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회원사간의 단결과 화합입니다.”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장(53)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2003년 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꼭 이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간의 최대 성과도 회원사의 단합이었다는 설명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회원사들을 단단한 힘으로 뭉쳐 업계와 회원사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빼면 협회의 존재 의미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실제로 박회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회는 이전에 볼 수 없던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서울 전문건설인 단합대회’를 개최하며 유대를 공고히 다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서울시를 비롯한 공사 발주기관의 건설공사입찰수수료를 폐지시키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이러한 서울시회의 변화의 중심에는 ‘코뿔소’라 불릴 만큼 저돌적 리더십으로 유명한 박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50대 초반인 ‘젊은 기수’ 박회장의 취임 자체가 획기적이었다는 것이다.취임 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최대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취임 당시 크게 3가지 과제를 생각했습니다. ‘회원사간 단결과 화합을 통한 일체감 형성’, ‘협회 조직의 개혁을 통한 업무효율성 향상’, ‘회원사의 경영능력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그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이 세 가지 과제 모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우선 회원간의 결속력을 높이고 건설환경 변화에 함께 대응하자는 취지로 2004년부터 ‘서울 전문건설인 단합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폭발적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잠실체육관에 5,000~6,000명의 전문건설인이 모였는데 자리를 함께한 관계자들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더군요.지난해 이뤄낸 ‘건설공사입찰수수료’(낙찰 여부에 상관없이 건설공사에 입찰할 때마다 내야 하는 수수료) 폐지는 협회 조직을 개편하고 직무능력을 향상시킨 데 따른 성과입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4~5개 구청을 제외한 대부분 구청도 이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머지않아 모든 구청이 이 제도를 폐지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이 제도를 없애는 것은 서울시 등 발주기관으로선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연간 400억~5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줄어드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이 제도는 대단히 불합리했어요. 과거 입찰수수료는 문서작성에 따른 인건비 명목으로 부과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자문서시대이니까 인건비가 들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를 들어 꾸준히 기관을 설득했죠.회원사의 경영능력 향상을 위해선 산학협력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산업대학교에 전문건설인을 위한 학사과정을 개설해 전문건설인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습니다.회원사 역량강화를 위한 협회 조직개편이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협회 사무처에 회원사의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건설경영지원센터와 법제도로 인한 애로사항 해결을 모색하는 제도개선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영지원센터는 협회의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인사, 노무, 세무, 회계 분야의 문제를 상담, 컨설팅합니다. 또 법률회사와 연계해 각종 분쟁과 클레임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죠.협회의 사회공헌활동도 화제인데요.장애우, 독거노인, 영세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2004년에 설립된 ‘한국어울림문화복지협회’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회원사들 사이에서 ‘돈만 벌 것이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어 결정했죠. 사회공헌이 일차적 목적이기는 하지만 협회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올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지난 2년 동안 열심히 사업을 추진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회원사의 요구에 100% 만족스러운 활동을 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는 서울시회의 업무와 조직을 보다 회원사 친화적으로 바꾸고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회원사들이 건설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수한 업체로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전문건설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우선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연간 10%에 달하는 수출부문의 호조로 3~4%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호황이 내수경기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건설경기의 침체라는 결과를 낳고 있죠. 앞으로도 사정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건설산업 발전의 한축인 공공부문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정부재정이 부족해 성장동력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또 최저가낙찰제가 확대ㆍ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건설산업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 결과 자본축적이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질 우려가 있습니다.올해도 건설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말씀이군요.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른 부동산경기 위축과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감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적잖습니다. 우선 내수경기가 저점을 찍고 상승세에 돌아설 것입니다. 또 건설경기 예측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증가하고 있으며 노후장비 대체에 따른 설비투자도 늘어날 겁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지난해보다는 건설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현재 대표로 계신 원화건설은 알짜배기 회사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사회생활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공무원 생활이 안정적이긴 해도 개인적인 비전이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기여라는 측면에서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원화건설을 설립했죠. 현재는 연매출 700억~800억원 정도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남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닙니다.그나마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승부근성과 집념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직원들이 저를 믿고 따른 것도, 고객사들이 원화건설을 신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도 성공비결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건설업은 섬세한 감성과 정밀한 계산,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거든요. 은행부채가 없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개인적으로나 경영인으로서나 절대 남의 돈으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이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송파구청장 후보로 나설 것이란 소식이 있는데요.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2의 탄생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송파구의 발전을 위해 CEO 마인드를 갖춘 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는 주위의 권유가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블룸버그 시장이나 이명박 서울시장 등은 기업인 출신으로 성공한 행정가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만약 송파구청장으로 당선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크게 보면 경제, 환경, 문화, 복지가 함께 어우러진 송파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선 녹지를 좀더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녹지가 부족하다지만 송파구의 사정은 더욱 열악합니다. 작은 규모로나마 공원을 조성하는 등 녹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공간도 확충해야 합니다. 또 교통문제도 해결해야겠죠. 신도시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이에 따라 교통량이 엄청나게 증가할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 구상만 할 뿐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그건 공천 이후의 일이니까요.좌우명이 궁금합니다.운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 없던 길도 생기고 보이지 않던 활로도 보이게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도 안되더라’는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죠. ‘운이 좋았다’는 말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결과가 좋게 나타났을 때나 할 수 있는 표현일 따름입니다.약력: 1953년생. 83년 원화건설 설립, 대표이사(현). 94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7년 서울산업대 졸업. 2001년 연세대 토목공학 석사 및 동 대학 공학대학원 산업최고위과정 수료. 2004년 한양대 토목공학 박사과정 입학. 2003년 서울산업대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현). 2004년 송파구 체육회 부회장(현). 2005년 한국어울림문화복지협회 총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