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학창 시절의 원대한 포부, 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으로 묻혀버린 바로 그 고교생 때의 열정. 아역탤런트 출신 배우 안정훈(37)이 맡은 성우는 그중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연기인생 27년 만에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그의 모습은 그래서 성우라는 캐릭터와 묘하게 교차됐다.공연을 마친 뒤 분장실에서 만난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면서 “아직 늦지 않았을 때 나도 모르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뮤지컬 참여의 계기를 밝혔다.“그동안은 사실 뮤지컬에 대해 거리감을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게 뮤지컬이 아닌가 싶어요.”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자와 머물러 있는 자와의 대결구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당연히 시대흐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해야만 어떤 분야에서든 생존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일류로 피어 보지도 못한 채 이류로, 또다시 삼류로 전락하는 뮤지션이지만 여전히 꿈을 키워가는 성우를 연기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터다. 그는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유난히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많은 요즘이지만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로서 당당히 각종 사이트의 예매순위 1∼2위를 지키고 있다. 7080세대에게 친숙한 가요와 팝송, 그리고 2000년대의 가요가 뮤지컬 넘버로 거듭난 까닭에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그 덕분에 배우 안정훈은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제가 부르는 노래가 총 16곡입니다. 그런데 이 뮤지컬 넘버라는 게 발성도, 창법도 다 새로 배워야 하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그는 2장의 앨범을 냈을 정도로 가창력을 인정받은 배우임에도 “다시는 뮤지컬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하지만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좋은 작품이라면 또 모르겠다”는 전제를 다는 것을 보면 뮤지컬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꿈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성우와 그의 친구들에 관한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백색 정장을 차려입은 주인공들이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화려한 조명 속에서 꿈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이 작품은 마무리된다. 마치 뮤지컬 대중화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이 작품이 한국 뮤지컬계의 희망을 되길 바라는 듯한 장면이다. 그리고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분명 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한 안정훈의 연기인생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4월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안정훈 이외에도 임춘길, 이정화 등 국내 정상급 뮤지컬배우와 이휘재, 춘자 등이 출연한다. (02-3141-1345)공연&전시▶연극 〈상당한 가족〉조르주 페도의 프랑스 원작을 번안한 작품. 웃음의 예술을 지향하는 소극(笑劇)인 까닭에 시트콤 성향을 띤다. 특히 연극 〈상당한 가족〉은 배우 전무송과 그의 가족이 함께 출연, 연출해 눈길을 끈다. 연기인생 45주년을 맞은 배우 전무송은 그동안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한 것과 달리 이번엔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는 각오다. 연출은 아역배우 출신의 사위 김진만이, 말 많고 탈 많은 주인공 부부로는 SBS 탤런트인 딸 전현아와 역시 연극배우인 아들 전진우가 맡는다. 3월17일~4월16일/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02-741-6779▶〈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 100Years, 100Chairs展〉스위스의 디자인가구 제조사 비트라(Vitra)사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Vitra Design Museum)의 순회기획전 〈100Years, 100Chairs〉가 서울에 왔다. 의자를 통해 20세기 디자인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로 19세기 후반 나무를 구부려 만든 의자에서부터 작가가 팝아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독특한 모양과 소재의 의자까지 시대상에 따른 디자인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다. 이미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4월30일까지/서울시립미술관 본관1층/02-2124-8800▶혼다 마사토 밴드 첫 내한공연티 스퀘어(T-Square·1994년)와 포 오브 어 카인드(Four of a Kind·2003~2004년)의 멤버로 한국무대에 섰던 혼다 마사토의 첫 번째 단독 한국콘서트. 초등학교 때부터 색소폰을 연주하기 시작해 국립음대 기악학과 색소폰과에 진학, 대학 때부터 ‘하라 노부오와 샵스 & 플랫츠’의 리드 알토주자를 맡으며 국립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티 스퀘어 등을 거쳐 98년 첫 솔로앨범을 발표한 후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색소포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3월25~26일/코엑스 오디토리움/02-324-3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