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544호 (2006년 05월 08일)

명품 간장·된장 전도사 나서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최계경 NH그룹 고문은 ‘변화’를 유독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변화’란 단어만 수십번을 썼다. “변하지 않으면 주저앉더라”며 “이름만 빼고 모든 걸 바꿨다”고 밝혔다. 그가 변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버틸 수 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게 변신배경이다.

최고문은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딴 ‘계경목장’의 설립자다. 1997년 1호점을 낸 후 승승장구했다. 현재 750개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돼지고기 150g에 2,800원을 내세운 계경목장의 저가전술은 적중했다. 사업영역은 나날이 확대됐다. 지금은 각종 식자재 생산·유통부터 체인점까지 거느린 종합식품 유통회사(NH그룹)로 발돋움했다. NH프랜차이즈, 계경원, 섶다리마을 등이 자회사다. 2~3년마다 간판을 바꿔다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계경목장은 장수 브랜드가 됐다.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최고문의 ‘변화’ 덕분이다.

계경목장 역시 확 변했다. 10년 전 계경목장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당시 경쟁력의 원천이던 저가전술과는 결별했다. 초기메뉴도 없앴다. 대신 ‘친환경 웰빙’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격은 받을 만큼 받는다. 제일 싼 게 7,000원(200g)이다. 이제는 소고기까지 판다. 점포규모와 인테리어도 고급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주력 아이템을 바꾼 건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초유의 일이다. 물론 가맹점들의 반발도 줄을 이었다. 최고문에 따르면 가맹점의 80%가 항의했다. 그래서 힘들었다. 하지만 변신에 동참한 점주들은 지금 웃고 있다.

“저가만 내세워선 롱런이 불가능해요. 시대변화에 발맞춰야죠. 근데 변한다는 건 무지하게 힘든 일이에요. 차라리 새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게 더 쉽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싶더군요. 점주들은 물론 저를 위해서도 말이죠. 변하지 않았다면 아마 계경은 없을 겁니다.”

요즘 최고문의 관심사는 ‘된장·간장’이다. 난데없이 콩전문가가 다됐다. 친환경 농산물사업을 위해 2004년 설립한 농촌법인 ‘섶다리마을’을 통해 명품 된장·간장을 내다팔겠다는 계획이다. 까다로운 품질관리는 기본이다.

“우리 고향 영월은 콩 재배지로 제격이에요.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약콩의 원산지죠. 이 약콩을 친환경농법으로 계약재배해 명품화시킬 겁니다. 2003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예요. 해외진출을 위해서도 명품 간장·된장 확보는 필수죠. 한식의 기본이 뭡니까. 바로 장 아닌가요. 왜간장이 들어간 한식으로는 세계진출이 어려워요. 명품 장은 한식의 세계적 대중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죠.”

명품 간장·된장은 5월부터 백화점에 입점한다. 1㎏에 7만원으로 시중가의 7배다. 그는 “밑도 끝도 없이 비싸게 팔지 않는다”며 “가격은 가스불과 장작불의 차이”라고 말했다. 제조과정에서 꼼꼼하고 품이 많이 드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여세를 몰아 최고문은 해외진출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올해까지 기반을 다진 뒤 내년부터 나라 밖을 무대로 뛸 계획이다. 무기는 된장·간장이다. ‘한식 = 웰빙 = 친환경’이 알려지면 경쟁음식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먹는장사든 뭐든 세계 1등이 아니면 안돼요. 국내 1등은 무의미합니다. 명품 된장·간장이 들어간 갈비·불고기로 세계 1등이 될 거예요. 그런 시대는 꼭 옵니다. 된장·간장은 일종의 소스예요. 기본이자 필수인 까닭에 시장이 무궁무진하죠. 영월이 콩으로 먹고살지도 몰라요. 와인이 빈티지를 보듯 장도 영월 게 최고로 대접받도록 노력할 겁니다.”

약력:1964년 강원도 영월 출생. 주천농고 졸업. 96년 계경원 설립. 97년 계경목장 설립 및 프랜차이즈 사업 개시. 2004년 NH프랜차이즈 및 섶다리마을(농업회사법인) 설립·고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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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