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 벗어나 종합서비스 제공 추세… 중소형 빌딩 ‘틈새’ 부상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는 IMF 위기를 기점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8년 부동산 투자 개방에 따라 외국자본들이 국내 대형 빌딩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매입한 빌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수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코리아애셋어드바이저스(KAA), CB리처드엘리스(CBRE), 존스랭라살(JLL) 등 대표업체들이 지난 99년 일제히 업무를 시작한 건 이런 요구에 따라서였다. 삼성에버랜드, 샘스(SAMS), 교보리얼코 등 기업 사옥관리를 위해 설립됐던 기존 국내업체들도 이때부터 잇달아 선진 자산관리 기법을 도입, 시장 키우기에 합류했다.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와 역삼역 스타타워 등 강남·북의 랜드마크 빌딩을 관리하고 있는 KAA의 경우 국내기업 최초의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회사로 주목 받아왔다. 현재 총 37만평, 29개 빌딩, 자산가치 3조5,000억원 규모를 관리 운영 중이다. 부동산, 건설, 금융, 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20명으로 막강 진용을 갖추고 있다.KAA는 부동산컨설팅사인 BHP코리아의 관계사로 설립된 후 주로 외국투자가의 빌딩 자산관리를 맡다 최근 몇 년 사이 리츠, 부동산펀드의 자산관리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부동산 전문기업 새빌스(Savills)와 손잡고 해외 부동산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이 회사 이호규 대표는 “합작을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관리자산의 규모를 201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확대해 세계적인 부동산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CBRE, JLL, 쿠시맨앤웨이크필드(C&W)는 외국계 자산관리 전문업체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한다. CBRE의 경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로 세계 50개국에 300여개 지점, 1만7,000명의 전문인력을 확보 중이다. 마침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지난 99년 7월 외국인투자법인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국내사업을 시작, 현재 80여명의 전문인력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관리 중인 부동산은 전국 23개 빌딩과 SC제일은행의 전국 103개 지점 등 30만평 규모에 달한다. 오피스 빌딩과 서비스드레지던스, 복합쇼핑센터, 물류창고 등 종류도 다양하다.특히 지난해 상반기 9,450억원 규모의 스타타워 매각을 비롯, 대형 빌딩 매매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내 이를 통한 시너지가 대단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국내기업 계열 자산관리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들은 주로 기업의 사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FM·Facility Management) 목적으로 설립돼 2000년 이후 자산관리 개념을 도입, 이제는 외국계 전문업체 못지않은 다양한 부동산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샘스, 삼성에버랜드, 서브원, 교보리얼코, 63시티, 신영에셋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샘스(SAMS)는 자산관리업계에서 최근 가장 도약한 업체로 꼽힌다. 지난 88년 삼성생명 보유 부동산 관리회사로 설립됐지만 지금은 250명의 전문인력을 갖춘 종합 부동산서비스회사로 성장했다. 연간 700건, 990억원 이상의 거래실적을 보유하고 있다.현재 관리 중인 빌딩은 총 170개, 52만7,000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오피스빌딩이 41만3,000평, 병원 등 기타 부동산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만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샘스의 강점은 든든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와 도이치뱅크, 맥쿼리뱅크, GE리얼에스테이트 등 굵직한 외국투자가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와 용역을 체결, 사옥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반 대형 빌딩을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는 등 영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계열분리 이후 독자생존에 성공한 것은 물론, 업계 톱클래스에 진입했다는 평이다.삼성에버랜드도 자산관리사업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의 대형 부동산 관리를 맡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KT&G, 동아일보, 하나은행 등도 고객으로 확보했다.서브원은 LG그룹 사옥과 GS강남타워를 비롯, 외환은행의 전국 52개 지점, 코스닥증권업협회 사옥 등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LG MRO에서 서브원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기업 사옥 관리업체로 설립돼 독자생존하고 있다는 점에선 샘스와 비견된다. 현재 구매대행 MRO파트와 건물경영을 표방하는 FM파트로 사업분야가 나눠져 있다.이밖에 교보리얼코(교보생명 계열 사옥 등), 63시티(한화 사옥, 63빌딩 등), 대교D&S(대교그룹 빌딩 등), 아이서비스(하얏트호텔, 아산병원 등), 태광리얼코(흥국생명, 태광산업 사옥 등) 등도 자사 또는 관계사 사옥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일반 빌딩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신영에셋의 경우는 지난 95년 신영부동산투자신탁으로 설립돼 2001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자산관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역삼신영타워, 여의도 하나증권빌딩, 분당 서현동 신영타워 등 15개 빌딩, 18만여평을 관리 중이다. 특히 아파트 건설, 시행으로 잘 알려진 개발업체 신영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관리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최근 들어선 대형 빌딩뿐 아니라 개인 소유의 중소형 빌딩에도 자산관리 서비스가 접목되는 추세다. 글로벌PMC, 포커스에셋, 쿠시맨앤웨이크필드 등은 중소형 상가 빌딩, 업무용 빌딩, 모텔 등으로 자산관리 대상을 확대해 틈새시장 개척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글로벌PMC의 경우 지난 2004년 설립돼 현재 200~3,000평 규모의 35개 빌딩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0여년간 건설업계에만 몸담았던 김용남 사장은 “후발업체가 대형 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받는 중소형 빌딩 쪽으로 눈을 돌렸다”면서 “중소형 빌딩을 보유한 이가 많은 은행 PB센터 등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즉 개인 건물주에게 대형 빌딩과 동일한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입주자 관리에 힘겨워하던 건물주들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임대 관련 업무 해결과 함께 세무, 법률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상업용 건물도 마찬가지다. 상권 쇠퇴, 유동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상가에 자산관리 서비스가 접목돼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부천 중동의 로담코프라자는 네덜란드계 ING리얼에스테이트가 100% 투자 운영하면서 죽은 쇼핑몰에서 경인지역 대표 쇼핑몰로 거듭났다. 매장 구성, 임대인 관리 등이 부실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쇼핑몰이 적잖은 만큼 향후 자산관리 서비스는 ‘쇼핑몰 살리기’ 묘약으로도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전경돈 로담코프라자 점장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중소형 빌딩, 상가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 전반에 선진 자산관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