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부산 서구 동아대 사회과학대학. 올해 사단법인 한국인구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최순 동아대 교수(61ㆍ사회 및 사회복지학부)는 기자가 연구실을 찾아갔을 때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아수 감소요인 분석’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인구감소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진다는 것이 그 골자라고 한다.최교수는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속도가 너무 빠른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는 10년 후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경제ㆍ사회의 체제변화에 대비해 정부는 여러 부서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인구문제의 핵심은 여성에 있다”면서 “인구문제를 단편적으로 문제 중심으로만 접근하면 실패하는 만큼 근본적이고도 종합적인 검증을 통해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최교수는 인구 관련 전문연구원인 가족계획연구원과 한국인구보건연구원에서 11년간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다 대학에서 20년 이상 연구를 지속해 인구학 분야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1974년 유엔에서 시행한 세계출산역 조사연구에 참여해 한국출산역 조사를 맡기도 했다.이 때문에 인구감소 대책으로 여성인력활용제도를 개선하라는 그의 대안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빠를수록 시대에 대한 적응도 빨라지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최교수는 요즘 인구문제와 관련해 걱정이 많다. 25세 전후의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고 있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시스템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정책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다.“30세를 넘겨 결혼하거나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죠. 하지만 여성들이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해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힘든 시대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특히 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압박감에 시달리는데다 직장생활을 하다 한 번 그만두면 다시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죠. 성차별, 연령차별, 기혼자를 고용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에선 여성들은 결혼이 선택이고, 만혼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는 정부 차원에서 재교육을 통해 여성들이 언제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성과 연령, 배우자 차별을 없애는 체제를 만들고,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원과 사회교육원을 활용해 다양한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재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최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 대상이 엉망이라며 제대로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 이상을 졸업한 여성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의 정책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저소득 여성들에게 똑같이 출산장려 정책을 쓰면 소비가 높아지고 인구의 질도 떨어지면서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됩니다. 저출산 대책은 대졸 여성들에게 집중하고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복지대책을 마련,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이 나눠져 시행돼야 합니다. 현재 두 방향의 정책을 구분 없이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은 당연히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습니다.”노동력 감소 시대에 들어서면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고 노인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젊은층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게 최교수의 예상이다. 특히 10년 후에는 65세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7% 수준에서 14%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출생률 저하는 인구감소를 가져오고 고령화가 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죠. 수출은 잘되고 내수는 부진한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너무 빠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노령화되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됩니다. 노동력 감소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노동자 수입과 노령자 고용, 여성 배우자 활용의 세 가지가 있는데 수입은 한계가 있어 후자의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 쪽이 효과적입니다.”최교수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재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지원하에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층을 활용해 아파트 내 노인정 등을 활용해 직장여성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방안도 좋다고 대안을 제시했다.장년층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경제자원으로 활용해 성장동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노인층이 겪는 심리적 공허감이나 삶의 질 저하 같은 사회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이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기능공 교육기관 등의 정비를 통해 우수인재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내놓은 생각이다.최교수의 최대 고민은 10년 후 크게 달라질 시대정신이다. 최교수가 가장 좋은 사회보장제도라고 생각하는 가족주의 전통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자녀출산이 노후보장과 가계계승의 효용성을 갖고 있는데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보통 사람들의 삶은 개인주의에 휩싸여 삭막해질 것입니다. 저출산은 가족구성원의 수를 줄이는 한편 가족주의를 붕괴시키고 개인주의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죠. 개인들은 여유시간(웰빙)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생활로 눈을 돌릴 것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크게 늘면서 서양화되는 현상을 그대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죠.”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운동이 인구학 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성들도 가족주의의 장점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여성들이 ‘여성권익’ 찾기에만 집중한다면 여성 배우자들의 재취업 진입에 방해가 됩니다. ‘산후휴가 기간을 늘려달라’는 주장도 당장은 좋지만 여성배우자의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는 부정적입니다, 하지 말자라는 것이 아니라 시대 추세를 봐가면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인구감소와 노령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여성 배우자들의 일자리 확보인데도 취업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먹혀들고 전업주부들의 의견은 반영되기가 힘든 상황이죠. 따라서 여성권익운동이 여성 배우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인구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를 없애나가는 쪽으로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최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학 수용 태세가 부족하다며 종합적인 수용자세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부와 지자체가 인구학에 대한 인식과 데이터가 부족해 사회현상에 대한 예견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80년대부터 출산율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산아제한제도를 시행한 점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젊은 사람들의 취업을 높이기 위해 정년을 단축해 사회부담을 높이는 정부의 정책도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인구의 사회적 흐름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2대 도시라는 부산도 각종 경제ㆍ사회ㆍ산업정책의 틀을 마련하면서 인구학 분야의 기획과 자원배분 접근이 빠져 있고, 기본 데이터는 구축되지 않아 과학적인 대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죠. 재정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전문가가 없는데다 인식부족으로 인구학적 접근이 힘든 실정입니다. 10년 후에 다가올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최교수는 이 같은 현실이 안타까워 우선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구학회, 통계청과 함께 기본 데이터를 반영한 기본서를 제작 중이다. 인구학과 가족사회학, 통계학적 관점에서 인구문제를 정리한 1,000페이지짜리 <인구학 대사전>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인구학회 30년을 기념해 외국에서 사용되는 인구학 분석 틀을 우리 실정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집대성, 발표하는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인구감소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 활용하면 좋은 점도 있다. 인구가 줄면 부동산과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교통이 편리해진다는 것. 특히 환경이 쾌적해질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최교수에게 10년 후 정부와 개인이 준비해야 할 일을 물었다. “정부는 다양한 부서의 정책을 보면서 자녀출산을 할 수 있는 쪽으로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특히 인구문제는 인구에 영향을 주는 출생과 사망, 이동 등의 요인들과 함께 변화하는 사회현상을 잘 반영해 정책을 제대로 시행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특히 결혼 장려책과 함께 여성들이 언제든지 사회로 나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개인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회사 퇴직이 짧은 만큼 노후를 위해 비록 부족하지만 저축과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잘 활용하고 돈을 벌수 있는 제2의 인생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약력: 1944년 경북 선산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70~81년 가족계획연구원ㆍ한국인구보건연구원 책임연구원. 82년 동아대 사회ㆍ사회복지학부 교수(현) 2005년 한국인구학회 회장(현) △저서 및 논문: <현대사회학의 이해> <도시와 농촌: 인구이동과 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