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75%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마케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마케팅학의 거두인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굳이 필립 코틀러 교수의 어록을 들지 않더라도 현대 기업경영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 마케터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은 제품이 살고, 기업이 성장하는 핵심요소로 떠올랐다.마케팅리더스클럽은 유통업계 마케팅 임원들과 학계 교수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모임이다. 우선 회원의 면면을 보면 국내 주요 소비재업체들의 마케팅 임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임 회장인 김인수 두산SRS 상무(식문화BU장)는 두산 외식사업을 총괄하고 있다.웅진식품의 마케팅 책임자인 가중현 상무는 조운호 전 사장과 함께 연간 매출 50억원의 회사를 2,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송영희 상무는 몇 안되는 국내 대기업 여성임원으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이외에도 국내 대표적인 음료업체 한국코카콜라의 고경곤 상무, 속옷브랜드 비너스로 유명한 신영와코루 마케팅 담당 김상범 상무, 한국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CJ CGV의 김홍성 상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e마케팅을 총괄하는 정용태 부사장,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광고팀의 한승헌 상무 등 쟁쟁한 인물들이 즐비하다.전문가집단에서는 김혜옥 브랜드웍스 대표, 문준열 인사이트 코리아 대표, 이인석 리코시스 부사장 등이 회원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김혜옥 대표는 지난해 7월 바뀐 서울 시내버스 색깔과 디자인을 직접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대표는 2003년에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공식 엠블렘을 제작하는 등 브랜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학계에서는 나운봉 경희대(국제경영학과)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 신철호 성신여대(경영학과) 교수, 전성률 서강대(경영학과) 교수 등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국내외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교수들이 참여했다. 조동성 서울대(경영학과) 교수는 옵서버 자격으로 주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모임은 김상무가 산파역을 맡아 2002년 6월께 만들어졌다. 김상무는 “공부할 기회가 별로 없는 마케팅 임원들과 현장경험이 필요한 마케팅 전공 교수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지인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꾸렸다”고 당시상황을 돌아봤다.기업인들과 교수들의 만남은 그리 흔치 않다. 서로의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편하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리더스클럽은 이런 기존관념을 과감히 깨고 마주치는 손뼉처럼 호흡이 맞는다고 한다. 서용구 교수가 “교수들과 기업 임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진하게 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유대관계도 끈끈하다. 골프모임이나 사적인 술자리도 자주 갖는다. 특히 모임 회원 중 ‘기러기아빠’들은 따로 모여 외로움을 달랜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친목모임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주된 활동은 공부다. 공부에 대한 회원들의 열의가 상당히 높다. 교수 회원들이 직접 강의에 나선다. 주로 자신들이 직접 쓴 논문이나 해외 유명 논문을 요약해 강의한다. 때에 따라서는 전문서적을 교재로 삼는 경우도 있다.회원 소속사의 실전사례를 중심으로 토론하기도 한다. 그동안 ‘다음, 온ㆍ오프간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코카콜라, 코카플레이 성과’ 등을 케이스스터디로 다뤘다. 필요하면 외부강사를 초빙한다. 최근에는 헤드헌팅업체인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사장을 초청해 ‘CEO 브랜드관리’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물론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임도 자주 갖는다. 회원이 운영하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행사도 여려차례 가졌다. 중국 만두점 난시앙, 스파게티 전문점 피에트로, 비즈니스 레스토랑 이현, 숙명여대에서 운영하는 요리학원 르 꼬르동 블루 등이 그동안 다녀온 곳들이다.이외에도 트렌드 따라잡기의 일환으로 서울 청담동의 포장마차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가 하면 재즈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는 등 모임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마케팅리더십클럽은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IPS), 산업자원부와 함께 ‘브랜드 포럼’을 운영 중이며 ‘브랜드 중급ㆍ고급 전문가과정’도 개설했다.앞으로는 서용구 교수가 숙명여대에서 개설해 내년 3월 첫 수업을 시작하는 ‘르 꼬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 MBA’에 회원들이 강사진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는 일반적으로 숙박, 외식, 레저산업군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MBA는 호주(남호주대학교)에 이어 한국(숙명여대), 일본(와세다대학), 멕시코(아나우악대학), 프랑스(MIB대학)에서 개설된다.지난 9월27일 열린 9월 모임은 서울 청담동 ‘난시앙’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이날은 이우정 불스원 사장의 사장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전체 21명의 회원 중 17명이 참석했다.이날 모임에 나온 회원들의 모임 자랑은 끝이 없다. 서용구 교수는 “업계 임원들과 교수들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네트워크”라며 “회원들은 모임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고경곤 상무는 “다른 회사에서 IMC(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벤치마킹하는 기회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송영희 상무는 “다양한 기업의 마케팅 기법을 듣고 많이 배울뿐더러 브랜드나 신제품 런칭 때 코어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자랑했다.마케팅리더스클럽에는 가입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당장 10월 모임에 3명의 신규회원이 자리를 함께한다. 향후 3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케팅리더스클럽의 궁극적 목표는 마케팅 업무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산업정책연구원과 함께 공동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호스피탈리티 MBA’에 회원들이 대거 강사로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인수 상무는 “학계와 업계가 함께하는 자리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마케팅리더스클럽 회원들의 이익은 물론 마케팅업계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