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석브랜드 쇼메는 한국진출 7년째인 올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한 해 동안 한국 음악 발전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음악인을 선정, 후원하는 ‘제1회 쇼메음악인상’을 제정한 것. 사회 각계각층에서 추천받은 음악인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해 한 명의 음악인을 선정하는 행사로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1만5,000유로의 상금과 부상(쇼메 제품)이 주어진다. 쇼메코리아가 이처럼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활동인 메세나에 적극 나설 계획을 밝힘에 따라 프랑스 본사의 띠에리 프리취 회장(50)이 행사 홍보차 방한했다. 오는 11월11일 시상식이 있게 될 제1회 쇼메음악인상에 대해 그는 “쇼메의 창조적인 정신과 예술의 창조성은 일맥상통한다”면서 고무된 모습이었다. 명품브랜드로는 드물게 파리 방돔광장에 아틀리에를 갖고 있는 쇼메는 나폴레옹시대 왕실 전용 보석상에서 시작된 브랜드다.225년의 전통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리취 회장으로서는 “쇼메 아틀리에 장인들의 창조적인 작업과 음악가의 창조적인 활동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의 이번 방한은 쇼메음악인상 제정뿐만 아니라 급팽창하고 있는 아시아시장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 프랑스를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쇼메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다. 전체 매출의 50%나 차지하는 아시아시장 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프랑스 경영대학원 에섹(ESSEC)을 졸업한 프리취 회장은 P&G에서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친 뒤 까르띠에 프랑스 본사와 벨기에 지사를 거쳐 2001년부터 쇼메를 대표하고 있다. 그는 일반 제조업체와 명품업체를 고루 거친 까닭에 “명품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일반재화와 달리 제조에서 유통, 구매 후 서비스까지 부가가치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명품시장의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제1회 쇼메음악인상의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보석은 창조적인 작업 후에 만들어지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보석은 역시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예술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에서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쇼메음악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쇼메와 음악은 인연이 깊습니다. 쇼메 본사 2층에 있는 쇼메박물관은 음악가 쇼팽이 마지막 생을 다할 때까지 지내며 수많은 명곡을 남긴 곳입니다. 또한 시상식(Award)과 인지도(Awarenes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명성을 높여주는 데 이번 음악인상 행사가 큰 힘이 될 겁니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일도 되리라 기대합니다.문화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셈인데요. 문화마케팅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문화마케팅이라니요. 저는 메세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흔히 문화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저는 문화와 마케팅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봅니다. 마케팅은 광고나 홍보전략을 뜻하는 기술적인 용어입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순수한 후원활동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라는 말과 함께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죠. 쇼메가 창조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예술활동을 지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쇼메 음악인상과 같은 메세나 활동도 마찬가지로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특정한 방향과 컨셉을 지정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겠다는 게 메세나에 임하는 철학이라고나 할까요.쇼메 이전에 P&G와 까르띠에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압니다. 일반소비재와 명품의 마케팅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경영학을 공부하고 나서 처음 한 일이 P&G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 것입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명품산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P&G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던 중 85년에 까르띠에로 옮겨 명품마케팅을 처음 접했습니다. 마케팅을 먼저 배우고 명품을 접하게 된 셈입니다. 지금은 명품시장이 크기 때문에 명품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명품시장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무엇보다 소비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명품산업은 다릅니다. 아이디어 발상과 소재선택, 제조, 유통, 구매 후 서비스까지 일반제품과 차별화되는 부가가치가 있어야 비싸도 살 만한 ‘명품’이 되는 겁니다.세계적으로 VIP고객을 상대하는 명품시장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럭셔리 마켓’은 그야말로 소수를 위한 비즈니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명품시장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대중화’입니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 명품산업이 품위를 유지하려면 부가가치를 계속 개발해야 합니다. 이윤추구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요즘 VIP고객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윤추구에 급급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이런 경우 다시 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어렵습니다.요즘은 그래서 VVIP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습니까.이제는 VVIP소비자에 대한 관심 정도가 명품과 일반소비재의 차이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대개는 특정 제품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면 같은 제품의 프리미엄 라인을 새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쇼메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쇼메는 아틀리에를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VVIP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먼저 만든 후에 VIP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만든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VVIP를 위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 후에 이를 좀더 대중화된 제품으로 내놓으면 ‘오트쿠튀르’(고급 맞춤의상) 정신이 브랜드 전체에 반영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특히 VVIP를 ‘Very Very Important Princess’라고 풀이하곤 합니다.늘 고객을 공주처럼 대하라는 얘기입니다. 모든 고객은 언제라도 VVIP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청바지 차림의 여대생 2명이 쇼메 아틀리에를 매우 부끄러워하며 방문했습니다. 입구에서 망설이는 여학생들을 쇼메 직원들이 공주를 대하듯 친절하게 맞아줬습니다. 이 두 사람은 후에 요르단 여왕과 주프랑스 요르단 대사가 됐습니다. 어느 날 요르단 대사와 식사를 하던 중 “여왕님이 쇼메 제품을 무척 좋아하더라”는 코멘트를 한 뒤 곧바로 이 일화를 듣게 됐습니다. 결국 평범한 여대생이 VVIP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고객을 공주처럼 대한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될 겁니다.많은 명품브랜드에서 아시아 시장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쇼메는 6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그룹(LVMH)에 속한 회사입니다. 따라서 그룹 전략에 따라 아시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만에 새로 매장을 열었습니다. 또 2~3년 내에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매장을 여는 등 아시아 투자와 공략이 점차 가시화될 것입니다.한국소비자는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외국기업으로서 이 같은 점이 경영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지요.저 역시 한국고객에 대해 ‘무척 눈이 높고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은 역사와 문화가 오래된 나라입니다. 그런 전통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시각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쇼메가 이곳에서 승부수를 띄워볼 만한 이유도 역시 이것 때문입니다. 쇼메는 하루아침에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죠. 쇼메 역시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역사가 있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한국고객의 특성과 잘 맞물린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역할에도 적극적이어서 다음 제품개발에 큰 도움이 됩니다.약력: 1955년생. 80년 프랑스 에섹(ESSEC) 졸업. P&G 프로덕트 매니저. 85년 까르띠에 프랑스 본사 마케팅매니저. 88년 까르띠에 벨기에 마케팅 디렉터. 90년 까르띠에 프랑스 이사(매니징 디렉터). 94년 크리스토플 이사(매니징 디렉터). 2000년 크리스토플 대표이사. 2001년 쇼메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