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돈ㆍ인재ㆍ기업 엑소더스 Good Bye~ Korea!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경상수지 6억4,000만달러 적자’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한국경제의 성적표다. 지난해 99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해 목표인 40억달러 흑자 달성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미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한국경제의 위축을 예고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뿐 아니라 한동안 한국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관측이었다.

적자의 이유를 한두 가지로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항목을 살펴보면 결정적인 요인을 어렵지 않게 짚어낼 수 있다. 서비스수지 적자다. 지난 7월까지 서비스수지 적자는 무려 106억달러에 이른다. 7월 한달에만 17억4,400만달러나 까먹었다. 7월 경상수지 적자액인 2억1,200만달러의 8배에 달하는 액수다.

서비스수지 적자를 주도한 것은 해외여행 경비였다. 순수한 여행경비와 유학·연수 등 학자금 등으로 지급된 금액이 7월까지 약 100억달러에 이르렀다. 물론 들어오는 돈이 더 많으면 흑자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내국인 해외여행객과 국내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 입국자의 차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 연간 해외여행자수는 이미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2003년 709만명, 2004년 883만명, 2005년 1,008만명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 543만명을 돌파, 지난해에 비해 13.6% 증가한 상태다.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환율하락에 따라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여행경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 해외여행객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4년 582만명에서 지난해 602만명으로 겨우 3.5% 증가했을 뿐이다. 올 상반기에는 296만명이 입국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늘어난 데 그쳤다.

유학과 연수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조기유학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이 많아졌다. 전체 유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여년 전 10%에서 30%로 불쑥 커졌다. 초등학생이 유학갈 경우 대개 부모가 동행하기 때문에 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유학과 연수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순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급인재는 필수적인 것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국내기업들이 인재를 찾아 전세계를 헤매고 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유학의 순기능에 대한 상식적인 기대를 배신하고 있다. 유학생은 많아졌지만 실제로 고급두뇌 유입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고급두뇌 유입률은 -1.4%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캐나다 10.7%, 미국 5.4%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성적이다.

미국과학재단의 통계를 봐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 유학생 2명 중 1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급두뇌를 절반이나 잃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고급두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더 좋은 보수와 더 나은 연구환경을 좇아 선진국의 연구실로 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연구에서 성과를 낼수록 해당국의 과학,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생각할수록 속이 쓰린 대목이다.

경제의 한 축이 사람이라면 다른 한 축은 돈이다. 돈은 기술과 인재, 노하우라는 구슬을 꿰는 끈이라고 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논리가 갈수록 대세로 굳어지는 마당이어서 ‘투자자금’은 더욱 소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야 할, 한국경제에 기여해야 할 ‘돈’마저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증권투자수지는 사상 최대의 유출초과를 내고 말았다. 자그마치 164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본격화한 반면, 국내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돈을 챙겨 돌아간 탓이다.

해외부동산, 해외펀드 등 해외의 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1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투자액인 932만달러에 비해 무려 15배나 많았다. 해외펀드는 지난해 말에 비해 4배나 몸집을 불렸다. 이에 따라 국내 펀드 전체에서 차지하는 해외펀드의 비중이 지난해 5%에서 8% 이상으로 커진 상태다.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현재의 규모로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하지만 국내 투자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질수록 경제 전체에 미칠 역풍은 거세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 꼭 한국인, 한국돈만은 아니다. 어렵사리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기업과 해외자금도 앞다퉈 한국을 떠나고 있다. 유통업종에서 세계 1·2위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전격 철수를 단행했고 제약업계에서는 한국화이자, 한국바이엘, 한국노바티스가 공장 문을 닫았다. 그뿐만 아니다. 세계 휴대전화산업의 양대 산맥인 노키아는 마산 공장을 축소했고 모토로라는 아예 폐쇄했다.

돈과 사람이 떠난 한국경제는 상상만으로도 이맛살을 찌푸릴 만큼 끔찍하다. 가속화되고 있는 ‘코리아 엑소더스’의 문을 걸어 잠글 단단한 빗장이 절실하다.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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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