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후 사후관리까지 각종 지원 뒷받침 … 초보적 기술지식 필요, 이공계 전공자 유리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성장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고 매니지먼트도 하는 기업 조련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택수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사가 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정의다. 기업 조련사라는 의미를 새겨보면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투자 역할만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투자한 회사에 각종 경영 자원을 지원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한다는 뜻도 지니고 있다.강이사는 “기업 공개 후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며 “투자와 관리라는 두가지 항목이 병행되도록 이끌어야만 우수한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 공개후 자금관리라든지 외부 자금 유치에 따른 회사 상황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이사는 “노력 근성 판단력도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3가지 덕목”이라고 꼽는다. 그 가운데 끈기있게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사항이라는게 강이사의 설명이다.인터넷 붐과 함께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벤처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직종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다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전공과 함께 전문 업종에서 일정기간 종사한 경우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7백여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활동이준호 한국기술투자 구조조정사업부 팀장은 “해당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기업을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절대적인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한다. 환경분야 전문 심사역으로 유명한 이팀장도 서울대 자연대 및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장기신용은행과 주택은행에서 여신심사와 기업분석을 맡아온 경험이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 세계에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국내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숫자가 몇명이나 될까. 벤처캐피털협회에 등록된 벤처캐피털 수는 11월 현재 1백2개. 미등록된 신설 창투사까지 합치면 약 1백40여개 정도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각 벤처캐피털마다 4~5명의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때 약 7백여명의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확보하기 위한 벤처캐피털 회사의 물밑 접촉도 치열하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판단 하나로 소위 대박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생 벤처캐피털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절대 인원이 부족한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스카우트 전쟁을 부추키는 원인이 됐다.그에 따른 여파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D벤처캐피털은 K벤처캐피털로부터 3~4년 경력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스카우트해 두 회사간 갈등이 증폭된 적이 있다. 스카우트 전쟁이 거세지면서 모 벤처캐피털은 직원들에게 ‘이직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대다수 벤처기업은 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기술을 시장과 연결시키는 능력이 부족할 뿐더러 기업 경영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기술평가능력 경영지원능력 등 기술과 자금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도 시급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출자자모집 발굴 심사 투자 경영자문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우선 출자자 모집이 중요하다. 우리보다 벤처캐피털의 역사가 긴 미국은 출자자모집 소위 펀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펀딩이 1년, 투자에 2년을 소요할 정도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연금, 기금담당자, 부유한 패밀리, 재단,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활동을 한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펀딩은 과거의 수익률보다는 인적네트워크에 의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양한 인맥 형성도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다.벤처캐피털리스트의 주업무는 우수한 투자를 집행하는 일이다. 투자는 융자와 달리 담보가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지하에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투자시점과 투자금 회수 시점의 시장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향후 우수한 실적이 기대되는 유망한 산업을 인지하는 안목이 필요하다.주업무는 우수한 투자 집행벤처캐피털리스트가 좋아하는 업체는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투자 단가가 낮은 회사다. 성공이 예상되는 회사를 선별해 내기 위해서는 산업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데스크톱 컴퓨터에 의해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미래에는 휴대용 단말기 즉 핸드폰 PDA 웹패드 등을 사용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기술투자 김정민 팀장은 “초보적인 기술 지식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산업 동향을 파악해도 기본적인 기술 지식이 부족하면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좋은 회사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김팀장은 “투자 요청을 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 이유에 대해 “좋은 벤처기업은 찾아오기 전에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이미 접촉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 투자를 요청한 벤처기업 가운데는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부문에 투자 요청이 많다고 덧붙인다.최근 벤처 거품론과 함께 벤처 투자가 상당히 위축돼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투자도 상당히 신중해졌다. KTB의 강이사는 “내수보다 수출로 승부를 거는 인상을 심어주는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 김정민 우리기술투자 팀장벤처 선별해 직접 투자 ‘역동적 매력 물씬’“무선 인터넷, 온라인 게임, PDA, IMT-2000의 핵심부품 업종 등이 최근 저희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이노텍 정보통신이라는 PDA 관련 주변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를 했습니다. 이 회사는 PDA에 소켓 형식으로 끼울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김팀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에 매력을 느끼고 대기업에서 벤처캐피털로 회사를 옮긴 케이스다. 88년 LG반도체에 입사한 후 수년간 기획 업무에만 종사했다. 그후 92년 미국으로 건너가 MBA를 마치고 귀국한 후 95년부터 본격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컨설팅 회사에서 함께 일해 볼 것을 제의받았지만 컨설팅보다는 벤처 기업을 선별해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투자하는데 더 역동적인 매력을 느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다”고 설명한다.첨단 기술 관련 회사를 분석하는데 이공계를 졸업하고 LG반도체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됐음은 물론이다. 김팀장은 심사와 관련해 분석업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에 있어 기업 분석업무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이 첨단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내용들을 종합해 향후 성공할 수 있는 핵심을 집어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99년말 벤처라고 부르기만 하면 모두 돈을 벌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매출액이 불과 몇십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시가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요. 이런 현상은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현상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주가의 의미는 미래의 수익을 믿고 오늘 투자하는 것입니다. 미래 수익가치보다 서로 사겠다고 과도한 프리미엄에 편승하는 일은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는 금물입니다.”김팀장은 일관성있게 시장을 보는 시각과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학구적인 논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