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최근 장하성 펀드(KGCF·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사회적 이슈다.

이 펀드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펀드가 주목한 태광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면서 장하성 펀드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주주권 보호, 감사구조, 경영투명성, 경영성과 배분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거래소 상장기업 633개사를 평가한 결과 평균 10개사 중 7개사의 지배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상장기업의 지배구조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적 기준으로 봤을 때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풍토에서 SRI펀드(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Fund)는 장하성 펀드와 기본 성격은 다르지만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을 평가하는 관점과 투자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SRI펀드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즉 기업의 무형자산을 고려, 기업환경(일반사회, 환경기준 준수, 위험관리 및 천연자원 관리 등에 대한 정책) 및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주주, 종업원, 고객, 공급자 등)들에 대한 태도를 포함한 포괄적인 기준으로 투자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추구하고자 하는 상품이다.

1920년대 미국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행해진 윤리적 투자가 기원으로 원래는 도박과 주류, 무기 생산업체 등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소박한 개념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로 발전했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이미 SRI펀드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간접투자 상품의 천국인 미국에서는 2005년 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투자액의 8분의 1 수준인 2조3,000억달러(약 2,208조원) 정도가 SRI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다. 2002년 기준으로 영국의 SRI펀드 시장 규모는 3,260억달러에 달하며, 캐나다는 314억달러에 이른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99년 첫 SRI 펀드가 시장에 나왔으며, 현재 18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있다.

SRI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지속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준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주력한 100대 기업의 매출이 일반기업보다 평균 30∼40% 이상 높았고, 이러한 기업에 투자한 SRI펀드 역시 타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수익성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입증해 보였다. 오늘날 기업은 환경문제나 사회적 이슈처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바로 이런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할 수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SRI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1일 필자가 경영하는 NH증권에서도 ‘뉴아너스 SRI펀드’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했다.

아직 국내시장에서 SRI펀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SRI 기준에 충실한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높아지는 투자자들의 눈높이와 기업에 더 큰 사회적, 윤리적 소명을 기대하는 주주와 일반인들의 요구를 기업의 오너 혹은 대주주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기업경영의 현실이다.

앞으로 SRI펀드 시장이 커지려면 SRI 평가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들이 많이 성장한다. 이러한 기업이 이윤을 내는 토양이 마련돼 기업도,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영우 NH증권 사장

약력: 1949년 서울 출생. 72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92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카드사업단장. 99년 금융기획실장. 2003년 금융추진담당 상무. 2005년 투자금융본부담당 상무. 2006년 증권자회사 인수단장·NH증권 사장(현)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