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의 노인들은 평균 55세에 은퇴했고, 평균수명은 63세 정도였다. 또한 자녀는 평균 4~5명 정도. 은퇴 후 수입 없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은 10여년 정도에 불과했으며, 전통적인 경로효친사상이 퇴색하기 전이어서 4~5명에 달하는 자녀들이 노부모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절이었다.그럼 지금 30대 중반으로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세대가 은퇴할 시점인 2030년께로 가보자. 2030년께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5세로 예상되고 있다. 60세에 은퇴한다 하더라도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하는 노후 생활 기간은 20년이 넘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2026년에 65세 이상의 노인들의 인구비율인 고령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상태이다. 70년대에는 노동인구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2030년대에는 노동인구 2.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복지비용의 급격한 증대로 노동인구의 조세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져 있을 것이고, 자녀의 수는 평균 1~2명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어떤가. 벌써부터 저부담 고급여의 현행 국민연금 체제는 필연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아마도 2030년이 되기 훨씬 전에 현행 국민연금제도에 커다란 수술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 방향은 당연히 국민연금 지급액의 축소로 귀결될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퇴직연금이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한 노후준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그렇다면 20년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나긴 노후를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일단은 노후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자금 규모부터 파악해 보자. 최근 한 기관이 은퇴 생활자금을 분석해 놓은 자료가 있다. 그에 따르면 최저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월 150만원, 기본적인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월 210만원,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월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중간 정도의 금액을 잡아서 은퇴 후 월 200만원 정도를 쓰며 살아간다고 가정해 보자. 20여년간의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총 4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금액은 현재 은퇴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금액이다. 지금 30대 중반인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대략 25년 후의 일이므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4% 정도로 가정하면 은퇴하는 시점에서 필요한 자금은 12억원 정도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노후 생활비의 60% 정도는 이를 통해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5억원 정도만 준비하면 계획한 대로의 노후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여기에 질병치료비나 기타 긴급자금을 추가로 준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어쩌면 여기까지 보고 나는 5억원짜리 아파트가 한 채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다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노후에도 분명히 살 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라고 하는 것은 노후 생활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을 줄여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역모기지론으로 노후 생활비를 조달할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모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10년쯤 후에는 국내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감안해 볼 때 이는 대단히 위험한 계획이 될 것이다. 결국 앞서 추산해 본 5억원의 추가 노후준비 자금은 금융자산으로 준비해야만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그러면 현재 준비된 금융자산이 하나도 없다면 앞으로 25년 동안 얼마씩 저축해야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먼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을 생각해 보자. 요즘의 금리가 유지된다고 보면 시중은행 정기적금은 연 4% 단리이자를 지급한다. 25년 동안 모아서 5억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한 달에 111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만일 연 8%의 복리수익률을 내주는 투자상품을 통해 준비한다면 한 달에 52만원씩 투자를 하면 5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 수익률이 12%까지 올라가 준다면 월 투자액은 26만원으로 줄어든다. 세상살이가 너무 바빠서 앞으로 10년간은 정신없이 보내고 45세가 되어서부터 시작해서 15년 만에 5억원을 모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리 4%인 정기적금을 이용한다면 월 213만원을 저축해야 한다.복리 8%라면 월 144만원이 필요하다. 수익률이 12%가 된다 하더라도 월 99만원씩 투자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융자산에의 투자는 수익률과 기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라도 빨리 보다 높은 수익을 내주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적은 돈으로 목표한 금액을 만들어내는 비결인 것이다.노후를 위해 앞으로 25년간 매월 100만원 이상 저축을 할 수 있다면, 시중은행의 정기적금이나 예금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원금손실 위험도 없고, 정해진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므로 고민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노후준비가 중요하다고 해도 한 달에 100만원 이상씩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보다 적은 돈으로 목표한 금액을 만들고자 한다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려야 한다. 그리고 높은 수익률을 내 주는 상품이라면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 투자상품과 친해져야 한다. 다만 적절한 투자전략과 위험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을 통제한다면 내 손으로 노후준비를 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8~12%의 수익률을 내줄 수 있는 노후준비 금융상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은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변액연금이나 변액유니버설보험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가입자가 불입한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그로부터 얻은 투자수익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돼 있다. 상품 자체가 장기투자를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록 위험은 감소하고 수익은 높아지게 된다. 기대수익률은 각 상품 내에 있는 펀드의 주식 편입 비율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평균적으로 6~10% 수준을 기대할 만하다. 이들 상품에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펀드 변경을 해줘야 하므로 이 상품을 판매하는 담당 설계사가 투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고객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점을 꼭 인식해야 한다.또 다른 상품으로는 요즘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주식형 적립식펀드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상당한 위험을 갖고 있지만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투자한다면 단기적인 위험은 상당히 감소하고 주식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일치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다만 주식형 적립식펀드를 통해 노후준비를 할 경우에는 위험분산을 위한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두고 성격이 서로 다른 몇 개의 펀드에 분산 투자해야 하며, 주식시장의 흐름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때 8~12% 수준의 연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보다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채권형이나 혼합형 펀드 또는 보험사의 연금보험 등을 통해 노후준비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의 기대수익률은 연 복리로 5~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미래가 기대한 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준비를 하고 맞이하는 미래와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는 미래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다. 아무런 수입 없이 살아야 하는 20년이 넘는 노후는 누구에게나 닥치게 될 가장 확정적인 미래다. 하루만큼 빨리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되면 그만큼 안정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