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부촌 지도가 바뀌고 있다. 택지지구 개발, 신도시 건설, 초고층 주상복합 분양 등으로 주거 트렌드가 바뀌면서 각 지역의 부촌들도 위치이동을 하고 있다. 이제 부잣집의 기준은 ‘고랫등 같은 집’이 아니라 ‘동네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됐다.이런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특히 뚜렷하다. 저마다 ‘OO시의 강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서울 강남의 지명도에 비견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지역은 아파트 값이 인근 지역에 비해 1.5~2배 이상 높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각 지역의 부촌으로 확실히 자리잡는 모습이다.새로 개발되는 대규모 택지지구와 신도시에는 젊은 부자들이 몰리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수원 영통지구와 인천 송도신도시의 경우 30대 전후의 젊은 부부가 대거 입주하면서 교육, 외식 관련 신사업의 실험무대가 되고 있다.초고층 주상복합과 대형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부자만의 ‘특구’가 만들어지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에는 최근 2~3년 사이 50평 이상 대형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지역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이들 지역은 고급 소비자층을 겨냥하는 유통업계나 금융권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떠올랐다.전국에 새로 만들어진 신흥 부촌으로는 인천 송도신도시, 수원 영통지구, 용인 죽전지구, 부산 해운대구, 대전 노은지구, 대구 수성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아파트 값 상승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블루칩 동네들이다.송도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값 수직상승세가 주목거리다. 국제업무중심지로 개발되고 있는 송도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차츰 주거지로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생활편의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지만 경제자유구역으로, 국제도시로의 발전 기대가 큰 만큼 집값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실제로 송도신도시 평균 가격은 평당 1,122만원선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값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인천광역시 평균이 평당 507만원인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높다. 특히 6블록 풍림아이원 65평형은 원래 4억6,50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해 3월 입주와 함께 6억4,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입주 1년 만인 3월 현재 매매값은 8억9,500만원으로 분양 이후 무려 4억3,000만원이나 올랐다. 거의 두 배가 뛴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이파크, 금호어울림 등도 분양 이후 50% 이상 매매값이 상승해 송도신도시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수원 영통지구도 새롭게 주목받는 신흥 부촌이다. 원래 1.5기 미니신도시로 개발된 영통지구는 지난 97년에 단지 조성이 될 때만 해도 분양률이나 입주율이 저조해 ‘그저 그런’ 신도시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 호재 등이 더해져 수도권 남부 신흥 부촌의 반열에 올랐다.영통지구는 주변 지역의 화려한 개발계획 덕을 많이 본 케이스다. 판교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가 가까운데다 2008년 서울~용인 고속도로에 이어 2010년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이 예정돼 있다.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그 후광을 톡톡히 입은 셈이다.매매값은 이런 호재를 한껏 반영하면서 계속 상승세다. 당초 분양가는 평당 400만원대였지만 일부 중대형 아파트는 이미 평당 1,2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영통지구 평균 가격 역시 평당 815만원선으로 수원시 전체 658만원보다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평당 1,200만원을 넘어선 아파트는 청명대우 37평형, 청명건영 49평형, 살구골현대 50평형 등이다.용인 죽전지구는 뛰어난 입지 덕에 진작부터 뭉칫돈이 유입된 곳이다. 판교신도시 개발 움직임이 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첫손 꼽히기에 이르렀다. 아파트 개발이 러시를 이룬 용인시 전체의 아파트 값 평균이 평당 973만원선인 데 비해 죽전지구는 1,359만원선에 달할 정도로 독보적이다.특히 죽전자이 59평형은 평당가 2,542만원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넘보는 수준으로 올랐다. 또 반도보라빌 73평형은 2,260만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도보라빌의 경우 서울 압구정동 한양6차 아파트와 함께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값 상승폭이 가장 컸던 단지다. 7억400만원이었던 73평형 시세가 1년 만에 16억5,000만원으로 올라 무려 134.38%포인트 상승했다.지방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해운대구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해운대구 우동은 부산의 새로운 발전축으로 자리잡은 센텀시티와 함께 초고층 첨단 아파트로 스카이라인까지 바꾸고 있다. 올해부터는 초고층 아파트의 입주가 줄줄이 이어져 이 지역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올해 입주하는 초고층 아파트는 2~3년 전 분양된 40층 이상 아파트들. 부산 평균 아파트 값인 평당 436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평당 800만~900만원에 분양된 곳이 수두룩해 부산지역 아파트 값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외관부터가 기존 아파트와 전혀 다르다. 지난 2월 입주한 센텀시티 안의 ‘더 샵 센텀파크’는 최고 51층 3,650가구로 부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해운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인근 37층짜리 ‘대우 트럼프 월드 센텀’은 6월께, 34층짜리 해운대 솔파크는 10월께 입주, 바람몰이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수영만 매립지, 중동, 온천동 등지에 입주할 초고층 주상복합까지 합하면 줄잡아 7,000가구 이상이 올해 새로 선보인다.현재 해운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입주한 현대베네시티와 2001년 입주한 현대카멜리아. 두 곳 모두 주상복합으로, 현대베네시티 88평형이 평당 1,210만원으로 최고가 기록을 갖고 있고 현대카멜리아 61평형이 평당 1,065만원으로 뒤를 따르는 중이다.한편 대구광역시 수성구와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지구도 신흥 부촌으로 빼놓을 수 없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대구시민 상위 20% 이내 인구 50만명 중 30만명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빵빵한’ 동네로 이름이 높다. 황금동 태왕아너스 75평형이 평당 1,266만원으로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수성e편한세상 66평형, 태왕유성하이빌 50평형이 뒤를 잇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B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수성구는 명문대 진학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전입희망자가 많다”면서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주상복합 등 신규 아파트 공급이 계속 이어져 신흥 부촌의 명성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