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해변으로 대표되는 휴가여행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올여름에는 ‘휴가=여행’의 공식에서 벗어난 색다른 바캉스를 준비해 보는 게 어떨까. 더욱이 올해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부활로 대표되는 한국영화의 흥행예감과 더불어 풍성한 어린이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이벤트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어 도심 속에서만 즐기기에도 휴가가 짧게 느껴질지 모른다.블록버스터 영화의 계절역시 알찬 휴식을 보장해 줄 무난한 아이템은 영화다. 올 여름은 유난히 기대작이 많다. 스크린쿼터 축소 등으로 다소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이미 개봉됐거나 또는 조만간 개봉 예정이어서 영화 한 편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보람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듯하다.지난 7월13일 기대 속에 개봉된 강우석 감독의 영화 〈한반도〉는 10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뺏겼던 불운의 대한제국과 ‘경의선’ 개통과 통일을 막는 제2의 국권침탈 앞에 또다시 위기를 맞이하게 된 대한민국을 교차시키는 ‘팩션’(역사적 사실에 허구가 더해진 것) 블록버스터다.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감독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수연, 안성기, 문성근 등 톱배우들이 참여했다.여기에 7월27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이미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상영으로 전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은데다 언론시사회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로 가족애의 감동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송강호, 배두나, 변희봉, 박해일 등이 출연한다.역시 여름은 ‘공포영화의 계절’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영화 〈사이렌〉, 〈스승의 은혜〉 등을 추천할 만하다.영화 〈사이렌〉은 일본에서 게임의 흥미성과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호러 어드벤처 게임 〈사혼곡2-사이렌〉을 영화화했다. 이 영화는 ‘소리의 공포’를 표방한 영화다. 끔찍한 귀신의 실체를 보여주며 직접적인 공포 분위기를 불러왔던 기존 호러영화들과는 달리 영화 〈사이렌〉은 첫 번째 사이렌, 두 번째 사이렌, 세 번째 사이렌,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는 마지막 네 번째 사이렌 등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의 사운드를 통해 관객을 신선한 공포체험으로 안내한다.한국영화 〈스승의 은혜〉(8월3일 개봉)는 해마다 비슷비슷한 원혼 공포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영화시장에서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으로 부각되고 있는 교사와 제자간의 문제를 공포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은퇴한 선생님을 찾은 7명의 제자들은 은사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고마움을 표하지만 사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잊지 못할 상처가 있다. 이것은 곧 살인과 공포로 이어진다. 오미희, 서영희, 여현수 등이 출연한다.〈플라이 대디〉(8월3일 개봉)는 ‘위기에 처한 서른아홉 소심가장이 열아홉 싸움 고수의 특수훈련을 통해 영웅으로 탄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영화 〈왕의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가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역시 애니메이션영화가 탁월한 선택이 될 듯하다. 〈포켓몬 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는 전세계 어린이들을 열광시키며 ‘포켓몬 열풍’을 일으켜 온 포켓몬스터의 탄생 10주년을 맞아 극장판으로 제작된 영화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켓몬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3D영상, 일본 톱가수 소에루의 음악이 더해져 기대를 모으는 영화다.〈카〉는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픽사의 야심작이다. 화려한 성공과 갈채를 꿈꾸는 주인공 라이트닝 매퀸(목소리 오웬 윌슨 분)은 경주에서 성공하는 것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피스톤컵 챔피온십에 참가하기 위해 달리던 중 길을 잃고 경쟁이나 함성과는 동떨어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란 한적한 시골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 매퀸은 인생이란 목적지가 아닌 여행하는 과정 그 자체이며 명성과 스폰서, 트로피 뒤에 가려진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 8월10일 개봉하는 〈각설탕〉, 〈다세포 소녀〉도 가족, 또는 친구끼리 보기에 적당한 ‘방학용 영화’다.찾아가는 문화축제계절적 특성에 맞게 문화축제도 풍성하다. 이른바 ‘문화피서’를 확실히 보장해 주는 지역 문화축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진다.먼저 18회를 맞는 거창 국제연극제가 7월28일~8월16일까지 진행된다. 총 10개국 47개 단체가 참여해 가족극, 실험극, 마당극, 뮤지컬, 발레, 전통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자리다. 춘천에서는 8월9~15일에 춘천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춘천국제연극제에는 일본 극단 사쿠라젠센의 〈자줏빛 구름너머〉를 비롯한 6개국 17개팀이 참여한다. 제10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수원 화성 장안공원을 중심으로 8월18~27일에 열린다. 공식참가팀은 국내 12개팀과 해외 6개팀으로 러시아 극단 제노바크 스튜디오의 〈소년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을 연극언어로 바꾼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코미디연극 ‘눈길’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연극 〈아트〉는 TV탤런트 등 대중스타들의 출연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유쾌한 코메디 아트〉라는 타이틀로 다시 등장했다. 9월3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계속되는 연극 〈아트〉에는 김장섭, 이광기, 김진수, 이정용, 이해성, 박수영 등이 출연한다. 관객 60만명 이상 동원한 연극계 스테디셀러 〈라이어1〉은 대학로 틴틴홀에서 장기공연 중이다. 한방 인생을 다룬 연극 〈스탠딩가이스〉는 9월3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영화 〈투사부일체〉의 강성필과 코미디언 전창걸 등이 출연한다.뮤지컬 전성시대뮤지컬 전성기답게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창작뮤지컬도 부쩍 많아졌다.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는 8월6일까지 창작뮤지컬 〈키스미타이거〉 공연이 이어진다. 한국적 해학성을 담은 뮤지컬로 호녀와 순박한 김현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순수한 바보 인후가 ‘뇌 증진 프로젝트’의 실험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8월27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이어지며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는 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그 열광적인 무대가 계속된다. ‘마지막 빅4’〈미스사이공〉은 성남아트센터에서 8월20일까지 공연을 마친 뒤 9월1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무대에 오른다.어린이공연 풍성베스트셀러 〈연금술사〉가 뮤지컬로 재탄생한 〈어린이 연금술사〉는 8월27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엄마는 안가르쳐줘〉는 어린이 성교육 뮤지컬이다.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8월20일까지 계속된다. 기상과학체험 어린이 뮤지컬 〈판도라의 날씨상자〉는 날씨 변화의 과학원리를 설명하는 데 뮤지컬 형식을 이용한 에듀테인먼트 어린이공연이다. 7월30일까지 목동 브로드홀에서 공연된다. 웅진씽크빅 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어린이 난타〉 공연은 8월27일까지 이어지며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음악 특별공연〉은 8월17~19일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006 아이스 발레-호두까기인형〉은 8월8~10일 3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