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펀드 중에서 어떤 상품을 가입해야 할까?”큰맘 먹고 적립식펀드 가입을 결정한 투자자들은 첫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적립식투자 붐을 타고 펀드의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름만 봐서는 알듯 모를 듯한 수많은 펀드 중에서 내 몸에 꼭 맞는 상품을 고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가폭등으로 상위권 펀드와 바닥에 있는 펀드의 수익률 격차가 불과 1년 만에 100%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갓집 혈통 보고 고른다 =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혈통 좋은 펀드에 가입하는 게 속편하다. 최소 3년 이상 지속적으로 탁월한 수익을 올린 펀드를 찬찬히 살펴보면 다들 그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강세장과 약세장을 겪으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려온 과거에서 미래 수익률을 읽을 수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펀드가 대표적인 상품들이다. 좋은 혈통의 종마 두 마리를 보는 것 같다. 수익률, 규모, 운용기간 어느 면으로 보나 두 펀드의 성적표는 압도적이다. 2001년 처음 설정돼 만 4년이 넘은 장수펀드지만 여전히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10월9일 현재 6개월 수익률이 각각 26.77%, 25.40%로 주식형펀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디스커버리펀드가 320.92%, 인디펜던스펀드가 328.26%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삼성전자, 현대차, 신세계, 국민은행, 현대건설, KCC…. 두 펀드에 편입된 주요 종목은 대부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업종 1등주다. 전자, 자동차, 유통, 금융 등 각 업종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업종대표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물론 업종대표주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가 간판상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장성이 큰 대형주를 남보다 빨리 발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40명이 넘는 자산운용업계 최대의 펀드매니저 군단은 두 펀드가 고수익을 거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성장성을 보유한 업종대표주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업종에서 가장 비중이 큰 종목이 아니라 해당 업종의 ‘성장성’을 대표하는 종목을 골라 시장을 주도했다는 뜻이다.오랜 역사를 지닌 명문펀드로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그로스 주식펀드’를 빼놓을 수 없다. 99년 시작해 6년이 넘는 연륜을 자랑하는 템플턴그로스는 ‘가치투자’라는 템플턴식 투자법을 꿋꿋하게 지켜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5년 뒤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 장기보유하는 투자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움직임이 다소 둔한 편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주도주를 발 빠르게 바꾸는 시장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강세장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과거 명성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여전히 느긋하다. 저평가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철학을 꾸준히 유지시켜 나가고 있어 지금 다소 미흡해도 고객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기영 주식운용팀 부장은 “자산운용업은 마라톤과 같은 것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흥 명문펀드에 승부를 건다 = 역사는 짧지만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압도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들이 눈에 띈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장을 맞아 새로운 운용전략으로 무장한 신흥 명문펀드들이 전통의 강호를 앞서고 있다.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 주식형펀드는 업계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소형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162.46%, 6개월간 53.8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1년 수익률이 30~40%대에 머무르는 다른 펀드들과 비교해 4~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최근 유리스몰뷰티주식형은 1인당 월 10만원 이상 최고 1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펀드규모가 단기간에 커질 경우 운용철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스몰뷰티 주식형펀드의 성공은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 종목의 제자리 찾기로 요약할 수 있다. 중소형주 주가상승률이 대형주를 압도하면서 펀드수익률이 확 올라간 것이다. 유리측은 발로 뛰어 찾아낸 알짜 중소기업이 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종익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 팀장은 “하루에 2~3개 기업을 방문하는 강행군으로 현재까지 1,500여개 전체 상장사의 3분의 1을 넘는 500개사를 탐방했다”고 말했다.한국투자신탁운용의 ‘부자아빠 거꾸로’펀드는 신흥 명문펀드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2003년12월에 설정돼 2년이 채 안됐지만 탁월한 수익률로 이제는 전통명문의 반열에 올라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 78.36%로 업계 최상위권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 펀드는 ‘내재가치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종목을 조기 발굴’하는 가치주 펀드를 표방한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매주 50여개, 매달 200여곳 이상의 기업을 탐방해 발굴한 종목으로 펀드가 채워져 있다.현대백화점H&S, 동아제약, 롯데삼강, KCC 등 중견 우량주와 좋은사람들, 네패스, 에이디피 같은 소형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형펀드라면 으레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편입비중이 다른 펀드보다 훨씬 낮다. “블루칩은 시장 전체가 보고 있는 주식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평가가 일어날 틈이 없어요. 그 순간 누군가가 사가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남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저평가주를 사서 관심이 높아질 때 파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성우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 팀장의 설명이다.◆ 배당주펀드로 안정수익 노리자 = 배당주펀드는 고배당주를 집중적으로 편입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가 움직임이 안정적인 배당주를 편입하고 있어 하락장에선 시장보다 조금 떨어지고 상승장에서는 시장보다 낮게 상승해 수익률 변동성이 낮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공격적인 주식형펀드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 즉 저위험ㆍ중간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실제로 배당주펀드를 운용하는 담당자들은 금리보다 조금 높은 10%선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하지만 최근 수년간 배당주펀드가 올린 실적은 이 같은 공식을 무색케 한다. 배당주펀드 대표주자인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펀드’와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는 지난 1년간 53.59%, 53.13%의 수익을 올려 전체 주식형펀드 중 최상위권의 실적을 올렸다. 저금리 정착에 따라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2002년 4월 설정된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의 현재 수익률은 112.73%로 약 3년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의 인기배경은 단순히 수익률이 높기 때문은 아니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배당펀드의 철학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강세장을 맞아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의 6개월 수익률이 20.72%로 상위권 주식형펀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이에셋자산운용은 배당펀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자신들의 운용철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재환 세이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안정적인 배당과 주가상승이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에 장기투자한다는 운용철학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신영투신운용은 크지도 않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회사다. 하지만 재테크 고수들 사이에서는 알짜 회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펀드’는 신영을 알린 대표상품이다. 2003년 5월 설정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112.62%의 수익을 올렸다. 이 펀드는 하락장에서도 고객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펀드를 채우고 있는 종목들이 대부분 우량가치주로 ‘주가가 빠져도 가슴이 푸근한 종목’으로만 골랐기 때문이다. 허남권 이사 등 5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펀드매니저들이 매일같이 발품을 팔아 선정한 종목들이다. 이동수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는 “배당주펀드의 특성상 과거의 높은 수익률만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주가하락 때 방어를 바라는 위험회피적 투자자, 기존 성장주 투자펀드 가입자 중 분산투자 희망자가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