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나도 발명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발명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겁니다.”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53)은 “발명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발명을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는 포부다.“고도의 공학지식을 갖춰야 발명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발명은 생활 속에서도 가능합니다. 특히 여성은 실생활과 밀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데 유리해요.” 한회장은 스스로가 발명가다. 미용티슈를 손쉽게 낱장으로 꺼내주는 장치, 싱크대 물받이 등 2건의 실용실안을 등록했다. 기존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도 역시 ‘발명’이다.여성발명계의 대모인 한회장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한회장은 태양금속공업 한은영 명예회장의 5남매 중 외동딸이다. 집안의 고장난 전기설비 수리는 늘 한회장 몫이었다.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한회장이 늘 먼저 나섰다.태양금속공업 부사장인 한회장은 사단법인인 한국여성발명협회에 가입하면서 발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2003년 협회장이 되면서 본업인 태양금속 부사장직보다도 ‘여성 발명’을 우선순위에 뒀다. 한회장의 정성으로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원은 준회원을 포함해 1,500여명으로 급증했다. 여성경제5단체로서의 위상 또한 확고히 다졌다. 국내 여성발명가의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6,00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4.7%에 지나지 않는다.“발명품을 특허·실용신안으로 등록해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요. 또 지식재산권 개념으로 거래화해 기업에 팔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꾸리기 힘든 여건에 놓인 여성에게는 특허를 판매하라고 조언합니다.”사실 특허등록을 해도 개인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판매할 기업을 직접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한국여성발명협회는 특허를 판매하는 여성과 특허를 구입하는 기업의 중간매개체가 되고 있다. 여성발명가와 기업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한회장은 여성발명인의 발명품을 홍보하고 판로개척을 하기 위해 해마다 박람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19~22일에는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2006 대한민국 여성발명품 박람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박람회는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관하고 특허청이 주최해 공신력을 높였다. “올해 개최된 박람회에는 국내 89개 업체 외에도 일본과 태국, 필리핀에서 참가했습니다. 웰빙·여성용품의 강세 속에서 미용·환경 발명품이 경쟁을 벌이고 있죠. 해마다 참가 업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는 손발관리기를 출품한 두원물산, 스팀청소기를 히트상품 반열에 올린 한경희스팀청소기,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를 개발한 루펜BIF, 소형공기청정기를 개발한 에어비타 등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에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들이 돋보인다.“참가한 여성발명인의 50% 이상이 전업주부입니다. 박람회를 보러 온 기업인이나 바이어가 거래를 제의해 ‘비즈니스 매칭’이 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박람회가 여성발명인에게 ‘창업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를 바랍니다.”올해는 전국 곳곳에서 ‘여성 지식재산권 설명회’와 1개월 과정의 ‘여성발명창의교실’을 무료로 마련한다. 지난 2월에는 여성발명 증진을 위해 수원여대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회장은 “잠재력 있는 여성발명가를 발굴, 육성하겠다”며 “여성발명의 사업화와 지식재산권화를 끊임없이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약력:1953년생. 1976년 이화여대 동양미술학과 졸업. 2001년 태양금속공업 부사장(현). 2003년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현). 2005년 서울대 공과대 최고산업과정 수료. 2005년 정부혁신관리위원회 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