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집값 대신 시장만 잡아’…강남권 ‘껑충’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31일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일명 ‘8·31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단언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급등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였다.

이후 1년이 지났다.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집값은 잡지 못하고 시장만 잡았다’로 요약된다. 특히 강남 집값은 정부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올랐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집값은 떨어지고, 여기에다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지방은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8·31대책의 가장 큰 목표는 강남 집값 잡기였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다르다. 1년 사이 적잖이 올랐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8월31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1년간 9.7%나 상승했다. 전국적으로도 5.5% 올랐다. 특히 강남권 상승률은 12.2%에 이른다. 누가 봐도 정부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수치들이다.

정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잡겠다며 타깃으로 삼았던 강남권 고가 아파트 가운데는 50%나 오른 곳도 있다. 강남구청과 건교부의 실거래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 69B평형의 경우 8·31대책 발표 후 20억원에서 지금은 30억원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1년 사이 무려 10억원이나 오른 셈이다. 상승률 역시 50%로 정부의 ‘의지’를 무색케 한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은마아파트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31평형을 보면 1년 전 7억3,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선으로 뛰었다.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는 8·31대책 발표 후 한때 6억6,000만원까지 하락했으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금은 9억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 가운데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곳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8·31대책 때문에 오히려 유탄을 맞았다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책실패로 엉뚱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중에서도 북부 쪽은 지난 1년 사이 집값이 하락한 지역이 많다.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 T아파트 34평형은 1년 전 1억1,000만원선에서 거래됐으나 지금은 1억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약 10% 정도 하락한 것이다. 대구 등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억원대에서 거래되던 아파트들의 경우 1년 사이 2,000만원 이상 하락한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건설경기는 아예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건교부가 집계한 지난 7월 전국의 주택건설 물량은 모두 5만7,265가구로 한달 전에 비해 35.2% 줄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수도권에서 지어진 신규 주택물량 역시 2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건교부측은 “8월 이후 주택건설 실적은 판교 2차분양 등 대규모 사업 진행으로 급격한 물량증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8·31대책과 관련,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장은 거래부진으로 붕괴 직전이다. 강남과 강북간 집값 격차도 오히려 더 벌어졌다. 지방 건설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자화자찬을 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쓰리기만 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참여정부란 명칭에 걸맞게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대목은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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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