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며칠째 계속되는 궂은 날씨였지만 이경상내과의 대기실은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 ‘서초구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내과 중 하나’라는 명성을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장면이었다. 연초 <한경비즈니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베스트 클리닉’ 조사에서 이경상내과는 ‘서울시 내과 톱3’에 선정됐을 정도로 환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신경을 많은 쓰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를 하기 어려우니까요.”이경상 이경상내과 원장은 개원 10년 동안 지역주민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신뢰’를 꼽았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질환을 조근조근 설명하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놓았다. 큰돈을 벌지도 못했고 힘도 적잖게 들었지만 보람도 많은 10년 세월이었다.“위장장애로 7~8번이나 유산을 한 환자가 있었어요. 치료를 마친 지 1~2년 지났을 무렵이었는데 아기를 안고 찾아왔어요. 위 치료 후에 얻은 아기라며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더군요.”이경상내과를 찾은 환자들은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혈압측정이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데다 자칫 사망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어서다. 더욱이 스트레스,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의외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고혈압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또 고혈압이라고 말해주면 믿으려 하지 않아요.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고혈압은 가족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발병합니다.”이원장은 고혈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만연해 있다고 걱정한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오해’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고혈압 약은 결코 습관성 약물이 아니라고 이원장은 강조한다. 시력이 나쁘다고 평생 안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수술을 통해 얼마든지 시력을 개선할 수 있지 않습니까. 고혈압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 어느 정도 치료를 한 후 생활습관을 바꾸면 얼마든지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진행되는 병이어서 약을 장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고혈압약을 습관성 약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정상 혈압에 대한 오해도 뿌리가 깊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120/80을 정상 혈압으로 여긴다. 사실 대개 그렇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90/60~110/70이 오히려 정상인 경우도 적잖다.“우리나라의 경우 120/80보다 혈압이 낮지만 오히려 그게 정상인, 정상저혈압 인구가 서양에 비해 많습니다. 열에 한두 명은 그런 경우입니다. 이분들에게 120/80은 고혈압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당연히 치료도 하지 않죠. 그러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병하고서야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이원장은 평상시에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고혈압에 대한 최선의 예방책이자 치료법이라고 강조한다. 정기적인 혈압측정,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식사조절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일부 제약업체가 실시하고 있는 혈압관리 프로그램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이원장은 덧붙였다.약력:1962년생. 81년 전주고 졸업. 87년 한양대 의대 졸업. 95년 전문의(내과). 한양대 의대 전임강사. 96년 의학박사(내과). 97년 이경상내과 원장(현). 한양대 의대 외래교수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