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요구사항 중 성적을 올려달라는 건 없어요. 그보다 소심한 아이를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얘기할 수 있게 교육시켜 달라는 바람이 많습니다. 서울 강남에선 영어시험에서 1개만 틀려도 전교 석차 100등을 넘긴다잖아요.(웃음)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 사회성을 키워서 ‘왕따’당하지 않게, 또는 학교에서 간부활동을 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되기를 원하는 추세입니다.”1996년 SBS 개그맨 공채 5기로 데뷔해 본업인 개그보다 다양한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 말솜씨를 자랑해 온 오종철(34). 현재 SBS <김승현·정은아의 좋은 아침>, <잘 먹고 잘 사는 법>, <김미화의 U>와 KBS <세상의 아침>에서 패널과 리포터로, 케이블TV 경제채널 프로그램의 MC까지 겸하고 있는 그에게 이제는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이 개그맨보다 훨씬 자연스럽다.10년 전 데뷔하자마자 방송사의 갑작스러운 코미디 프로그램 편성 축소로 살길이 막막해졌던 그는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그 결과 동기인 지상렬과 심현섭 등이 중견 개그맨으로 입지를 굳힌 지금 그는 방송인으로서 아이들을 위한 말하기 교육기관인 ‘말 자라는 아이 화력(話力)발전소’(이하 화력발전소)를 열고 CEO로 변신했다.방송인의 말하기 기술 교육법 특허출원‘화력발전소’를 본격 개원한 것은 지난 4월. 오종철은 이곳의 대표이자 원장이며 강사다.“저를 포함해 4명의 강사진 확보와 더불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커리큘럼입니다. 아이들의 사회성과 인성교육이 주안점이었어요. 흔히 스피치 교육하면 웅변을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말하기 훈련은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이에요. 웅변은 자기의 생각을 청중 앞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말하기는 기본이고 상대방의 반응을 파악해 가면서 주고받는 기술이죠. 대입에서 논술과 함께 구술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도 반영했고요.”커리큘럼 개발에 들인 시간은 6개월. 교육학 및 국문학, 아동 전문 신경정신과 전문의 등 방송활동을 통해 그간 만났던 사람들은 화력발전소 준비에 든든한 네트워크가 돼 주었다. 그 결과 현재 화력발전소의 커리큘럼은 총 11단계로 1개월간 각 단계를 마칠 경우 입문과정에 5개월, 심화과정에 6개월이 소요된다. 수업시간은 주중 2회, 각 80분이다.“RS(Reporting Speech)교육 프로그램이 특징입니다. 방송기자들이 하듯 주어진 주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스스로 취재해 직접 카메라 앞에서 리포팅하는 방법이에요.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면서 단점을 스스로 개선하도록 하는 거죠. 말할 때 눈을 치켜뜬다거나 하는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스스로 받는 충격 이상 효과적인 것이 없거든요.(웃음) 자신 있는 말하기를 위해 복식호흡 교육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입문과정에서는 손짓, 표정 등의 신체언어와 아나운싱 과정이 포함되는데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해요.”RS교육법을 온라인에서 학생, 강사, 부모가 모두 참여하도록 고안된 RSO(Reporting Speech On-line)는 특허출원까지 냈다. 이 RSO를 통해 교재도 없는 아카데미의 수업이 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날의 수업을 바로바로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리면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자신의 말하기와 수업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평가를 대화방에 올리는 것이 아이들의 숙제다. 아이들의 평가 사이사이에 강사들이 직접 들어와 도움말을 주기도 한다.오종철은 이 RSO를 위해 밤 12시 퇴근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업을 직접 뛰고 80분 분량의 수업을 그날 바로 편집해서 올리고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프랜차이즈화·동영상교재사업 계획도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킨 지 두 달째 오종철은 홈페이지 기획·관리부터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커리큘럼 프레젠테이션, 홍보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방송활동에 아카데미 운영이 녹록지 않을 듯했다.“사실 2년째 성인 대상으로 방송진행자 교육기관인 RSA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홈쇼핑 쇼호스트 등은 공채라는 것이 있는데 방송 MC나 리포터 등은 공채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영역의 확장을 고려하게 됐고 지인들이 아이들 말하기 교육에 관해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어요. 남이 해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그런데 방송진행자를 꿈꾸며 RSA를 찾는 대학졸업생들마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투와 제스처를 쓰는 것을 보며 어릴 때 말하기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던 거죠.”지난해 1월 서울 양평동에 문을 연 RSA학원에 화력발전소를 병행(그는 현재 RSA 커뮤니케이션스 대표다)한 것이 올 4월부터다.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은 총 3억5,000만원에 달한다. 10년간 노력의 결실을 ‘올인’한 만큼 이곳에 거는 열정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현재 초등학교 3~5학년으로 구성된 1기 클래스가 잘 운영되고 보다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면 중등생반도 추가로 오픈할 생각이다.“원어민 강사와 영어로 대화를 잘하는 아이들이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입을 못 떼는 이유는 언어와 함께 문화교육이나 커뮤니케이션 기술 교육이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음은 좀 어눌해도 해외에서 당당하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영어회화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죠.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직장인들의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도 진행해 보는 게 목표예요.”대학생 및 직장인 경력관리를 컨셉으로 하는 커뮤짐(Commugym)과 더불어 초등학생 ‘말 잘하기 캠프’, 스피치 동영상교재 사업, 강사양성 과정 등 ‘말 잘하기’와 관련된 전 분야를 오종철은 블루오션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아카데미의 프랜차이즈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아이가 생기니까 저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요.”(웃음) 지난 5월 중순 득남해 새내기 아빠이기도 한 그는 “더욱 열심히 사는 아빠로 방송계의 대선배 임성훈처럼 일하다 방송국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돋보기 오종철의 직장인을 위한 스피치 팁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으며 설사 그것이 신선하다고 한들 사장될 수밖에 없다. 업종을 초월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사람들 앞에서 프로답게 말하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방송인 오종철이 귀띔하는 어드바이스.▷관찰, 관찰, 또 관찰하라 = 어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출발점은 ‘관찰’이다. 개그맨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라면 번뜩일 정도로 빠른 캐치와 흡수력인데 그것 역시 관찰력에서 비롯된다. 순발력 있는 말솜씨와 애드리브로 정평이 난 MC 김제동이 순발력에서 동료 연예인을 앞지르는 이유는 방송 데뷔 전 행사진행에서 비롯된 수많은 경험 덕분이다. 무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천, 수만번에 달하는 경우의 수를 그는 모두 머릿속에 넣고 있다. 관찰한 정보를 머릿속에 빠르게 집어넣어라.언젠가는 적재적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혼자 노는 연습을 많이 하라 = 좀 우스울지 몰라도 혼자 있을 때 자신이 하는 모든 상황을 ‘생중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리포터들의 방송 스타일이나 진배없다. 예를 들어 라면을 끓일 때 냄비의 상태, 부엌의 상황, 요리의 전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나홀로’ 방송을 해보면 생각보다 턱턱 막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연습을 자주 하다보면 애드리브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질문을 받으면 최소 3초는 멈췄다 대답하라 = 직장상사, 혹은 클라이언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하는 직장인이라면 꼭 유념해 둬야 할 사항.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발표자로서 질문을 받게 될 경우 딱 3초만 멈췄다 대답하라. 이렇게 답변을 시작하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두서없이 더듬으며 설명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3초의 침묵은 짧으나 청중에게는 발표자를 보다 신중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와 함께 상대방 역시 그 ‘침묵’ 동안 긴장하게 함으로써 답변의 내용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장헌주 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