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와 경력개발연구원이 헤드헌터 등 직업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름 하여 ‘10대 유망 신직업’ 조사. 이 조사에서 선정된 10년 후 각광받을 직업의 면면은 이렇다. 1위는 실버시터(노인도우미), 그 뒤를 다이어트프로그래머와 운동치료사, 폐업컨설턴트,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사이버경찰 등이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인기직종인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굳이 10년까지 갈 것도 없다. 인크루트는 이 조사를 통해 5년 후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도 함께 발표했는데 1위가 인사컨설턴트다. 2위로는 생명공학전문가, 3위에는 커리어코치(직업 및 경력설계사)가 올랐다. 다음으로는 정보보안전문가, 헤드헌터, 국제협상전문가, 자산관리사, 반도체엔지니어 순이었다.그러고 보면 요즘 같은 시기에 자녀들에게 “성공을 보장받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앞으로 5년만 지나도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 의대, 법대에 진학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따라서 최근 사교육 시장의 메카 서울 강남에서 중요한 트렌드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는 진로지도다.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에 설립된 종합 진로지도 컨설팅업체 와이즈멘토의 경우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지난해에는 온라인 적성검사서비스를 추가했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다. CEO가 해외 유명 컨설팅업체 컨설턴트 출신인 만큼 기업컨설팅 개념에서 응용,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 직장인의 진로컨설팅까지 맡고 있다. 이 업체가 주장하는 중요한 컨셉은 ‘대학입시가 교육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식의 진로설정이 아닌 아이의 적성 위주의 미래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와이즈멘토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진로지도 개념을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 업체에서는 요즘 들어 유학과 관련된 서비스도 늘려가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사교육 트렌드가 유학을 기본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학부모들이 진지하게 자녀의 진로지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시대에 자녀의 미래를 굳이 대한민국에 한정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자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진로설정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큰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학년의 경우 진로지도는 미래설계 차원에서도 다뤄질 수 있지만 자발적인 공부습관을 들이는 모티베이션 차원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학습’ 개념을 내세운 이른바 ‘학습매니지먼트’업체들이 바로 이런 개념을 적용한 사례다. 자기주도학습(self-managed learning)이란 학습자 스스로 학습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맞는 계획과 도구를 선택해 학습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1960년대부터 캐나다, 미국, 영국 등 교육 선진국에서 개발돼 교육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코스닥 등록기업인 장미디어인터렉티브는 지난해 교육전문기업 아이비스터디와의 제휴를 통해 자기주도력 향상 e러닝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수도권에 자기주도학습관을 열었다. 이후 전국 프랜차이즈 네트워크 구성에 나선 이 업체는 조만간 서울 강남지역에도 프랜차이즈 지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기주도학습관 장미디어’로 명명된 이 프랜차이즈 사업은 학원, 과외, 독서실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한 운영시스템이다. 즉 학원강사나 과외선생님 대신 학생 개개인을 관리하는 학습매니저와 코치를 통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자기주도학습관 장미디어 프로그램은 오프라인 학습관 기능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 온라인상의 자기주도형 전자교과서로 첨삭 강의, 동영상 강의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온·오프라인 통합형 자기주도학습 방법이다. 특히 이 업체는 회원을 처음 맞이할 때 일단 인성(NQ·Network Quotient), 지능(IQ), 적성(EQ) 등 3Q검사를 실시한다. 이렇게 어릴 때 적성검사를 하면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게 업체측의 주장이다.학습지도 분야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에듀플렉스는 학과 공부를 따로 가르치기보다는 목표의식 설정, 동기부여 등의 정신적인 관리와 시간관리법, 학습방법을 상담을 통해 알려주는 등 매니지먼트만으로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유도한다. 학부모나 학생은 상담을 통해 학생의 취약점을 파악한 뒤 전담 매니저를 배정받고 목표, 진로, 공부법, 학습능력, 공부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받은 뒤 집중관리에 들어가게 된다.에듀플렉스도 와이즈멘토처럼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CEO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특징이 있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전국에 40여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진로지도나 학습지도에 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의 자회사 아비투스도 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학습매니지먼트업체다. 아비투스만의 강점은 OST(On the Study Training). 학생이 공부하는 것을 매니저가 바로 옆에서 지도함으로써 체계적인 공부방법을 습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니저의 학습지도로 과목별, 영역별 세세한 학습방법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 중고생의 생활에 최적화된 아비투스 플래너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제공한다. 아비투스 공부법 전문강사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학습세미나도 있다. 수업관리, 노트정리, 과목별 공부법, 인터넷 강의 활용법, 의지력 향상, 시간관리, 위기관리 등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현재 송파와 분당에 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이밖에도 온라인 교육업체의 선두주자인 메가스터디도 학습 매니지먼트 시장 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메가스터디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 재학 중인 메가스터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경험담과 생생한 정보를 알려주는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습지업체 케이스(CASE) 등도 학습 매니저 개념을 도입해 학습지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이처럼 학습 모티베이션과 진로에 관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커지면서 각종 강연을 통해 공부원리를 전파하는 사례도 있다. 〈민성원의 공부원리〉의 저자 민성원 제네랄미디어 대표는 지난 3년간 공부원리와 모티베이션 강의를 해 왔다. 민대표는 “더 이상 쳇바퀴 돌 듯 학원강의만 반복해 듣는 것은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학원강의를 혼자서 복습하고 익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민대표의 요즘 스케줄을 보면 전체 스케줄 중 10분의 1이 개인지도, 그 나머지는 방송출연과 저서 집필 등에 할애돼 있을 정도로 동기부여와 공부법 등에 대한 관심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는 상태다.각각의 진로지도, 학습지도업체들의 서비스 비용은 대개 매월 20만~50만원 가량이다. 따라서 이 같은 공부의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소득에 따른 양극화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사실상 최근 등장한 이 같은 진로지도·학습지도업체들의 서비스 내용은 공교육이 수행해야 할 부분이 사교육으로 넘어간 셈이어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이 같은 서비스를 저소득층에서는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 스스로 꿈을 설정하게 하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진로지도가 된다고 보고 있다. 즉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등 진학·취업과 관련된 각종 무료검사를 이용해 보는 것도 최신 교육 트렌드를 좇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