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꼬이는 경영…핵심인재들도 등돌려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자동차의 대명사로 불리던 포드자동차가 쇠락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경영난으로 인해 각종 고급 브랜드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데다 그룹 내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진 할부금융회사까지 내다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드의 고위임원들조차 하나 둘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분위기마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최근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이 포드자동차 이사직을 사임한 것이다.

루빈 전 장관은 1999년 재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2000년부터 포드 이사직을 맡아왔다. 씨티그룹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포드 이사직을 사임한 것은 포드의 구조조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빈 전 장관은 포드사의 빌 포드 주니어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씨티그룹이 포드의 구조조정 자문을 맡고 있어 씨티그룹 회장과 포드 이사직을 겸하는 자신의 존재가 충돌을 빚을 수 있어 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지난 7월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 “현재의 문제점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독립적이고 강력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루빈 전 장관이 포드 이사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씨티그룹이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루빈 전 장관의 사임은 포드의 구조조정 계획이 예상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포드는 최근 4분기 중 미국시장 생산량의 21%를 줄이고 10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규어 등 고급차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데 이어 르노-닛산과의 제휴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아스톤마틴 등 고급차부문의 경우 사모펀드 등과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하며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빌 포드 회장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에게 제휴 협상을 제안한 상태다.

포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히는 할부금융 자회사 ‘포드모터크레딧’(FMC)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요즘 포드의 분위기다. 루빈 이외에도 포드를 떠났거나 떠나려는 사람들은 줄을 잇고 있다. 생산개발부서 책임자였던 필 마튼스는 지난해 10월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인 아빈메리터의 경차부문 사장이자 회사 선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려 26년간 포드에 근무하면서 포드의 재무통으로 불렸던 재무담당 책임자 데이브 카스퍼 역시 지난 3월 사임하고 자동차 전문판매업체인 소닉오토모티브의 재무담당자로 변신했다.

포드의 주요 시장 중 한 곳인 남미를 담당했던 안토니오 마시엘은 아예 업종을 옮겨 제지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지난 5월 포드 남미법인 회장에서 물러난 마시엘은 브라질 제지업체 수자노파펠셀루로사 CEO로 자리를 옮긴 것.

최근 몇 개월 새 루빈 전 장관을 포함한 다수 임원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것은 포드의 장래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회사를 떠나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호에서 “포드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고위직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직 희망자들 가운데는 일부 경영진과 핵심부서장들까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포드는 최근 고위직 알선 전문업체인 콘 페리 인터내셔널과 새로 계약을 체결하고 유능한 인재 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사내 핵심인력 유출현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자동차업계 인력 컨설팅업체인 트리니티 익스큐티브 서치의 존 슬로사르 CEO는 “전직을 희망하는 포드차 고위직이 제너럴모터스(GM)에 비해 3배 정도 많다”면서 “핵심인력들이 포드를 떠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드 대변인은 “다른 기업에 비해 이직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주장했으나 포드의 한 관계자는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인력유출이 사내에서도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q

김선태·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st@hankyung.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