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희홍익대 경영학과 교수sky33@hongik.ac.kr약력: 1952년생.76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84년 프랑스 파리 국립 9대학(돌핀대) 경영학 박사.85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현).2006년 행정자치부 조직혁신 자문위원비난 없이는 청계천을 복구할 수 없었으며 박수를 받으면서 국민연금제도를 바꿀 수 없다. 니체는 <차라투수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생을 이렇게 비유한다. ‘줄을 타는 곡예사는 외롭다. 아슬아슬한 위험에 처해 있지만 수많은 관객 중 아무도 대신 타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그런데 혁신의 선구자로서 대중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는 외롭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신 타주기는커녕 줄에서 끌어내리려고들 야단이다.무언가 변화시키려는 리더는 사람들에게 손실과 불안을 감수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때로는 배신을 강요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지켜온 것을 버릴 때 사람들은 상실감, 불편함, 불안감,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니 저항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사람들은 기존의 안정이 흔들리면 갖가지 해괴한 방법을 동원해서 리더에게 저항한다. 합당한 저항이유를 찾지 못하면 리더의 헤어스타일까지도 들먹거리며 어쩌니저쩌니 야단이다. 그러니 현명한 리더라면 3·1절 골프는 물론이요 구두에 모래를 묻혀서도 안된다.그런데 아예 줄에 오르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그는 리더가 아니다. 회사가 기우는데 욕먹기 싫어서 감원을 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 사장, 회의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도 조용히 앉아 있는 이사, 불량학생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생, 무사히 임기만 채우려는 장관, 모두 좋은 리더가 아니다. 이 땅의 모든 리더가 위험한 줄에 올라가서 성공적으로 줄타기를 잘한다면 우리의 가정과 학교와 기업과 국가는 현재의 모순과 부족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리더는 두고두고 모든 이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한편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는 우리 주변에 항상 널려 있다. 팀분위기를 바꾸려는 팀장, 자녀의 습관을 바꾸려는 부모, 교통체계를 개선하려는 시장, 국가행정을 개혁하려는 대통령, 모두가 리더다. 그러나 이 땅에는 망설이고 있는 리더가 너무 많다. 그저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의 부족만을 탓한다거나 복지부동하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조금 하는 척한다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오를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거나 하는, 그래서 아무런 개혁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리더가 많고 진정한 리더는 부족하다.리더의 길은 위험하면서도 매우 가치 있는 투자다. 왜냐하면 리더의 목적이 개인의 영욕이나 이익추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리더는 주변사람들의 삶을 함께 발전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는 원래 갖고 있는 지위와 권력만으로는 안되며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더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요 삶의 철학이다.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왜 리더가 되고자 하는가? 리더가 되는 길이 험난하다면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야 하는가?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가? 단순한 진격명령이나 애국심만으로는 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설명할 길이 없다. 군인들이 참호에서 뛰쳐나와 위험천만한 적진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동료가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리더가 되면 명예와 부를 얻을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원과 고객과 학생과 국민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모든 리더십의 원동력이다.사랑은 어쩌면 감상적이고 전문가답지 못한 용어 같지만 회사에서, 공동체에서, 교실에서, 가정에서 사랑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라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리더가 아끼는 자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향상시키려면 말이다. 우리는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오늘날 한국 기업과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리더는 대중의 박수를 받는 리더가 아니라 고행의 가시밭길을 가는 슬프고 고독한 리더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가 되려는 열정은 사랑의 용광로에서 솟아난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