로 운용해야 할 의무를 강조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좋은 자산운용사, 좋은 직원이 되려면 ‘생각이 젊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내 금융업계의 변화속도는 그 어떤 분야보다 훨씬 빠릅니다. 금융계 패러다임의 변화속도를 따라잡고, 더 나아가 앞지르기 위해서는 생각이 젊어야 합니다. 젊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분위기를 ‘펀’(fun)하게 만들어야죠. ‘펀’한 조직이 강한 조직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미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목표는 종합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실물자산펀드 등 여러 상품을 총망라하는 운용사가 되겠습니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자산운용업에 개인의 관심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요구에 맞는 수많은 상품 카테고리를 준비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로 키울 계획입니다. 현재 자산운용업계에서 5위인 반면, 2007년까지 3대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습니다. 업계 톱3에 드는 건 불가능한 계획이 아닙니다. 우리금융그룹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 ‘차별화 전략’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은 IB(투자은행)업무가 특히 강합니다. 우리금융그룹 다른 계열사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좋은 회사를 발굴, 펀드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채권형펀드를 만들어 내겠습니다.약력: 1961년생. 86년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 88년 부산대 경제학과 석사. 95년 재경원 장관 표창(채권시장 발전 기여). 2000년 한국주택은행 자본시장본부 본부장직대. 주은투자신탁운용 사장. 2002년 국민투자신탁운용 사장. 2004년 KB자산운용 사장. 2005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