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넘치는 국가에너지… 경제우등생 ‘찜’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공산화와 베트남전으로 가난하고 피폐한 나라로 오랫동안 잊혀졌던 베트남이 이제 세계무대에서 도약을 노리며 신흥 경제국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베트남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수도 하노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를 누비는 번쩍번쩍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부터 하노이 외곽에 들어서고 있는 고급 주택지까지 이 나라 곳곳에서는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도 오는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면 이같이 변모하는 베트남의 생생한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APEC은 현재 하노이의 남서쪽 끝에 건설 중인 새로운 하노이의 위성도시 투리엠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도시에 들어서고 있으며 현재 거의 완성단계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의 컨퍼런스센터는 파도 모양의 유리천장을 가지고 있다.

인근에 있는 5성급의 최고급 호텔도 마무리 칠 작업이 한창이다.

투리엠에는 4차선 도로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철골조물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빌딩을 짓고 있는 곳 사이사이에는 소와 물소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풀밭이었던 곳에서 여전히 풀을 뜯고 있다.

베트남이 1980년대 중반 시장경제 지향적 개혁인 도이모이 정책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주의 베트남은 공산주의를 실험하다가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기아선상에 처했다. 그후로 베트남에서는 개혁작업이 모멘텀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 베트남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매우 괄목할 만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5%였고 지난해에는 무려 8.4%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도 8%라는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베트남의 수출은 중국보다도 더 빨리 증가해 왔다. 특히 베트남의 수출은 지칠 줄 모르고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수출액은 220억달러에 육박,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어났다. 베트남은 특히 대표적인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을 위협할 정도로 커피 재배 대국으로 떠올랐으며 현재 새우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수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같은 베트남의 수출 붐은 최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덤핑 제소를 받을 정도가 됐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후추 수출국이고 조만간 쌀 수출에서도 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은 심지어 차(茶)의 대국으로 유명한 인도에 차를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의 이 같은 빠른 성장의 과실을 따먹는 주체는 외국인 소유 공장이다. 전자제품 수출을 연간 27% 늘리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목표는 최근 반도체로 유명한 미국 인텔이 호치민시에 6억달러를 투자해 마이크로칩 공장을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비록 농업부문 생산이 아직도 늘고 있지만 높은 산업생산 증가율은 베트남에서 농업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1%로 줄었고 오는 2010년에는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는 이 같은 경제적인 혁명과 함께 사회적인 혁명도 진행되고 있다.

비록 베트남이 아직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해 있어 인도보다도 1인당 국민소득이 낮지만 최근의 급속한 성장은 사회적인 생활수준도 급속히 높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베트남에서 하루 수입이 1달러에도 못미치는 극빈층 인구가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평균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0년 베트남의 극빈층 인구수가 동남아시아 평균의 두 배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극빈층 인구수 측면에서 볼 때 베트남은 이미 중국과 인도, 필리핀을 앞섰으며 인도네시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90년대 이후 기대수명은 높아졌고 영아사망률은 뚝 떨어졌다. 이 두 가지 통계에서 베트남은 자국보다 훨씬 부자국가인 태국을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중등학교 과정 나이 어린이의 4분의 3 정도가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이는 지난 90년 3분의 1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이 부문에서도 베트남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를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승인된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베트남은 오는 2020년까지 현대화된 산업국가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생산과 인프라 건설을 늘릴 계획이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유사한 목표를 천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베트남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지도자들의 의지가 더 확고하고 최근 베트남이 이뤄온 것에 비춰볼 때 이 같은 목표달성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 보인다.

지난 4월 전당대회 이후 공적지원자금의 유용 혐의가 있는 고위간부들에 대한 숙청이 잇따랐다. 농득마잉 서기장은 이 사건으로 퇴임설에 시달렸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고령으로 은퇴가 예정된 쩐득르엉 주석과 판반카이 총리는 남부 출신의 젊은 관리들에 의해 교체됐다. 이는 베트남이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선호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베트남은 현재 변혁의 한복판에 있고 전망도 밝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베트남은 조만간 세계무역기구에도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움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재가격이 출렁거리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불가피하게 받기 시작한 것이다.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수출 급증은 전세계적 수요 증가와 쌀, 원유 등 베트남이 수출하는 품목의 가격이 급등한 데 큰 덕을 봤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침체, 특히 중국 경제가 침체의 길로 접어든다면 베트남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초시설인 발전소와 철도, 도로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체했다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베트남 공산당이 계속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현 정부가 국가의 번영을 가져오고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베트남 정권이 부패 단속에 실패하거나 매년 신규로 노동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100만명의 젊은 인력, 그리고 도시로 이주하는 100만명의 사람들을 위해 좀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사회적 응집력과 목표의식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이를 민영화하는 프로그램을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영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땅을 비롯, 부족한 자원을 잡아먹는데다 비효율적이며 새로운 일자리는 거의 창출하지 않는다.

반면 베트남의 민간부문은 일자리와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부문에 의해 잠식되지만 않는다면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리당도안은 “기득권이 민영화를 늦추지만 않는다면 베트남은 중국처럼 연간 11%라는 높은 경제성장률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태·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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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