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이끄는 김쌍수 부회장(58)은 1969년 LG전자의 전신인 럭키금성에 입사해 생산라인에서 35년간 근무한 경력을 자랑하는 현장 출신 경영인이다. 특히 그는 냉장고 라인 공장장을 거쳐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igital ApplianceㆍDA) 사업본부장에 있을 때는 LG 제품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100PPM’, ‘6시그마’를 도입해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 그는 97년 말 외환위기 때는 DA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그 결과 LG전자의 제품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프리미엄급 제품의 개발과 잇단 시장공략 성공으로 국내외에서 새로운 수익을 찾게 됐다. 이는 또 2002년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LG의 인터넷 가전제품을 선보이는 원동력으로 성장했고 현지시장 공략으로 LG 인지도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LG전자는 외환위기 가운데서도 매년 20~30%의 고속성장과 5조원대의 눈부신 매출신장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김부회장이 임원에 오른 뒤부터 LG전자의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현장 중심 경영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경영혁신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루면서 극대화했기 때문이다.“책상에서 열번 보고를 받는 것보다는 한번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김부회장은 35년간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인지 누구보다도 현장의 중요성을 잘알고 있고, 이를 십분 활용한 결과 현장 직원들과의 막힘없는 의사소통은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달에 한번은 현장에서 미팅을 주재합니다. 현장 직원들과 당면한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현장 미팅이야말로 저의 경영마인드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죠.”LG전자는 80년대 말 극심한 노사분규로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생산현장 출신인 김부회장에 중재로 새로운 노경(勞經)문화가 자리잡았다. 창원공장을 필두로 기존의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립적인 관계는 노동자와 경영자의 상호협력으로 서로의 신뢰를 회복했고 수평적인 관계로 진전했다. 김부회장의 투명한 경영과 자기혁신,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해 LG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노경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김부회장은 사업부문에서 에어컨사업을 2000년 이후 3년 연속 세계 1위 제품으로 올려놓았다.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41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전자레인지 또한 세계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하며 국내 경쟁업체를 따돌렸다. “오는 2010년까지 LG전자가 세계 톱3 전자ㆍ통신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평소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있는 김부회장은 인재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단순히 ‘Best People’(똑똑한사람)보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Right People’(적임자) 육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김부회장은 “해외에서 1등을 하려면 현지의 독특한 문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이 진정한 ‘Right People’이며, 각종 악조건에서도 현지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영업하는 주재원이야말로 LG전자를 이끌어가는 ‘Right People’이다”고 거듭 강조했다.김부회장은 LG전자를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지식경영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부별 과제를 선정해 중요도에 따라 각기 다른 과제를 갖고 추진되는 TDR(Tear Down & Redesignㆍ기존의 틀을 찢고 재설계하라)는 각 기능별로 산재돼 있는 지식들을 함께 모아 목표달성을 이루는 과제해결형 학습조직이다.한편 지난 6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을 ‘아시아의 스타’(The Star of Asia)로 선정했다. 올해 <비즈니스위크>의 ‘아시아의 스타’에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강금실 법무부 장관 등 25명의 정치ㆍ경제계 인사가 포함됐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LG전자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 가운데 하나로 김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묵묵히 한우물만 파다 보면 비전이 보이게 마련이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인정해 주게 됩니다. 저는 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공채로 입사해 CEO에 오르게 된 것은 회사를 세계 최고기업으로 만들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약력>1945년 경북 김천 출생, 69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69년 럭키금성(현 LG전자) 공채 입사, 84년 럭키금성 냉장고 공장장, 93년 LG전자 상무이사, 98년 LG전자 부사장, 2000년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 2001년 LG전자 사장, 2003년 LG전자 부회장, 93년 석탑산업훈장 수상, 2000년 동탑산업훈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