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선발에 국가·지역 따지지 않아… 콘테스트가 핵심 수단

로레알은 전세계 130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1위의 화장품기업이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149억유로(약 17조4,000억원). 랑콤, 비오템, 로레알파리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브랜드 18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1초당 무려 135개의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로레알은 혁신적인 채용수단을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It's People)이라는 창업자 유젠 슈엘러의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략적 사고와 창의력, 인성, 팀워크 등을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는 리쿠르팅 프로그램을 개발,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L'Oreal e-Strat Challenge), ‘로레알 브랜드 스톰’(L'Oreal Brandstorm), ‘로레알 인지니어스 콘테스트’(L'Oreal Ingenious Contest) 등 3가지가 꼽힌다.이중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 전세계 대학생들이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화장품기업 ‘프리마’의 CEO(최고경영자)가 돼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끄는 가상의 화장품기업들과 경쟁하는 모의경영전략게임이다. 지난해 12월 6회째 대회를 시작해 지난 4월12일 막을 내렸다.참가자들은 총 6라운드로 구성된 챌린지에서 3인1조로 한 팀을 이뤄 각 라운드마다 회사의 재정상태, 생산설비, 유통망 등을 고려해 신제품 개발, 마케팅, R&D(연구개발) 등 기업경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팀별 경영실적은 가상기업의 주가에 반영, 순위가 매겨지며 결승진출팀들은 실제 로레알 경영진 앞에서 향후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실시, 최종순위를 가린다.지난 2000년 1회 대회 실시 후 이번 6회 대회까지 챌린지에 참가한 인원은 총 14만4,000여명. 로레알은 지금까지 챌린지에서 두각을 보인 우수인재 98명을 채용해 왔다. 제5회 e스트래트 챌린지에 참가해 지난해 5월 로레알에 입사한 세잘 굽타(‘헬레나 루빈스타인’ 브랜드 메이크업부문 인터내셔널 프러덕트 매니저)는 챌린지 참가경험이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수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제품을 기획할 때 단지 제품만 생각해선 안되고 전체 예산이나 공장 생산설비, 마케팅 방법, 유통경로 등 모든 요소들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챌린지를 통해 비즈니스는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며 경쟁사의 동향과 시장반응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초년병 시절부터 이런 점을 늘 염두에 둔 덕에 입사 후 회사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지난 93년부터 실시 중인 ‘로레알 브랜드스톰’은 신제품 출시를 위해 마케팅 전략, 광고 전략 등을 기획하는 브랜드 매니저 역할을 담당케 함으로써 참가자들의 마케팅 능력과 창의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총 1만8,0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는데 지난 4년 동안에만 무려 415명이 로레알에 입사했다. 화장품의 원재료 확보부터 생산, 포장, 유통 등 SCM(공급망 관리) 전반에 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로레알 인지니어스 콘테스트’는 제품의 생산 및 기술에 관련된 핵심인재 발굴을 주목적으로 지난해 새롭게 개발됐다. 전세계 42개의 공장에서 연간 43억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할 능력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회 대회 때 48명이 참가했고 현재 16명이 로레알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로레알은 매년 ‘유럽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2위로 꼽힐 만큼 직원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도 적극적이다. 직원들의 장기적인 경력계발을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뉴욕), 프랑스(파리),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중국(상하이) 등 전세계 4곳에 경력계발센터(MDC)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놓고 있다. 프랑스에 있는 MDC 유럽지부에서만 연간 2,0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30여개의 세미나(130여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 강좌부터 마케팅, 영업, 재무, 생산, 물류, 인사관리 등과 관련된 전문 세미나까지 개개인의 직급과 직책별로 자신의 필요와 관심분야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도 다양하다. 외부에서 수혈된 전문강사 외에 로레알그룹의 CEO 장폴 아곤 회장을 비롯한 로레알의 경영진도 MDC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다.패트릭 리스만 MDC 유럽지부 소장은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 같은 혁신적인 채용방식은 우수한 인재를 로레알에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결혼에 이르기 위한 연애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일궈나가기 위해 서로에게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로레알에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도 영업,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은 경험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장기적인 경력계발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최대한 지원해주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스만 소장은 “행복한 결혼생활(비즈니스)을 원한다면 남편(회사)이 부인(직원)에게 ‘꽃’(교육 프로그램)을 사다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귀띔했다.한편 이번 ‘제6회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에는 전세계 124개국 1,328개 대학 1만6,895개팀(5만685명)이 출전했다. 이 가운데 유럽, 북미, 아시아 등 8개 지역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은 16개팀(대학생 부문과 비즈니스스쿨(MBA) 부문 각 8개팀)이 결승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4월12일 프랑스 파리 로레알 본사의 경영진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앞에서 챌린지 기간 중 자신들이 운영해 온 가상의 화장품기업 ‘프리마’의 실적과 향후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최종 우열 가리기에 나섰다.대학생 부문에서 터키 마르마라 대학생팀이 MBA 부문에선 이탈리아 퍼블리탈리아80 학생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총 111개팀이 등록, 준결승전에 7개팀이 올랐지만 최종 결승진출에는 모두 실패했다.INTERVIEW 제프 스킹슬리 로레알그룹 인사총괄 담당 부회장‘사람에 대한 투자 없이 성공할 수 없지요’“사람에 대한 투자 없이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과 창조적 영감, 에너지는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니까요.”제프 스킹슬리 로레알그룹 인사총괄 담당 부회장은 “로레알은 총명함과 호기심,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과 설득기술을 가진 열정적인 인재를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화장품을 파는 건 비누나 치약 같은 저관여 제품을 파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 측면에서 볼 때 화장품은 관여도가 높은 상품입니다. 제품의 효능, 심미적 측면 등 많은 것들을 따져보고 고민한 후 구입하지요. 따라서 화장품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시장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합니다.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 같은 채용방법을 개발해 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그는 e스트래트 챌린지를 가리켜 ‘로레알과 화장품산업에 꼭 들어맞는 인재를 발굴해내는 혁신적인 리쿠르팅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한두 장의 성적표나 단순한 이력서, 일회성 면접에선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들의 자질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개성이 뚜렷한 18개의 국제적 브랜드를 갖고 있는 로레알은 브랜드 가짓수만큼이나 인적구성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한다. 전세계 5만여 직원들의 국적만 따지더라도 무려 75개국(2005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인종, 성별, 전공, 나이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재를 선호한다.스킹슬리 부회장은 “우리는 다양성이 창조성의 원천이라는 데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며 “창조성은 새로운 것을 고안해내는 것 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오로지 프랑스인으로만 구성된 팀에선 특정 문제에 대해 한두 가지 해결책밖에 기대할 수 없겠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이른바 ‘다국적’ 팀에선 구성원들의 다양한 배경만큼 갖가지 문제 해결 방식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그는 “물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관리하기란 만만치 않다”며 “서로를 존중하고 직위고하를 막론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등 통합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