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io23@seri.org약력: 1959년생. 82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4년 동 대학원 졸업. 2005년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99년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연구실 수석연구원(서비스산업팀장·현)20세기 이후 콘텐츠시장은 세 번의 충격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먼저 라디오방송이 생겨남으로써 충격을 줬고 이어 TV방송이 등장해 두 번째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인터넷 및 모바일의 출현은 가히 혁명적인 세 번째 충격, 곧 디지털 충격으로 다가왔다.콘텐츠산업은 이러한 충격 직후 항상 매출격감 등의 깊은 침체에 빠졌다. 무료 음악감상이 가능한 라디오의 등장으로 음반산업은 황금시대를 구가하던 시절에 비해 매출이 6% 하락했다. 또 TV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대신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서 음반산업은 37%, 영화산업은 45%나 격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디지털화는 음반과 영화 등 콘텐츠산업에 가장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 및 모바일 확산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음반시장 규모는 전성기에 비해 3분의 1로 축소됐다.그러나 콘텐츠산업은 업계 구조개편, 지식재산권 문제 해결,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해 왔다. 1차 충격시 대립관계에 놓였던 라디오방송과 음반산업은 라디오가 음악을 유행시키는 마케팅 역할을 하면서 공생관계로 전환됐다. 또한 라디오방송과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해결돼 음반업계의 수익기반이 확충됐으며 기존 업계가 퇴출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음악 메이저가 출현하는 등 업계 구조가 개편됐다.이같이 음반산업은 변화와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충격에 따른 침체에서 벗어나 빠르게 성장했다.영화산업도 2차 충격 후 비슷한 변화와 적응과정을 거쳤다. TV방송에 대응해 영화 메이저는 모든 영화 제작과정을 직접 소유하는 수직계열화 시스템에서 기획-메이저, 제작-외주라는 분산형 생산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전환해 제작 효율화를 기했고 다각화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해 복합기업화함으로써 사업의 위험부담을 줄였다. 또한 영화사들이 TV방송에 제공하지 않았던 영화 라이브러리를 개방하고 방송국들도 영화사와 공동으로 TV방송용 영화를 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영화사와 방송사간 적대관계가 협력단계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와이드스크린, 3차원 입체영화, 총천연색 컬러영화 등 새로운 형태의 영화가 등장함으로써 시장규모가 대폭 늘어났다.3차 충격, 즉 디지털 충격에 대해서도 서서히 적응과정을 거치고 있다. 우선 모바일, 인터넷 등 새로운 음악 유통 형태가 등장하면서 벨소리, 컬러링 등 디지털 음원 시장의 문이 열렸다. 또한 P2P 방식의 불법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합법화, 유료화를 도모함으로써 성장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아울러 통신회사들이 음악업계의 메이저로 부상하는 한편 전통적인 음반제작사들은 인수합병되거나 퇴출되는 등 업계 구조개편이 활발하다.영화는 아직 음악처럼 적응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몇가지 변화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먼저 영화의 불법다운로드에 대응해 디빅스 분야에서도 P2P 서비스 규제 법률제정 등이 거론되고 있고 기존의 필름을 대체할 디지털 시네마의 도입 가능성도 엿보인다. 또한 SK텔레콤 및 KT가 영화산업에 진입하는가 하면 디즈니가 3D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인수하는 등 업계간 인수합병 및 타 업계 진입 등 업계 구조 개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변화와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 시장은 이미 2004년 2,014억원에 달해 1,300억원의 음반시장을 추월했다. 영화시장도 현재 영화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비디오·DVD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긴 하지만 조만간 지식재산권 문제 해결 등을 통해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지금도 새로운 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 미디어는 사라지고 새로운 미디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새로운 유통창구와 플랫폼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훨씬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다.'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야말로 대세를 역전시키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업계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변신을 도모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시대흐름에 무관심하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