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패밀리’ 8개월째 이끌어…‘웃음코드’로 블루오션 개척 한창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YK패밀리’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맞이하는 얼굴은 KBS2 <개그콘서트>의 주역들이다.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을 비롯해 유상무, 안영미, 윤성호 등 쭉 늘어선 사진 속 주인공들만 봐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반가운 얼굴로 기자를 맞은 이 회사의 대표는 개그맨 양원경(40). “저 이렇게 입고 왔는데 괜찮죠?” 하며 농구복 차림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는 개그맨군단으로 무장된 엔터테인먼트사인 ‘YK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다.“사실은 지난해부터 한 3년을 내다보고 계획했던 프로젝트예요. 그 와중에 막역한 고교동창에게 제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아주 좋아하면서 바로 시작하자고 하더군요. 준비가 덜 된 느낌은 있었지만 친구와 바로 의기투합했죠.”이렇게 해서 지난해 8월 ‘YK패밀리’의 모기업 (주)파워펄스가 출범했다. 출범 당시 자본금은 10억원. 양원경은 (주)파워펄스의 개그사업부문인 ‘YK패밀리’ 대표를 맡게 됐고, 파트너인 양시헌씨가 (주)파워펄스의 총괄 CEO로 역할분담을 했다.개그맨 출신인 양원경이 자연 엔터테인먼트 쪽을 진두지휘하게 됐고 회사의 사업자등록과 동시에 ‘될성부른’ 후배 개그맨 영입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처음엔 개그맨 4명으로 출발한 ‘YK패밀리’는 현재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인기개그맨 11명이 소속돼 있다. 또 지난 3월1일에는 가수 방실이가 가세했다.개그맨 11명 외에 최근 가수영입“제가 벌써 데뷔 15년이에요. 처음엔 연기가 좋아서 했지만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밤업소, 행사 구별 없이 뛰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개그맨으로서의) 삶의 의미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필드에서 뛰는 개그맨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아름답게 늙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할까요.”(웃음)양원경이 전망하는 ‘웃음’을 코드로 하는 엔터테인먼트사업의 비전은 ‘쾌청’이다. 지상파 3사에만도 웃음을 소재로 한 오락프로그램이 20여개에 육박하는 지금 케이블에 DMB까지 가세한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그의 비전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웃음’을 코드로 하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그 웃음을 전파하고 창조하는 개그맨의 역할과 가치는 한층 상승할 수밖에 없다. 양원경은 여기서 개그맨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케팅하고 PR하는 전문 매니지먼트회사의 필요성을 확인했던 것이다.“개그맨들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계보는 8년 전 ‘스타밸리’로 올라갑니다. 이후 박승대, 박준형 등 후배들이 가세했고 최근에는 신동엽이 뛰어들었죠. 그뒤를 제가 이었는데 사실은 현재도 준비 중인 개그맨이 몇 사람 있습니다. 개그맨 전문 매니지먼트회사의 계보상으로도 저는 중간에 위치해 있지만 4~5년 전부터 개그맨도 기획사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니 시장 자체도 현재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죠.”그는 ‘YK패밀리’의 문을 열기 전 먼저 시작한 개그맨 전문 엔터테인먼트회사들에 대한 분석과 벤치마킹부터 시작했다. 얼마 전 물의를 빚었던 일부 개그맨 기획사들과 관련된 ‘노예계약’ 등 개그계에 잔재하고 있는 폐단들을 제거하고 보다 합리적인 매니지먼트회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거듭한 결과 그는 크게 3가지의 경영원칙을 세웠다. 첫째, 선후배니까 함께 일하자는 말 대신 정확한 비전을 제시한다. 둘째, 정상적인 계약금과 조건을 제시한다. 셋째, 감성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리더십의 발휘다.PPL사업도 추진 중주변사람들이 “몸에 장사꾼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는 양원경은 사실 비즈니스 경력 또한 연예계 데뷔만큼이나 오래됐다.“연예계에 데뷔한 이듬해인 92년 고향인 광주에 미용실을 열었는데 아주 잘됐었죠. 그건 잘돼서 되팔았고 그다음 외식업에 집중했었습니다. 2000년 ‘갈비생각’이란 고깃집을 동업형태로 운영했는데 사업이 잘돼 내친김에 그해 여의도에 ‘연송’이라는 300평 규모의 대형 고기집을 열었죠. 근데 예상과 달리 적자가 누적되면서 3년 만에 문을 닫았어요. 손실액이 5억원에 달했으니 속이 탔죠.”(웃음)지하층 전체를 고기집으로 운영했으니 당시 월세만 해도 1,600만원에 이르렀다.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주요인은 광우병 파동과 주말 여의도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직장인들의 주5일 근무제 도입. 결국 큰 손해를 보고 3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그는 실패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기획의 중요성’이다.“어찌 보면 엔터테인먼트사업 역시 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에요. 물론 제 자신이 개그맨 출신이라 연예계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이곳에서의 저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잖습니까.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에 접근해야 하죠. 고기집 열 때는 세금계산서가 뭔지도, 세무관계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었던 저였죠. 그때 실전에서 배운 지식들이 지금은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출범 8개월째로 1년이 채 안됐지만 그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오프닝 세레머니 격으로 기획했던 노래와 개그를 접목시킨 조인트콘서트의 흥행실패가 바로 그것. 방송에서 인기가 있었던 소재들의 하이라이트로 전락해가던 <개그콘서트>에 그는 SS501, 나무자전거 등을 함께 무대에 세워 생명력을 불어넣고 또한 콘서트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성의표시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콘서트는 그야말로 ‘오픈 신고’에 그치고 말았다. 양원경은 “허술한 기획이 실패의 주요인”으로 분석했다.비록 ‘재미를 못보고’ 끝난 공연이었으나 그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는 7월 ‘YK패밀리’는 다시 한 번 전국투어 <개그콘서트>에 도전할 예정이다. 방송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오직 공연만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을 작정이다.“개그사업분야인 ‘YK패밀리’에 이어 PPL사업도 기획 중이에요. 하지만 올해 제가 가진 진짜 계획은 <개그콘서트> 형식과 다른 새로운 개그 포맷 개발입니다. <개그콘서트>는 사실 획기적인 포맷이었어요. 요즘은 대학로 공연장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개그콘서트>를 올립니다. 그러나 방송에서 검증된 콘텐츠의 짜깁기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관객 모독이 될 수도 있어요. ‘YK패밀리’ 식구들과 함께 새로운 형식의 웃음을 창조해낼 각오예요.”새로운 형식의 개그 포맷 개발과 함께 그는 새로운 인재발굴에도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개오디션. 지난 4월 첫 번째 오디션에서 최종합격한 미래의 연기자들은 현재 트레이닝 중이다.“회사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YK패밀리’ 소속 개그맨들은 제 후배들이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회사는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비즈니스입니다. 회사의 사장이 오판하기 쉬운 것이 직원들이 자기 마음을 다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대화의 중요성에 관한 얘기죠. 회사와 소속 연예인의 공정한 관계, 감성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대화문화를 정립해 가고 싶습니다.”양원경은 마지막으로 ‘YK패밀리’ 직원들이 엄수해야 하는 규칙에 대해 이야기했다.“출퇴근시간은 따로 없고 회사에 나와서 퇴근하기 전까지 각자가 자기 임무를 수행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단 업무상의 과실이 발생했을 때는 담당자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해요.”사진촬영 때 보여준 익살스러운 모습과는 분명 다른 사업가 양원경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