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사전제작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된 드라마 <연애시대>로 이름을 알린 오민호 옐로우필름 대표(39)가 또 한번 사고(?)를 쳤다. 최근 옐로우필름은 배두나, 김민준 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사전제작드라마 <썸데이>를 케이블채널 OCN에서 오는 11월 방영키로 해 방송연예가에 화제를 뿌렸다. 그는 사전제작시스템에 이어 이번에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채널을 과감히 선택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미 인터넷과 각종 다른 방송채널의 영향 때문에 지상파TV의 위력이 약화된 지 오래입니다. 같은 시간대 지상파 3사의 프로그램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6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죠.”그는 또 콘텐츠에 대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지상파 채널과 달리 케이블채널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구성의 콘텐츠만 받쳐준다면 앞으로는 케이블채널이 드라마 채널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오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이미 올 초 드라마 <연애시대>의 성공을 통해 확고해졌다. 제작비가 평소의 1.5~2배 드는데다 배우들도 오랜 시간 얽매여 있어야 하는 게 사전제작시스템이지만 드라마 <연애시대>가 ‘웰메이드’(잘 만들어진 상업작품)라는 별칭을 얻으며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콘텐츠의 흥행이 실질적 비즈니스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매력이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 그리고 트렌드에 민감한 남성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자니 작품의 질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죠.”광고회사에서 근무하며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의 눈물’ 광고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는 드물게 광고업계 출신이다. “4대째 우동가게만 하는 그런 인생은 재미없지 않으냐”고 우회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설명한 오대표는 영화를 전공하고 광고업계에서 일했고 다시 드라마 제작으로 옮겨간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결국 그 성과물이 내 것으로 남지 않는 광고 일을 하면서 상실감이 컸다”는 게 2000년 옐로우필름을 창업한 이유다.제2기 한류열풍을 맞고 있는 요즘 드라마 제작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코스닥 상장회사인 실리샌드의 지분을 대량 인수하면서 옐로우필름을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보다 크리에이티브 쪽에 전념하고 싶어서라고. 또한 최근에는 매니지먼트업체와도 협력관계를 맺어 배우 확보에서도 전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1기 한류가 배우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2기는 콘텐츠 하나하나에서 시작된 한류가 돼야 합니다. 배두나가 출연해서 영화 <괴물>이 유명한 것이 아니라 영화 <괴물> 때문에 배두나가 각광받는 식인 셈이죠.”그래서 그는 투자든 제작이든 철저히 콘텐츠 중심으로 결정한다. 배우나 작품의 브랜드 가치보다 콘텐츠 자체가 좋아야 성공한다는 것. 지난 5월 말 일본지사인 ‘옐로우재팬’을 설립한 것도 일본 방송국에 좀더 나은 수준의 콘텐츠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다.올해 300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둔 오대표는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관객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길 바란다”면서 “드라마뿐만 아니라 공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콘텐츠 공급자’(Contents Provider)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약력:1967년생. 93년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97년 웰콤 플래너·프로듀서. 2000년 옐로우필름 감독 겸 대표이사(현). 미국·영국·호주·남아공·모잠비크 등지에서 해외광고 100여편 제작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