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문자(文字)에 뒤지지 않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태양열로 구운 벽돌 표면에 나뭇가지로 그린 4,500년 전의 고대 바빌로니아 지도를 비롯, 역사는 기원전 수백년부터 많은 지도가 존재했다고 쓰고 있다. 그만큼 지도는 문자만큼이나 인간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지도는 시대변화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 왔다. 돌이나 흙벽에서 목판, 종이, 컴퓨터로 지도를 담는 ‘그릇’이 계속 바뀌고 과학·수학과 결합하면서 더 정교하고 정확해졌다. 특히 생활정보로서 지도의 역할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검색포털 구글은 지난해 위성사진을 이용한 세계 입체지도 ‘어스’를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천리 떨어진 고향집까지 보이게 만든 어스 덕분에 지도 보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이들까지 생겨났다.바로 IT기술의 혁명이 지도의 혁신을 불러왔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인터넷 지도 서비스는 종이지도 조각을 스캔해 만들어 붙인 이미지 맵이 주류였다. 정확한 지도를 원한다면 지도인쇄사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두꺼운 지번도를 구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 검색은 물론 빠른 길 찾기,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까지 가능해졌다. 심지어 CCTV로 도로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여기엔 마케팅 기법의 혁신도 한몫을 했다. 움직이지 않는 가장 정확한 좌표를 제시하는 지도의 특성상 각종 마케팅과 자유자재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지도 위에 특정 정보를 덧칠, 수십 수백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도 마케팅이 호평을 받고 있다.이미 지도는 자유자재로 ‘그릇’을 옮겨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활 필수요소로 변신했다. 끊임없이 ‘어디?’ ‘무엇?’을 묻는 이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좌표’를 건네주는 게 21세기형 지도의 본모습이다.△똑똑한 지도 ‘여행이 편리해’ = 요즘 지도의 기본은 ‘모바일’이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지도다.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 자동차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으로, 휴대전화 사용자는 각 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서비스로 똑똑한 지도를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 굳이 지도책을 사서 펴 보지 않더라도 지도는 생활 가까이에 대기 중이다.회사원 김철주씨(29)와 여자친구 최경선씨(28)는 지난 6월 말 주말을 이용해 전북 일대를 여행하면서 모바일 지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두 사람 모두 전북은 첫 여행지였지만 직접 운전하며 명소와 맛집을 찾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군산, 부안, 모악산 등을 아우르며 군산뜰아름마을, 완주디지털산내골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테마마을을 돌아봤다. 초행길이었지만 지름길을 찾아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빠른 시간 안에 골라 다니는 즐거움까지 누렸다.김씨 커플이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은 DMB 수신 내비게이션 ‘폰터스 HNA-6220’(현대오토넷)와 ‘비틀맵 전통테마마을’(지오마케팅). 한반도의 굵직한 관광지와 도로가 예쁘고 실감나는 그림으로 채워진 비틀맵을 기본자료로 삼고 폰터스를 세심한 길잡이로 앞세워 아무 불편함 없이 즐거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이통사 ‘문자로 지도 보내자’ = 모바일의 대명사 휴대전화가 지도 서비스에 둔감할 리 없다. 이동통신사들은 저마다 위치 및 지도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SK텔레콤의 경우 자신의 위치나 특정 장소 위치를 담은 지도를 발송하는 ‘지도 문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나 모임장소를 지도를 보내 알려줄 수 있고, 특히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지인에게 위치를 신속하게 전할 수 있다. 요금은 발송자의 경우 건당 70원(문자전송료 30원 별도)이며 수신자에게는 데이터 통화료 약 120원이 부과된다. ‘네이트 교통정보’는 내비게이션에 진배없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고속도로, 국도 주변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바탕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빠른 길 안내와 예상 소요시간, 현재 소통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KTF의 ‘너 어디야?’(150원), ‘나 여기야!’(160원) 서비스는 친구의 위치와 나의 위치를 주고받는 게 핵심이다. 또 매직엔 ‘아우토반’ 서비스는 고속도로 노선별 소통상황과 소요시간, 고속도로 속보, 정체구간 조회가 가능하다. 30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지도보기도 문제없다.LG텔레콤은 무선인터넷 이지아이를 통해 약속장소를 약도와 함께 보내는 ‘퀵! 약도배달 서비스’, 지하철노선과 도착시간 정보 등을 알 수 있는 ‘지하철 플러스’, 지역 생활정보와 전화번호, 주소를 알 수 있는 ‘옐로우 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인터넷 포털 ‘지역정보 빵빵’ = 네이버, 야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지역정보 서비스 보강에 신경 쓰고 있다. 지도와 연계해 각종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생활 정보의 집약판이다. 개중에서도 야후가 가장 적극적이다. ‘야후! 거기’ 서비스의 경우 지역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지역정보 서비스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떠나기에 앞서 해당지역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자 하는 경우, 지도 맵 브라우저에 지명을 입력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제부도 근처 펜션’이라 입력한다면 제부도를 중심으로 해당업체의 위치와 고유정보가 한꺼번에 제공된다. 다시 지도 검색창에 ‘쿠폰’, ‘이벤트’ 등 원하는 추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등록된 업체의 정보가 추가로 제공된다. 이뿐만 아니라 ‘TV맛집’, ‘거기걸스 추천업체’, ‘쿠폰제공 업체’ 등의 정보까지 지도창 하나로 가능하다. 검색반경은 최대 4.5㎞에 이른다.네이버와 다음도 지역정보 서비스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의 ‘포토스트리트’의 경우 주요지역의 사진을 지도와 연계해서 제공하는 일종의 동영상지도다. 원하는 장소의 주변 건물이나 간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미리 거리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는 게 특징이다.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시티N’은 생활정보 전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지역정보를 제공 중이다. 특정지역의 상점, 식당, 숙소, 쿠폰 정보 등을 정확하고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인터넷 지도가 ‘해결사’ = 초보 공인중개사 이은경씨(35)는 인터넷 지도 콩나물닷컴을 거의 하루 종일 펴놓고 일을 한다. 요즘처럼 거래가 뜸할 때나 일이 많을 때나 인터넷 지도는 이씨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부동산중개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갓 6개월을 넘긴 만큼 현장 공부가 중요한데, 인터넷 지도는 길잡이 역할을 훌륭히 해주기 때문이다.이씨는 “지번이나 주요 건물 이름을 적어 넣기만 하면 자세한 지도를 볼 수 있어서 무척 유용하다”면서 “직접 가보지 않아도 매물의 입지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콩나물닷컴의 인터넷 지도 ‘콩나물’은 인터넷 지도의 대명사로 이름이 높다. 최근에는 전국을 1m 고해상도 영상으로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위성영상지도 ‘블루버드’를 출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구글 어스보다 최신 데이터로 제작한 게 특징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