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제작여건 때문인지 연극계에 2인극이 유난히 많은 요즘, 더 이상 ‘모노드라마와 2인극=최루성 공연’이라는 방정식은 통하지 않는다. 윤석화, 김성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보여준 모노드라마는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았고 대표 여배우 박정자가 열연한 2인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역시 모녀관객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같은 2인극 형식인 <주머니 속의 돌>(원제: Stones In His Pockets)은 완전히 다른 화법을 구사한다. 언뜻 무겁고 어두운 내용일 것 같지만 오히려 코믹하고 가볍기까지 하다.이를 가능케 한 것은 우선 원작의 탄탄함이다. 2000년 6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코미디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국 투어공연까지 이어졌던 작품이다. 영국 최대 연극상인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베스트 코미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인당 평균 8.5역을 소화해내면서 주인공과 엑스트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배우들의 캐릭터 변신은 모두 분장실이 아닌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뤄진다. 연극적 약속에 의해 캐릭터에서 캐릭터로 자유로이 넘나드는 ‘코믹탈의극’ 형식을 취한다.공연은 이제 영국에서 한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이 같은 원작의 형식을 고수한다. 그리고 이를 도운 것은 박철민ㆍ최덕문, 홍성춘ㆍ서현철 콤비의 더블캐스트로 이뤄진 배우들의 공이다. 분장이 아닌 연기만으로 여러 인물을 넘나드는 비결은 목소리와 말투, 톤의 변화 등이다. 연기파 배우들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다.여기에 깔끔한 연출력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이 작품을 묘사할 때 ‘연극적 상상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연출 때문이다. 소극장 무대에는 여러 개의 나무기둥이 세워져 있고 여기에는 모자와 선글라스, 지팡이 등이 걸려 있다. 바로 이것이 각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비밀이다. 주인공 김갑택이 모자를 쓰면 여배우 나주리가 되고 나주리가 선글라스를 쓰면 감독이 된다. 감독이 얼굴에 점을 붙이면 김비서가 된다. 이 작품은 영국 원작이지만 완벽한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을 새로 달았다. 한적한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 나타난 할리우드 영화제작진, 그리고 이 사건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그린 이 작품에서 아일랜드는 강원도로, 아이리시 억양은 강원도 사투리로, 그리고 할리우드는 서울로 바뀌었다.이렇게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완벽한 한국화 작업을 거치면서 100분의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해학적인 작품이 됐다. 하지만 포복절도 속에도 아쉬움은 있다. 주머니 속에 돌을 채워 넣고 자살한 철구의 이야기는 허구보다 더 허구적인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파괴되는 시골마을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슬퍼야 할 ‘철구’의 에피소드마저 희화화된 강원도 사투리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에 비해 아직은 대중에 생소해 영화, 연극에서 두루 쓰여 온 강원도 사투리도 이제는 코미디의 상징으로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다. 10월30일까지/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41-3391뮤지컬 - <피핀>진정한 인생의 의미 찾는 여정1970년대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히트 뮤지컬인 <피핀>은 72년 초연 이후 77년까지 1,950여회 공연됐다. 73년에는 토니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5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다. 2000년 6월에 리바이벌 되기도 했다. 9세기 서로마제국의 프랑크왕국을 배경으로 찰스 대제의 아들인 피핀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피핀>은 특히 밥 포시의 수준 높은 안무와 기존 뮤지컬 장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에서 활약한 서재경이 주연을 맡았다.11월18일~2006년 1월15일/충무아트홀 대극장/02-501-7888공연&전시▶로메로스 기타 콰르텟 내한공연로메로스는 1960년 전설적 기타리스트인 아버지 셀레도니오 로메로와 그의 세 아들로 창단된 클래식 기타 4중주단이다. 지난 96년 셀레도니오가 타계한 뒤 셀린 로메로, 페페 로메로, 셀리노 로메로, 리토 로메로로 새롭게 구성돼 음악 가족의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최근 로메로스는 워싱턴, 뉴욕, 인디애나폴리스,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투어를 진행 했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도 지속적으로 연주하고 있다.10월22일ㆍ예술의전당/10월23일ㆍ호암아트홀/02-586-2722▶가무극 <바리><바리>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바리공주에 대한 무당의 노래인 ‘버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신화 속에 담긴 한국의 정체성, 다양성, 보편성을 끌어내 한국적 가무극으로 발전시켰다. 버려졌던 바리공주가 자신을 던져 지옥의 생명수를 구하고 병든 나라와 죽어가는 아비를 구하는 여성 영웅 신화로 그려지고 있다.11월4~9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23-0985~7▶연극 <늙은 부부이야기>2003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황혼의 나이에 만나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단락으로 구성해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를 숨가쁘게 구성했다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이순재ㆍ성병숙 커플과 이호성ㆍ예수정 커플의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된다.10월29일~2006년 1월1일/소극장 축제/02-741-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