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도 예년의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만큼이나 ‘포스트 1,000만관객 시대’의 권좌를 노리는 한국영화 대작들로 풍성하다. <태풍>, <청연>, <야수>, <왕의 남자>, 이중에서 먼저 <태풍>은 대작 한국영화의 흥행 계보를 잇는 모범답안이라는 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다. 핵심은 규모다. 147억원의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많은 순제작비 150억원의 <태풍>은 그야말로 매머드급 한국영화다. 홍경표 촬영감독, 특수분장 신재호, 특수효과 정도안 등 <태극기 날리며>의 인력들이 고스란히 <태풍>으로 들어왔다. 한국영화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이들에게 <태풍>은 ‘한국영화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해군 UDT 대위 강세종(이정재)은 해적 씬(장동건)을 잡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다. 씬(Sin)이라 불리는 최명신은 미국 선박에서 군사물품을 탈취한 인물로 미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경계인물이다.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탈북한 그는 남한 정부의 입국 거절로 누나 최명주(이미연)와 단 둘이 살아남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세월이 흘러 복수를 위해 그는 남한에 테러를 감행하기로 한 것. 이를 막기 위해 강세종은 12인의 특전사와 함께 타이와 한국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그를 쫓는다. 한편 동생 씬과 헤어져 러시아로 흘러들어온 최명주는 창녀로 살아가다 약물중독으로 폐인이 돼 있다. 서로의 자취를 쫓던 두 남자는 명주의 그림자를 찾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다.남북분단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풍>은 특정한 한국영화 계보로부터 이어진다. ‘인간적인 얼굴을 한 북한사람’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정지영의 <남부군>(1990)이나 임권택의 <태백산맥>(1994),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김현정의 <이중간첩>(2002), 박광현의 <웰컴 투 동막골>(2005)과 맥락을 함께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곽경택 감독은 1ㆍ4후퇴 때 월남하면서 많은 형제들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를 떠올리며 ‘내가 찍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태풍>을 만들게 된 그의 무의식 속에는 남 몰래 흘리던 아버지의 눈물이 숨어 있다. 전작 <친구>(2001)에서 보듯 그가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추출한 이야기로 관객과 만날 때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풍> 역시 묵직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장동건과 이정재라는 당대 최고 투톱 배우의 화학작용은 그리 세지 않은 편이다. 남북분단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신파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려는 노력과 거대 예산에서 상상하게 되는 스펙터클을 화려하게 펼쳐내려는 야심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다. <태풍>은 과연 한국영화 현재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까.개봉영화▶우리, 사랑해도 되나요?큰아들 에버렛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여자친구 메리디스와 함께 집으로 온다. 가족에게 처음 그녀를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에 모든 형제와 가족들이 메리디스에 대한 기대와 걱정, 미움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는 소박한 가족 드라마. 감독 토머스 베주차. 주연 클레어 데인즈, 다이앤 키튼, 레이철 맥아덤즈. 개봉 12월15일▶안개 속의 풍경그리스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1988년작. 1996년 개봉에 이어 재개봉의 문을 두드린다. 아버지가 있다는 독일로 아무것 하나 가진 것 없이 떠나는 두 남매의 힘겨운 여정을 그린다.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주연 타냐 파라올로구, 미칼리스 제케. 개봉 12월16일▶킹콩<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돌아왔다. 신비로운 해골섬 전설 속의 야수 킹콩이 뉴욕으로 잡혀오고, 뉴욕 도심 한복판은 숨막히는 액션과 로맨스로 뒤덮이게 된다.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100% 디지털 캐릭터 킹콩이 우리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개봉 12월14일▶쇼치쿠 110주년 영화제일본 메이저 영화사 쇼치쿠의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제가 열린다. 오즈 야스지로의 <부초 이야기>, 미조구치 겐지의 <겐로쿠 주신구라>, 일본 최초 컬러영화인 기노시타 게이스케의 <카르멘 고향에 돌아오다> 등이 상영된다. 12월17~30일. 서울아트시네마(낙원상가 4층)▶마지막 프로포즈올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2005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가 열린다.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와 <러브 토크>,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이 상영된다. 12월17일부터 한 달간 서울 하이퍼텍 나다(동숭아트센터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