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 강당에서는 76명의 ‘새내기’가 입학식을 치렀다. 기업체 대표, 군장성, 판검사, 고위공무원, 연예인 등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어서일까.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신입생 중에는 낯익은 이가 여럿이었다.이날 고려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최고위 정보통신과정(ICP)에 입학한 신입생은 20기생들이다. 지난 96년 9월 1기생 67명이 입학한 이래 정확히 10년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매기수마다 60~80명이 수료, 교우회만 해도 1,400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이 됐다.?독보적 경쟁력= 그 흔한 대학 최고위과정 중에서 유독 고려대 ICP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정보통신’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한편 방대한 휴먼 네트워크와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갖췄기 때문이다.우선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보화의 올바른 이해와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각 분야에서 정보화를 효율적으로 이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설립목적이 수요층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컴퓨터를 자주 접하지 못한 고령층에게 편안한 학습기회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해’와 ‘참여’를 중시하는 강의내용은 다양한 눈높이를 감안해 만들어졌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입체교육, 정보통신기술의 흐름 분석, 컴퓨터 실습을 통한 인터넷 활용 및 홈페이지 작성 등의 수업내용이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다가간다는 것도 강점이다.단조로운 수업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사, 심포지엄, 연수여행, 조찬 세미나 등을 여는 것도 특징이다. 20기생들은 어윤대 고려대 총장, 오명 전 부총리,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등 명사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의 조찬 세미나를 수차례 가졌다. 6월20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20기 해외연수의 경우 관광 위주에서 탈피해 미국 스탠퍼드대학, 현지에 진출한 한국 IT업체 방문 등으로 알차게 구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았다.?오피니언 리더 네트워크= 교우회를 중심으로 1기부터 종횡으로 엮여 운영되는 네트워크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탄탄한 조직력이 여느 동창회, 향우회 못지않을 정도로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이다. 20기생인 한부귀 한국신문방송인클럽 경영본부장은 “10년 전 입학했던 1기생과 올해 입학한 20기생이 교류할 정도로 교우회 조직이 잘 형성돼 있다”면서 “오피니언 리더만의 모임인데다 졸업 후에도 계속 다니는 것처럼 파워가 강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회공헌활동까지 더해 여러모로 만족도를 높인 게 남다른 지명도를 구축한 비결로 꼽힌다.김창헌 고려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장은 “상위 1%라 칭해도 좋을 최고의 인맥들이 끈끈한 동문의식을 갖고 활동 중”이라면서 “다양성을 담은 커리큘럼이 학습효과를 배가시켜 교육과 네트워크 형성, 사회공헌 등 모든 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고려대 ICP의 성과는 다른 최고위 과정과의 비교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90년대 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개설된 최고위과정은 ‘단기간 수료’와 ‘네트워크 형성’을 장점으로 내거는 게 대부분이다. 대학으로선 일반대학원 과정보다 등록금 수입을 높일 수 있고 학교 운영 및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각계 인사들을 확보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너무 많은 과정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다 보니 ‘부실’이 양산되는 게 현실이다. 교육 본연의 내실 없이 네트워크에만 초점을 맞춘 과정들이 허다하다는 게 대학가 불문율일 정도다. 그나마 네트워크조차 부실해 ‘개점휴업’ 중인 곳도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졌다.20기인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부회장은 “국내 여러 대학의 최고위과정을 다녀봤지만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인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면서 “전부터 고려대 ICP에 대해 좋은 평판을 들어왔던 터라 기대를 하고 입학했는데, 역시 공부와 네트워크 구축, 사회활동 면에서 흡족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려대 ICP는 고려대 내 20여개 최고위과정 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과정으로 이름이 높다.?명사들 ‘수두룩’= 고려대 ICP의 또 다른 자랑은 원생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정부 고위관료, 기업체 대표 등 교우회 명단에서 유명인의 이름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치 업종별로 배분을 한 듯 각 분야별 인사들이 균형을 이루는 게 특이할 정도다.8월에 수료하는 20기 중에는 정홍희 로드랜드 회장, 정성철 대우건설 상무를 비롯한 기업인과 이승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박태석 변호사 등 법조인, 최운 국방부 국장, 신현우 서울종로세무서장 등 고위공무원, 배우 김민종, 이광기 등 연예인이 포함돼 있다.첫 입학생인 1기생의 경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장수홍 전 청구 회장, 김덕룡, 맹형규, 박원홍, 이부영 등 전현직 국회의원, 강지원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임재문 전 국군기무사령부사령관 등 ‘빵빵’한 인맥을 자랑했다. 이후에도 강봉균(14기), 김기재(9기), 공성진(17기) 등 당시 국회의원 다수가 입학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14기), 권홍사 반도종합건설 회장(11기), 김광석 참존 회장(5기), 김용선 신동아건설 회장(14기) 등 기업인들도 ‘동문’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고두심(14기), 고소영(8기), 김용림(15기), 남궁옥분(14기), 남희석(18기) 등 인기연예인들도 교우회원으로 활동 중이다.한편 고려대 ICP 21기생은 7월10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며 9월11일부터 1학기 동안 개강할 예정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