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년〉과 일본 우라사와 나오키의 일본만화 〈20세기 소년〉의 합집합.’ 이 정도 설명이라면 원작의 동명 그래픽소설(만화)을 전혀 모르더라도 〈브이 포 벤데타〉라는 영화에 솔깃해할 독자가 많지 않을까. 어느 영화든 흥미롭게 만들 법한 통제와 억압, 영웅, 대중 등의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테니 말이다.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미디어를 통한 정보조작으로 무력화된 사회에 영웅이 나타나 그 시스템을 역이용, 균일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발발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에는 극우 보수정부가 들어선다. 피부색이나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숙청된 세상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가이 폭스의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는 ‘브이’(V)라고만 자신을 설명한다. 브이는 폭력과 압제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고 이비도 점점 브이에게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그의 혁명에 동참하게 된다.더 솔깃해할 정보가 있다. 이 영화로 데뷔한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은 〈매트릭스〉 2·3편의 조감독 출신이고, 각본과 제작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맡았다. 그리고 브이를 연기한 주연배우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스미스 요원을 연기한 휴고 위빙이다.이런 정보를 알고 난 후에 보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어쩐지 〈매트릭스〉와 아귀가 맞는 부분이 꽤 많다. 하지만 두 영화의 색깔은 다르다. 동일한 컨텍스트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텍스트의 매력 덕분에 관객은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네오와 브이의 스타일이 명백히 다르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통해 성장하는 네오와 달리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는 이미 성장을 완료한 캐릭터다. 그래서 브이는 네오보다 답답하지 않고 단호해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또한 가이 폭스의 가면을 대중이 모두 쓰고 광장에 모이는 장면은 텍스트의 다른 맛을 가장 잘 느끼게 해준다. 복제된 스미스 요원의 광장장면과 유사하면서도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이 신은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신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폭압에 대한 저항, 복수로 인한 끝, 그 끝으로 인한 시작이 바로 이 영화의 신념이다.개봉영화▶굿나잇 앤 굿럭1950년대 미국 저널리즘에 관한 이야기. 50년대 초반 미국사회를 레드 콤플렉스에 빠뜨렸던 매카시즘의 장본인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과 언론의 양심을 대변했던 에드워드 머로 뉴스팀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고 출연까지 해 화제가 됐으며 제78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아쉽게 수상엔 실패했다). 감독 조지 클루니. 주연 데이비드 스트래던, 레이 와이즈, 맷 로스. 93분. 12세 이상 관람가▶로망스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건 강한 남자의 로망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의 아내 윤희와 가진 것 하나 없는 말단형사 형준. 세상이 죄라 말하는 사랑을 목숨 걸고 지키려 하는 두 남녀의 두려움 없는 사랑을 그린다. 감독 문승욱. 주연 조재현, 김지수, 장현성. 106분. 18세 이상 관람가▶방과 후 옥상억수로 운 나쁜 사나이 남궁달이 인생 최악의 불운을 맞는다. 끌려올라가 실려내려온다는 공포와 추억의 장소 ‘방과 후 옥상’을 피해보려는 억세게 운 나쁜 희대의 불운아 남궁달의 하루를 그린 ‘엎친 데 덮친 사면초가 코미디’. 봉태규의 첫 원톱 주연영화로 제대로 재미있다. 감독 이석훈. 주연 봉태규, 김태현, 정구연, 하석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뭇 남성의 애정공세를 한 몸에 받는 여교수와 그녀의 사생활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한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 ‘어린 것들은 모르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광고카피에서 알 수 있듯 ‘적나라한 코미디’다. 매력적인 여교수와 불온한 다섯 남자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을 그린다. 감독 이하. 주연 문소리, 지진희. 104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