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과 서비스, 더욱 맘에 든다.’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발표한 ‘2005년도(제14차)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역대 어느 해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103개에 달하는 전체 조사 대상 산업의 평균 만족도가 54.8%로 지난해 50.5%에 비해 4.3%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의 만족도는 61.7%로 57.7%에 머물렀던 지난해보다 4%포인트, 서비스업은 52.2%로 4.1%포인트 올랐다.특히 주목되는 현상은 고객만족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전년에 비해 만족도가 하락한 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뚜렷한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97년의 전체 산업의 고객만족도는 41.1%에 불과했지만 2003년 50%대에 진입했고 올해는 54.8%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은 지난해 57.7%에서 올해 61.1%로 사상 최초로 60%대를 돌파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서비스업의 성장도 돋보이기는 마찬가지. 97년 38.7%에서 올해 52.2%로 뛰어올랐다.한두 업종의 성장이 전체 평균을 견인했다기보다 대부분의 업종 점수가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전체 조사 대상 산업 103개 업종의 88%에 해당하는 91개 업종이 지난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락한 업종은 11개에 불과했다. 제조업의 경우 58개 업종 중 52개가 상승했고 서비스업은 45개 가운데 39개의 성적이 좋아져 전 산업에 걸친 성장이 뚜렷했다.이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저가를 내세운 양적 성장에서 고부가가치의 질적 성장 중심으로 체질이 변화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이와 관련, 한국능률협회컨설팅측은 “국가경제의 양적 성장을 평가하는 지표로 GDP 등이 활용된다면, 질적 성장을 평가하는 것이 바로 고객만족도라고 할 수 있다”며 “(고객만족도 향상은) 각 기업이 고객만족활동을 10여년 이상 추진하는 등 고객만족활동이 기업의 경영시스템과 업무처리 프로세스에 뿌리내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의 품질 및 서비스의 개선 등 다양한 고객만족 제공을 위해 노력했고 이것이 만족도의 대폭적인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데스크톱 PC, 만족도 향상률 1위이번 조사는 58개의 제조업과 45개의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이를 다시 34개의 소비재 제조업과 24개의 내구재 제조업, 32개의 일반서비스업과 13개의 공공서비스업으로 나눠 조사의 변별력을 높였다.가전제품, 자동차, 가구, TV 등이 속하는 내구재제조업에서 상위권은 가정용 에어컨, 김치냉장고, 냉장고 등 생활가전제품이었다. 가정용 에어컨이 69.9%로 1위를 차지했고 김치냉장고(66.7%), 데스크톱PC(66.0%), 침대(65.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복사기(48.6%), 엘리베이터(50.6%), 공기청정기(52.7%), 프린터(52.8%) 등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아 대조적이었다.만족도 상승률에서는 데스크톱PC가 독보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12.2%포인트나 상승한 것. 노트북PC도 지난해 53.8%에서 올해 60.8%로 7%포인트 높아져 PC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침대(10.5%)와 일반승용차(5.9%)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이 두 산업은 지난해 만족도가 떨어졌다가 반등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이에 반해 만족도가 오히려 낮아진 업종도 있었다. 피아노는 지난해에 비해 2.0%포인트 낮은 62.2%에 머물렀고 부엌가구는 0.2%포인트 내려선 63.5%에 그쳤다.소비재 제조업에서는 섬유유연제(71.5%), 맥주(69.4%), 주스(69.2%), 고추장(69.0%), 유산균 발효유(68.0%)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섬유유연제의 만족도는 전 업종에 걸쳐 가장 높은 점수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6%포인트 상승한 결과다.스포츠화, 여성내의, 남성정장, 정장구두 등이 중위권이었고 곡물음료, 주방세제, 담배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만족도가 높아진 업종으로는 주스, 간장,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스는 지난해 58.6%에서 올해 69.2%로 무려 10.6%포인트나 오르는 괴력을 뽐냈다. 그 뒤를 이은 아이스크림(64.4%)은 9.9%포인트, 간장(65.7%)은 6.6%포인트 올랐다.최근 합병과 관련해 많은 관심을 모은 맥주와 소주 산업의 만족도가 모두 오른 점도 이채롭다. 맥주는 65.2%에서 69.4%로, 소주는 60.2%에서 62.4%로 점수가 뛰었다.일반서비스업에서는 여가 및 레저와 관련한 산업의 만족도가 두드러졌다. 영화관, 호텔, 피자전문점, 백화점이 1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비해 영화관은 3.4%포인트 높은 68.2%를, 호텔은 2.3%포인트 상승한 66.5%를 기록했다. 반면 할부금융, 편의점, 신용카드, 증권회사, 초고속인터넷통신망 등은 40%대의 낮은 만족도에 그치며 최하위권을 형성했다.유통과 관련한 산업의 약진도 돋보였다. 백화점이 4.7%포인트 상승한 64.1%의 만족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형서점, 대형할인매장, TV홈쇼핑,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이동전화서비스는 2002년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2년 46.8%에서 올해 55.1%로 3년간 8.3%포인트 올랐다. 이는 번호이동성제도 등 이동통신업계의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서비스의 질이 동반상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제과점, 택배서비스, 패스트푸드점, 아파트는 오히려 점수가 낮아졌다. 특히 아파트는 지난해 56.2%에서 올해 52.1%로 가장 큰 폭으로 만족도가 떨어졌다.공공서비스업의 만족도는 유난히 낮은 모습이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우편서비스업의 만족도가 63.6%에 그친 것을 비롯해 전력(61.2%), 시청ㆍ구청ㆍ동사무소(50.6%) 등 상위권 산업의 점수는 다른 산업의 중위권이나 하위권의 만족도에 머물렀다. 중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48.0%), 수도(45.9%), 고속도로 관리사무소(44.8%) 등은 40%대의 만족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하위권 산업의 만족도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기록을 남겼다. 최하위인 경찰서와 파출소는 28.8%에 불과했고 교육서비스는 29.2%로 꼴찌를 다퉜다. 20%대의 만족도는 이 두 산업뿐이다. 그나마 교육서비스는 지난해에 비해 10.4%포인트 성장해 10%대에서 탈출했고 경찰서 및 파출소는 1.9%포인트 성장한 결과다.이에 비해 시내 노선버스의 만족도는 무려 11%나 상승해 비교가 된다. 이는 서울시의 노선버스 체계 개편에 대해 시민들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풀이했다.고객지향적 업무 프로세스 절실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이번 조사 결과와 함께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4가지 제언을 덧붙였다.우선 고객의 소리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전달되는 고객의 소리는 ‘항상’ 옳으며 고객의 불평은 고객의 잘못이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기업의 잘못에서 나오는 것임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전체 고객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고객은 불만에 대해 침묵한다는 사실에 기업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묵하는 고객은 대체로 아무런 말없이 떠나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 끔찍한 일이 분명하다.따라서 기업은 침묵하는 고객의 마음을 사전에 파악해 지속적으로 붙들어둘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고객은 기업 밖에 있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사회를 발전시키는 공동체라는 시각’도 절실하다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강조했다.단순한 친절을 넘는 고객지향적 업무 프로세스도 구축해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고객 중시’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고객을 위한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고객의 가치를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욱이 기업 내부에서는 직원들에게 단순히 표면적인 친절과 예절을 강조하는 사례가 많아 우려된다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측은 밝혔다.고객만족경영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가 고객지향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밝은 미소로 친절한 응대를 하려면 이를 방해하는 기업 내부의 복잡한 업무처리 절차와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작업이 활성화될 때 고객에게 참된 만족을 제공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다는 조언이다.서비스 강화를 통한 고객충성도 향상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향후 국내 시장환경은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따라서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고품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생존의 키워드가 됐다. 과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단지 비용으로 인식해 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진정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유지와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기업의 특정한 서비스를 브랜드화(서비스 아이덴티티 구축)하는 것도 요긴하다.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은 바람직한 연상들이나 서비스 가치 또는 의미를 구축해 경쟁사와 구별되는 서비스의 비전, 목표, 문화를 구축해 무형의 서비스를 마치 유형의 상품처럼 느끼고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별하게 되며 고객은 기업에 한걸음 더 다가오게 된다는 설명이다.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KCSI)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두 가지였다. 우선 각 산업 및 기업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각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국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고객만족도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김영찬 연세대 교수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김교수에 따르면 KCSI가 높은 기업들이 낮은 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 증가 속도가 빠르며 특히 당해연도보다는 1년 후, 1년 후보다는 2년 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의 고객만족도를 항상 모니터링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만족활동을 기본적인 프로세스로 여기고 중시해야 한다고 김교수는 거듭 강조했다.KCSI 조사의 또 다른 목적은 소비자 권익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었다. 보다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산업의 주체들이 분발하면 결국 그 과실이 소비자들의 몫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조사는 일대일 면접으로 진행됐다. 면접원들이 직접 소비자들의 가구를 방문해 조사를 실시한 것. 올해는 서울과 수도권,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비자들을 모집단으로 삼았으며 총표본수는 1만944명이었다. 조사기간은 지난 5월24일에서 8월19일까지로 대략 3개월이 걸린 대규모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