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사는 김모씨는 요즘 채권펀드에 투자할까 생각 중이다. 갑자기 생긴 여유자금을 주식형펀드에 넣자니 불안하고 또 은행예금 상품에 넣자니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물론 막상 채권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어떤 펀드가 좋은지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처럼 최근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채권펀드 역시 금리변화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데다 계속된 저금리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이 초단기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보다도 낮은 1.84%에 머물렀다.채권펀드는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고 국공채를 비롯해 회사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들 채권성 자산은 모두 미리 정한 기간에 이자와 원금을 받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6월26일 현재 채권펀드의 총수탁고는 49조5,630억원으로 전체 펀드수탁고 230조2,000억원의 21.53%를 차지하고 있다.채권펀드는 현재 투자기간에 따라 단기형(90일), 중기형(180일), 장기형(1년)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투자기간이란 일반적으로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으로 간주하고 있다. 환매수수료란 일정한 기간에 환매를 막기 위해 그전에 환매할 경우 부과하는 벌금 개념의 수수료를 말한다. 즉 적어도 투자자들이 환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기간에는 투자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투자기간으로 간주해 펀드를 구분한 셈이다.그러나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실제 투자기간과 차이가 많아 이 같은 방식의 펀드분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90일에 지나지 않은 단기형이라도 실제 투자는 1년 이상 이뤄지고 있는 펀드도 상당하다. 결국 단기펀드인 줄 알고 투자했는데 실제는 장기펀드이거나 그 반대로 장기펀드인 줄 알고 투자했는데 실제는 단기펀드인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채권펀드는 또 어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국공채펀드, 회사채펀드, 투기채펀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공채의 경우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어서 부도위험이 없지만 그만큼 금리도 낮다. 반면 회사채나 투기채펀드는 국공채에 비해 부도위험이 높지만 반대로 금리도 높다. 채권펀드의 수익률은 투자하는 채권의 신용등급과 함께 펀드 내에 편입돼 있는 채권가격에 따라 결정된다.그런데 채권의 시장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유통수익률(금리)과 서로 반대의 움직임을 가진다. 즉 시장이자율이 오르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채권펀드에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시장이자율이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해 채권펀드에 이익이 생기는 식이다. 요즘과 같이 금리가 오를 때 채권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게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수익률 움직임은 투자한 채권의 만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편입된 채권의 만기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수익률 움직임이 민감하게 변동한다.따라서 금리가 내릴 것 같으면(채권가격이 상승할 것 같으면) 채권을 더 사거나 파생상품을 활용해 보유채권의 만기를 늘린다. 또 반대로 향후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채권을 매도하거나 만기를 줄여 손실을 피하는 게 좋다. 실제로 대부분의 채권펀드는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국공채나 통안채(한국은행 발행), 금융채(은행 발행) 등으로 단기적인 금리변동에 따라 채권편입비나 잔존만기를 조절해 수익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주식으로 치면 삼성전자 종목에만 투자하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단기매매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금리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채권펀드의 성과가 낮은 것은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운용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채권펀드의 장기적 성과는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성과를 분석한 결과 수익률은 떨어지고 변동성은 다소 감소했다. 특히 2003년과 2004년간의 변화와 달리 2004년에서 2005년에는 수익률이 더욱 하락한 반면, 위험은 더 증가했다. 즉 2003~2004년에는 수익률이 0.25% 떨어지고 표준편차도 0.5% 하락한 반면, 2004~2005년에는 1% 이상 성과가 떨어지는 동시에 투자위험인 표준편차는 0.25% 증가했다. 이는 저금리 기조에서 단기 국면별로 금리의 변동성이 더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했을 때 초단기 상품인 MMF에 비해 채권펀드 투자의 메리트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게다가 같은 유형의 채권펀드라도 펀드간의 성과 차이가 크게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가입하는 공모 채권펀드의 경우 4월 말 현재 연초 대비 최고·최저 수익률간의 차이는 무려 1.6%에 달했다. 이는 같은 채권펀드 유형임에도 펀드에 따라 운용전략과 스타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변화에 따른 채권펀드의 수익률 변동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각 채권펀드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투자계획에 맞게 어떤 펀드를 활용할 것인지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그렇다면 투자할 채권펀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채권펀드의 기대수익률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소 중 투자 대상 채권의 잔존만기와 신용등급이 가장 중요하다. 잔존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할수록, 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할수록 위험은 커지고 수익률도 높아진다. 채권펀드를 선택할 때는 수익률보다 펀드 내 편입된 채권의 잔존만기와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채권펀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첫째, 펀드 내 투자 대상 채권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투자 대상 채권의 종류가 불분명하거나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는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펀드가 어떤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펀드평가(www.fundzone.co.kr), 제로인(www.funddoctor.co.kr) 등과 같은 펀드평가사 사이트에서 해당 펀드 정보를 찾도록 한다.둘째, 일반 채권펀드보다 회사채펀드와 국공채펀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채펀드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신용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국공채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채권펀드 역시 투자전략이 명확한 펀드가 좋은 펀드인 셈이다. 투자방침이 명확한 펀드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 회사채펀드로는 대한투신의 ‘클래스원채권S-1’, ‘스마트단기채권S-9’, 템플턴투신의 ‘템플턴골드채권B-1’, 도이치투신의 ‘도이치코리아채권1-1’ 등이 있다.셋째, 선택한 회사채펀드와 국공채펀드에 대해서는 추가로 단기형, 중기형, 장기형으로 구분한 뒤 그중 하나의 유형을 고른다. 이때 장·단기 구분은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아닌 편입채권의 평균 잔존만기로 구분해야 한다. 채권펀드는 고수익성을 노리면서 투자하기보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관리되는 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바람직하다.민주영·FPnet 금융컨설팅팀장 watch@fp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