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시장규모 10조원 … ‘굿바이 코리아’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좁은 땅덩어리에서 학연, 지연으로 얽히고 설키고, 사교육비로 가계가 멍드는 한국에서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습니다.”

영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최근 한국에 돌아온 K씨(29)는 ‘이민예정자’다. 영국의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귀국한 K씨는 “결혼 후 영국으로 떠나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강남 소재 중학교, 특목고, 명문대 졸업에 영국 경영대학원 학위까지 갖췄지만 한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급인력인 K씨, 뭐가 문제일까.

최근 유학생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19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러다 보니 유학과 연수에 들이는 비용만 매년 10조원이다.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유학 경비 규모는 2001년 10억7,000만달러에서 2002년 14억2,000만달러, 2003년 18억5,000만달러로 커져왔다. 이어 2004년 24억8,000만달러로 해마다 30% 이상 성장해 왔다. 업계에서는 동반가족을 포함한 전체 경비는 2001년 47억달러에서 2002년 58억달러, 2003년 64억달러, 2004년 7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급기야 2005년에는 100억달러, 약 10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미국 유학생 가운데 한국학생수는 지난해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 공부 중인 유학생은 8만6,626명으로 나타났다. 인도(7만7,220명),중국(5만9,343명),일본(5만4,816명),대만(3만6,091명)을 훨씬 앞질렀다. 인도의 인구 11억명, 중국의 인구가 13억명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인구 5,000만명인 대한민국의 유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국내 대학졸업 후 유학을 다녀오는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조기유학이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월 ‘2004학년도 초·중·고 유학 출국 학생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 말까지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중·고생수는 1만6,446명이었다. 98년(1,562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나이별로 보면 중고생에 비해 초등학생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조기유학의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서울지역 초·중·고생의 조기유학자 통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5년 초·중·고교 조기유학생 7,000명 가운데 초등학생은 2,453명이었다. 전년에 비해 15.3% 늘어난 수치다. 1,828명에서 2,027명으로 10.9% 증가한 고교생보다 오히려 많다.

유학 관련 비즈니스도 호황이다. 유학 관련업체는 전국적으로 3,000개사 정도로 추산된다. 대형업체만 10개사가 넘는다. 이들 유학업체는 국가별, 비용별, 목적별로 상품 패키지를 갖춰놓고 있다. 최근에는 유학 준비부터 현지 적응, 대학 진학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해 주는 ‘관리형 유학’까지 등장했다. 일종의 애프터서비스(AS)다. 물론 비용은 더 받는다.

유학업체만 물 만난 게 아니다. 국내 학원도 유학생들로 지갑을 채운다. 최근 일부 학원은 미국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르는 SAT까지 가르친다. 특히 여름방학 서울 강남지역 학원가는 일시 귀국생으로 가득 찬다. 미국에도 SAT 준비를 도와주는 교육시설이 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역부족이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펼치는 한국의 학원 시스템을 외국에서 따라갈 수 없다는 후문이다.

유학을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삼은 곳은 학원뿐만 아니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유학은 ‘호재’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글로벌 프리미어 상담센터’를 서울 강남 공항터미널지점에 개설했다.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조기유학 전문가를 상시 배치했을 정도다. 우리은행 또한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학이주센터를 운영한다. 신한은행도 2000년에 2개의 유학이주센터를 설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유학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조기유학생의 현지 부적응과 일탈, 기러기 아빠로 인한 가정해체, 교육의 빈부격차 극대, 경상수치 악화, 국부유출 등은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논의된 유학의 부정적 영향이다.

최근 들어 더 심각한 문제가 유학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유학이 코리아 엑소더스의 뿌리가 된다’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든 K씨처럼 유학을 경험한 뒤 ‘한국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와 그 자녀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캐나다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Y씨(43)는 국내의 척박한 교육환경에 실망, 아이들의 유학을 택했다. Y씨는 “아이들이 대학졸업 후 굳이 한국에서 일하지 않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했으면 한다”면서 “두 아이도 외국생활에 만족하며 해외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 반작용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학부모와 학생은 늘어만 간다. 관리형 유학 전문기관인 아리랑TV유학센터는 최근 초·중·고생 학부모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30.2%가 자녀를 조기유학 보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국가로는 미국(46.3%)과 캐나다(21.7%)가 1·2위로 꼽혔다. 이어 중국(13.5%),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9.4%), 뉴질랜드(5.0%), 호주(4.1%)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모가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초·중생 대상 영어캠프인 패로스캠프는 지난 8월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초등학생이 영어공부를 위해 해외 조기유학을 떠나는 데 대해 응답자의 45%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26%에 불과했다.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유학 붐은 분명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공교육의 질적 향상만이 살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시장의 개방 또한 검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돋보기 국내 대학의 해외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

‘빈자리 채우자’… 너도나도 뛰어

최근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세계 대학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대학은 단 1곳도 글로벌 100대 대학에 들지 못했다. 반면 아시아권에서 일본 5개, 홍콩 3개, 싱가포르의 2개 대학이 순위에 진입했다. 국내 수많은 대학이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평가결과가 보여주듯 아직 시작단계다. 국내 교육수준을 높여 지나친 유학선호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 대학이 할일이다.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교과과정, 시설 등 인프라는 기본이다. 외국인 학생의 비율 등 대학이 배출하는 인적자원의 ‘글로벌 지수’도 중요하다. <뉴스위크> 또한 외국인 교수, 외국인 학생 비율을 주요 평가기준 중 하나로 사용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최근 국내 대학은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한국학생이 늘고 있는 동시에 역으로 보다 많은 외국학생을 한국에서 공부시킨다는 목표다. 대학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동원하면서 외국 유학생수는 2001년 이후 급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1년 외국인 유학생은 1만1,000여명 수준이었으나 4년 만에 2배가 넘어 2005년에는 2만2,526여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공부했다.

대학의 외국인 학생 유치경쟁 가운데 우선 한국어 교육기관이 눈에 띈다.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학의 한국어교육기관은 연세대 등 10여곳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에는 70여개의 대학이 한국어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해외대학과 제휴를 맺는 등 능동적인 방법을 택한다. 선문대 한국어교육원은 외국 유학생 700여명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 33개국 88개 자매대학을 통해 외국 유학생을 유치한다. 이외에도 적잖은 학교에서 한국학생과 외국학생을 연결하는 언어교환, 언어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국제교류실과 한국어교육센터는 KUBA(Korea University Buddy Assistance)라는 프로그램으로 외국학생과 한국학생을 연결해준다.

유학생과 한국인 가정을 연계하는 시도를 한 곳도 있다. 배재대는 유학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호스트 패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배재대는 유학생 체육대회, 외국인 행사의 날 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장학금 지원도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당근’이다. 서울대와 삼성전자는 공동면접을 거쳐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우수학생을 선발한 바 있다. 서울대는 기숙사를 제공했고, 삼성전자는 유학생이 석사과정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

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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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